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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지난 3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진보진영 복지 대토론회에 참석해 토론단상으로 나오고 있다. 이날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진보대통합과 관련해 진보신당의 진보대통합 실무협상단 구성과 4.27 재보선에서 진보양당 단일화를 제안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지난 3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진보진영 복지 대토론회에 참석해 토론단상으로 나오고 있다. 이날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진보대통합과 관련해 진보신당의 진보대통합 실무협상단 구성과 4.27 재보선에서 진보양당 단일화를 제안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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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대표자 회의 종료. 최종합의 이르지 못함. 이후 합의에 이르기 위해 노력하기로 함."

27일 새벽 3시 59분. 장장 15시간에 걸쳐 진행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연석회의)' 결과가 나왔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사회당·민주노총 등 13개 진보정당·사회단체 대표자들은 이날 최종 합의문을 내기로 약속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차기 회의 일정을 못 잡아 연석회의 테이블이 이대로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쏟아진다.

연석회의는 지난 1월 시작됐다. 지금까지 10여 차례 넘는 실무자회의와 총 5차례의 대표자 회의가 열렸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연석회의와 별도로 당내 통합추진기구를 따로 만들어 긴밀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각 정당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 분위기다. 스스로 '마지막 회의'라 못 박은 '5차 대표자 회의'에서도 주요 쟁점이었던 북한 문제, 내년 대선 야권연대 방침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문제·대선방침 놓고 '결단' 못 내린 대표자들

북한 문제에 대해선 진보신당·사회당이 제기한 '북한의 핵개발 및 3대세습 반대' 합의문을 두고 옥신각신했다. 앞서 '사안별 비판'을 밝혔던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감안한 시민단체의 중재안이 제시됐지만 합의하지 못했다.

내년 대선 야권연대 방침은 전제조건 삽입 여부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민노당은 내년에 어떤 정치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확정하지 말자는 주장을 낸 반면, 진보신당과 사회당은 비정규직 철폐 등 정책적 과제를 전제로 선거연대 방침을 확정하자고 주장했다.

실랑이 끝에 이날 새벽 3시 40분경 연석회의 대표자들은 산회하는 걸로 결론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5월 31일이라도 차기 회의 날짜를 잡자"고 제안했지만 다른 정당·단체 대표자들은 "내부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석회의 출범 전부터 예상됐던 쟁점들이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한 것은 각 당의 입장이 이미 결정돼 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은 지난 3·27 당대회에서, 사회당은 4·17 중앙위원회에서 '북한 핵개발 및 3대 세습'과 '민주당·국민참여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즉, 실무협상단이 협상과정에서 움직일 여지가 부족한 셈이다.

민노당도 마찬가지다.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정신을 준수해야 한다"는 문구가 3차 합의문 작성 과정에서 빠지자 당 내부에서 협상단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진보신당·사회당이 차이를 존중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 강요하고 있다는 감정적 반발 역시 적지 않다.

새노추·국민참여당 움직임으로 불신마저... 각개약진 경우 후폭풍 거셀 듯

게다가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신까지 생기고 있다.

민노당 등은 진보신당·사회당 내 독자파 일부와 민주노총 현장조직 일부가 참여한 '새로운 노동자정당 건설 추진위원회(새노추)를 양당 강경독자파의 출구전략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새노추는 이날 논평을 통해 "연석회의의 합의 실패는 이미 예정돼 있었다"며 "새노추는 진정성을 가지고 진보신당과 사회당, 그리고 민주노조운동의 혁신 세력에게 대안정당의 건설을 제안하고 함께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진보신당·사회당 쪽은 국민참여당의 진보대통합 합류 움직임을 민노당의 출구전략으로 의심하고 있다. 유시민 참여당 대표가 이정희 민노당 대표를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다 통합진보정당 합류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전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 논의에서 대선방침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것도 이 같은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양측의 의심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 '5월 말 최종합의→6월 초 각 정당·단체 의결→9월 통합 완료'라는 연석회의 일정이 어그러진 이상, 연석회의 중심의 기존 통합구도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각 정당·단체의 각개약진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른 후폭풍도 클 전망이다. 우선 진보신당은 오는 29일 예정된 전국위원회에서 연석회의 논의 내용 등을 놓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진보신당은 통합의 방향을 놓고 단일정당파, 연석회의파, 좌파통합파 등으로 갈려 내홍을 겪고 있었다.  

진보신당의 한 당직자는 "연석회의가 최종 합의를 냈다면 거기에 대한 논쟁이 전개됐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연석회의 상황 공유와 그에 대한 토론이 전개될 것"이라며 "각자 해석이 다를 수는 있지만 당대회 결정사항을 존중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노당도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져 있는 상황이다. 연석회의 유지를 주장하는 '온건파'인 강기갑 민노당 진보정치대통합추진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예정된 시간에 최종합의문이 나오진 않았지만 진보대통합을 향한 우리의 노력은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노당 "모든 방법 열어놓고 고민할 것... 새 진보정당 빨리 건설해야"

이와 관련, 장원섭 민노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모든 방법을 열어놓고 고민하겠다, 5차 연석회의가 완료된 조건에서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쟁점인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진보신당 내 통합파조차도 북한 문제에 대한 당의 협상안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냐"며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남북 모두 서로의 사상과 체제를 존중한다'고 돼 있다, (진보신당·사회당의 주장은) 현재 한반도 정세와 지향점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사회당이 참여당의 합류를 의식해 선거연대 전제조건을 구체적으로 명기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대선방침에 대한 의견 차이는 참여당 문제가 아니라 반MB선거연대에 대한 입장 차에서 비롯된다"고 반박했다.  

장 사무총장은 "선거연대는 당시의 가치연대 수준, 역학 관계, 민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문제"라며 "역동적인 정치 상황 안에서 특정방침을 미리 확정하거나 배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은 빨리 차기 회의 날짜를 잡고 연석회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조 대표가 최종합의를 위해 추가 일정을 제안했으나 결정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며 "이후 합의를 진전하기 위해 민노당의 당내 논의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연석회의 집행책임자 회의 담당자인 정종권 진보신당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추진위원회(새진추)' 위원도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지금으로선 민노당의 당내 논의 과정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연석회의의 속개만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각 정당·단체들이 최종 합의를 위해 다른 노력들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진보대통합,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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