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선 머리를 비우세요. 그리곤 그냥 즐기세요. 저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저 작품에 무엇이 잘난 것인지 알려고 하지마세요. 그냥 쳐다보시고, 본인의 순간적인 느낌을 느끼시면 되요. '멋있었다', '저건 뒤틀렸다' 등의 '나의 느낌'을 가지면 돼요."
 

'이번 마임축제를 즐기기 위한 관객들에게 조언을 한마디 하신다면'이라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 강영규 춘천마임축제 기획실장 말이다. 25일 오후 5시부터 1시간 가량 춘천 몸짓극장에서 인터뷰에 응한 강영규 실장은 후줄근한 티셔츠에 다듬지 않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운영팀장을 겸임하고 있는 강영규 실장은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니느라 까맣게 탄 얼굴이 인상적이였다. 그는 춘천마임축제를 수년간 맡아 준비해온 배테랑 기획자다. 이날 강실장은 춘천마임축제의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한 생각들을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 춘천마임축제의 공연기획 취지와 배경을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

"우리 마임축제는 예술가들의 로망이다. 예술축제를 지향하며 순수 민간단체로 이루어져 사익성보다는 관광성과 예술성을 강조하며 시민참여형 공연을 하고 있다. 보여주는 축제가 아니라 대동하여 노는 마치 옛날에 놀던 강강수월래나 봉산탈춤 같은, 관객이 하나의 객체가 아닌 주인공으로서 즐길수 있는 난장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 이번 축제의 슬로건을 '태초에 몸이 있었다'로 내세운 이유는.

"유안진 시인의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를 아는가. 춘천은 가을도 봄같은 동네이다. 춘천에 뜻역시, 봄 춘(春)자에 내 천(川)을 합해 '봄이오는동네' 라 불린다. 춘천과 마임의 연결고리를 몸이라 생각했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봄과 어미의 몸 속에서 태동하는 어린아이의 몸이 어울리고, 이 것이 몸짓으로 표현하는 마임과 일맥상통하여 짓게 되었다."

 

- 춘천마임축제가 세계3대 마임축제라 일컬어질만큼 큰 축제라고 하는데, 정작 시민참여가 저조하다. 

"우리는 홍보를 할 뿐 광고를 하지 않는다. 또 수도권 복선 전철이 개통되어 수도권 관객을 많이 유입하려하다보니 홍보비용이 많이 들어 예산측면에서 풍족하지 않아 힘들었다. 안타깝게도 다른 지역축제인 '화천산천어축제'에 비해 우리 공연은 지역사회발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산천어축제와 같은 경우는 상권의 30%가 축제로 먹고 산다고 한다. 하지만 춘천마임축제는 기껏해야 춘천에 유명한 닭갈비집이나 택시회사등 몇 곳 밖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 점을 참 미안하게 생각한다."

 

- 이 곳에 오기전 어린이공연 <솔트부쉬> 취재를 다녀왔다. 그 곳에 오전, 오후 두 타임을 갔더니 오전은 어린이집, 오후는 초등학교 단체 관람을 하고 있었다. 전에 있던 공연도 단체관람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정작 보고 싶은 가족관광객들이 못보는 사태가 발생한다고 본다. 세대를 아우른다는 취지에 빗나가는 듯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우리도 <솔트부쉬>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어린이 공연은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공연이다. 더 많은 관객을 받을 수 있는 대규모 어린이 공연을 내버려두고, 공연당 140명의 작은 수용인원의 소규모 공연을 해야하느냐라는 문제에 갈등을 많이 했다. 우리도 이왕이면 수익이 높은 공연을 택하고 싶지 않았겠느냐.(웃음)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참여형 마임 어린이 공연이 없어 이번 기회에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싶었다. 또 우리도 사측이기 때문에 이익성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오는 26일부터 저녁 7시 추가공연이 준비되어 있으니, 관객들이 좀 더 즐길수 있으리라 본다."

 

 

- 이번 2011 춘천마임축제가 반환점을 지났다. 성공여부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올해는 예년보다 축제 시작 전에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해 많이 불안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공연 한달여를 앞둔 시점에 장소가 갑자기 무산되어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본 공연이 시작되고 관객들의 반응에 자신감을 되찾았고, 축제시작 3일 만에 인터넷 기사가 90여건에 다다른 것을 보고 안도했다."

 

- 축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야외공연 중에 자리를 맡아놓는 일이 생겼다. 야외공연은 무료인데 전국에 VVIP급이라는 분들이 오신다고 하여, 의자를 가져와 A4지를 통해 표시를 해놓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를 본 아이를 데리고 서울에서 오신 여성 한 분이 항의해 자리를 맡아놓은 사람을 찾아가 야외공연은 다 무료공연이니 얼른 자리를 치워달라고 하는 일이 있었다.(웃음)"

 

- 공연을 보면서 기쁠 때가 있다면.

"털레털레 슬리퍼를 신고 야외공연을 보러오시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볼 때면, 행복감이 솟구친다. 그 모습을 보면 수십년째  이어진 이 축제가 이제는 시민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을 만한 축제가 되었구나하는 생각에 미소가 생겨난다."

 

-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시러 오는 관객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불편하게 보세요. 축제잖아요. 기실 한국만큼 축제에 대해 서비스가 좋은 나라는 많지 않아요. 곳곳에 도우미가 서있어 안내하는 것도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들어요.(웃음) 우린 깨비(춘천마임축제 봉사자)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죠. 그들에게 감사해요. 편하게 앉아서 먹고 싶은거 먹으면서 보고싶으시면 영화관을 가는게 나아요.(웃음) 1년에 며칠있는 축제 잖아요. 감수해야죠. 관객들이 불편하게 즐길수록 더 나은 공연을 보실 수 있을거에요."

 

인터뷰를 마친 강 실장은 친근한 동네 형같은 인상을 주어 기자를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한편, 다가오는 주말에 펼쳐질 '미친금요일'과 난장 등을 놓치지 말라고 농담섞인 당부를 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웹진 뉴스토피아와 강원일보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태그:#춘천마임축제, #강원대학교신문방송학과, #강영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