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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5년 동안 주민들 40명 넘게 고소고발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가 벼랑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해군 측은 오는 27일 강정마을 중덕해안 일대에 주민들이 설치한 구조물들을 철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기지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해군은 18일 주민들이 제주특별자치도를 상대로 낸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처분 무효확인 소송이 항소심에서 기각당하자마자 공사를 강행했습니다. 19일에는 이를 항의하는 주민과 활동가 등 8명이 전격 연행되어 그 가운데 1명은 구속되었습니다.

 

2007년 5월부터 지금까지 5년 동안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민들은 범도민 대책위를 꾸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문화유산 지역에 해군기지 건설만은 안된다"며 싸워 왔습니다.

 

피눈물 나는 외로운 투쟁의 기간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형제 같은 이웃을 저세상으로 먼저 보내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40명이 넘는 주민이 이 싸움의 과정에서 각종 고소고발을 당했습니다. 이들에게 내려진 벌금만 5천만 원이 넘는 지경입니다.

 

해군이 주민들이 설치한 구조물들을 27일에 철거하겠다고 밝히자 강정마을회에서는 이날을 '저항의 날'로 선포했습니다. 굉음을 내고 달려드는 중장비 앞에 마을 주민들이 다시 꽃잎처럼 몸을 내던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뻔히 예견됩니다. 이 무참한 상황을 또다시 구경만 해야 할까요?

 

국방부가 보란듯이 무시해도 '찍'소리 못하는 야5당 진상조사단

 

제주도민들이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권 다섯 개 정당 21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한 '제주해군기지 진상조사단'에 기대를 걸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더 이상 주민들의 희생과 아픔이 반복되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력이라도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해군기지 건설 강행만은 막아달라는 간절한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상조사단은 해군이 최후통첩을 보냈음에도 이렇다 할 활동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는 6월 말 활동보고서를 내는 것으로 활동시한을 정한 진상조사단은 지금까지 ▲ 4일 진상조사단 구성 성명 ▲ 12일 제주현장 방문 ▲ 18일 원고부적격 판결 관련 성명발표 등의 활동만을 했을 뿐입니다.

 

야권 진상조사단은 주민들이 경찰에 위법적인 폭력진압을 당해도, 해군이 최후통첩을 보내도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죽했으면 범도민 대책위는 21일 성명까지 발표하며 "야권 진상조사단의 철저하고 성실한 활동을 촉구"까지 합니다. 주민들도 "진상조사단 꾸려놓고 현장 와서 사진 한 장 찍고, 성명서만 발표할 것이냐"고 힐난합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습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진상조사단은 지난 4일 진상조사단 구성 성명을 발표하며 국방부에 "진상조사단 활동시한인 6월 말까지만이라도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보란 듯이 이를 거부합니다.

 

그런데 이런 '수모'를 당하고도 진상조사단은 아무 말을 못합니다. 그 흔한 "국회의 권위를 무시했다"는 면박주기용 논평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진상조사단이 무엇을, 얼마나 성의 있게 조사할지 의문이 듭니다.

 

 

강정마을에서조차 '평화연대' 실현 못하면 '2012년 야권연대'는 '사이비'

 

특히 민주당은 야 5당 중 가장 많은 16명의 의원이 조사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진상조사단 활동은 민주당 최고위 의결까지 거쳤다고 합니다. 야5당의 맏형으로서 민주당은 진상조사단을 능동적으로 운영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진상조사단의 단장(이미경 의원)도, 간사(김재윤 의원)도 모두 민주당 의원이 아닙니까.

 

또한 민주당은 야권연대와 연합 등을 통해 2012년 의회권력 장악과 대선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야권연대와 연합의 핵심이 무엇입니까. 특정사안에 대한 정책연대와 공조가 핵심 아닌가요? 만약 정책연대라는 알맹이가 빠졌다면 야권연대와 연합은 오로지 권력만을 장악하기 위한 '머릿수의 합종연횡' 외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세간의 비아냥처럼 그저 '반MB'로만 이기겠다는 속셈인가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진상조사단 활동이 중요한 까닭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라는 구체적인 사안을 가지고 야권이 어느 정도 문제의식을 합의할 수 있고, 어떤 지점까지 함께 발을 맞춰 활동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즉 야5당이 '평화'를 위한 정책공조를 어느 수위까지 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시금석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민주당의 정책공조 리더십은 '제로(0)'입니다. 제주도민들은 군사력보다는 평화를 통한 성장을 원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팔아 늘 주장하듯 "평화는 곧 밥이고 돈"이기 때문입니다.    

 

밥이 되고 돈이 되는 평화는 금강산에만, 서해5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그 평화를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이들 가운데 제주도민들이 있습니다. 도민들은 아니 국민들은 민주평화세력의 정권탈환을 목청껏 외치는 민주당이 왜 제주 해군기지 진상조사단은 무기력하게 운영하는지 궁금해 합니다.

 

평화를 위한 야권연대 더 나아가 국민연대를 할 생각이 없으신가요? 아니면 눈에 보이는 반(反)평화에 맞서 평화정책을 구현할 배짱이 없으신가요? 그도 아니면 맘은 있으나 능력이 안 되나요?

 

민주당은 이 물음의 답을 제주도 강정마을에 가서 해주시기 바랍니다.

 

 


태그:#민주당, #야권연대, #강정마을, #해군기지,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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