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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1시간 영어 수업 시간이 늘어나니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던 호언 장담은 어디가고, 방과후 영어 교육까지 질을 관리하겠단다.
▲ 교과부의 초등영어교육 홍보 사이트 주당 1시간 영어 수업 시간이 늘어나니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던 호언 장담은 어디가고, 방과후 영어 교육까지 질을 관리하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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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공교육 강화-사교육 경감 선순환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교실수업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학교 중심 영어․수학 교육을 내실화하며, 방과후학교의 질을 획기적으로 제고하여 공교육을 강화시키고 사교육을 경감시키는 선순환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사교육을 경감시키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 방과후학교의 민간참여를 확대하고 질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니 이이제이(以夷制夷)가 된다면 퍽이나 좋겠지만 이이강이(以夷强夷)가 될 공산이 더 크다.

영어 교육에 대한 대책만 집중해서 본다면 공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방과후학교를 통해서라도 사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 사교육 없이는 '영어'는 역시 안된다는 것을 교과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2008년 영어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초등학생들의 영어 수업 시수를 1시간씩 늘려 놓고 사교육비를 경감시키고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호언장담은 도대체 어디로 갔나 궁금해질 따름이다. 교과부의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을 보자.

먼저 실용영어 중심 학교 영어 공교육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실용영어인가? 영어는 우리에게 제2언어가 아니다. 외국어이다. 영어를 읽고 의미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으면 사는데 크게 지장이 없다. 그런데 현 정부는 지속해서 실용영어를 강조하면서 어륀지 파동을 일으키더니 아직도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다. 실용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대통령의 신념이 바뀌지 않는 한 영어 교육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은 이 정부에서는 요원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 실용 영어 교육 강화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실용 영어를 익히기 위해서 수업 시간도 1시간씩 늘어났는데 그걸로도 모자라니 방과후 학교를 통해서 더 배워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교과부에서 친절하게 '정교교육과정-방과후 학교-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이어지는 상시적 영어 학습 환경을 마련해 주겠단다. 방과후 학교 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EBSe를 통해 학교급별 특성에 맞는 단계별, 수준별 방과후 영어교육용 학습교재를 개발하여 여름방학부터 시범활용하고 2학기부터는 모든 학교 방과후에서 사용하도록 한다니 이런 친절은 정말 사양하고 싶다.

초등학교 1학년 1학기부터 방과후학교를 통해 영어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정책, 초등영어수업강화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니 영어 수업시수를 1시간씩 늘리면서 수업 부담이 늘어났다는 것을 결국 자인하는 셈이다.
▲ 2011년 2월 23일 발표된 교과부의 시안 초등학교 1학년 1학기부터 방과후학교를 통해 영어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정책, 초등영어수업강화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니 영어 수업시수를 1시간씩 늘리면서 수업 부담이 늘어났다는 것을 결국 자인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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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는 교과부가 지난 2월 23일 개최했던 정책 토론회 자료 21쪽 내용이다. 2008년 무리한 영어 교육과정 개정으로 수업 시수를 확대해서 초등학교 학생들의 영어 학습 부담이 늘어났다고 비판하자 방과후 학교를 통해서 이를 강화하고 보완하겠단다. 거기에 은근슬쩍 교재·수업 모형이라는 명목으로 초등학교 1∼2학년을 위한 교재를 제작하겠다고 하면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도 영어를 가르치라고 협박하고 있다. 게다가 학교에서 정규수업시간에 영어 공부를 하고 방과후 학교에서 영어 공부하고, 집에서는 EBSe를 통해서 자기 주도적 영어 공부를 하라고 한다. 이게 우리 대한민국 아이들을 위한 정책인가 정말 묻고 싶다.

사교육 받지 않고는 학교 영어 교육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하니 학교 교육과정을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에서 제공하던 자유수강권을 확대해서 더 많은 아이들이 학교의 방과후 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즉 사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 준다고 한다. '공부 못하는 나라, 독일'에서는 선행학습을 남이 학습하고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한다는데 어찌 우리나라에서는 안그래도 과열된 선행학습과 사교육시장에 기름을 붓는 정책만을 쏟아내고, 초등 1∼2학년부터 방과후학교를 통해 영어 선행학습을 시키지 못해 안달인가? 진심으로 교과부의 합리적인 정책 판단을 기대한다.


태그:#초등영어교육, #방과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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