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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5월 20일 오전 11시 21분]
 

 

"황우여 원내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침'을 수첩에 받아 적어와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신하가 공주를 알현한 것인가. 이게 가뜩이나 힘겨운 당에, 그리고 박 전 대표에게도 도움이 되는 건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의 회동 방식과 내용이 알려진 19일 오후 한나라당의 한 재선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날 '박근혜-황우여'회동은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서 어떤 위상에 있으며, 그의 소통방식이 어떤 것인지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초 박 전 대표 측은 회동 자체를 비공개로 할 것으로 요청했고, 황 원내대표도 이를 따랐다. 그러나 두 사람이 오전에 만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오전 11시에 박 전 대표의 삼성동 자택이 회동장소라는 보도도 나왔다.

 

황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만남 자체는 확인했지만 장소는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황 원내대표가 기자들이 헛다리를 짚고 기다리고 있던 강남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나타나 "근처 다른 호텔에서 박 전 대표를 만났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의 자택이 있는 삼성동 근처에서 회동했다는 것이다.

 

황 원내대표는 오후에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박 전 대표의 말을 메모해온 수첩을 보면서 "정치개혁에 있어 후퇴는 있을 수 없다"(당권-대권분리 반대) 등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말을 전했다.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황 원내대표가 당권과 대권 분리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것처럼 돼 버렸다.

 

당내에서는 "당사도 있고 국회도 있는데 꼭 이렇게 비공개로 밖에서 만나야 하느냐"는 말들이 나왔지만, 친박의원들은 "언론이 (회동장소)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비상대책위원은 "당원대상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모으기로 한 사안들인데, 박 전 대표의 발언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겠느냐, 사실상 결론이 난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박 전 대표의 당내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회동이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도 비판에 나섰다. 차영 대변인은 "신하가 여왕님께 보고하듯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박근혜 의원에게 모든 것을 보고했다고 한다, 총리대신이 여왕에게 보고를 하는 것인가"라며 "황우여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표의 도움으로 원내대표가 됐다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국민과 국회를 이렇게 까지 모독을 해야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신지호, '한나라당은 민주정당인가' 문제제기

 

이와 관련해 비상대책위원인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은 20일 당 홈페이지에 '한나라당은 민주정당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현재 당내에서는 7.4전당대회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를 놓고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데, 모든 과정이 어제의 박-황 회동으로 의미를 상실하게 될 판"이라며 "일부 언론은 박 전 대표의 분명한 입장표명과 이를 수용하는 듯한 당내의 반응을 볼 때, 전대 룰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끝났다고 쓰고 있는데 이 같은 분석이 실제상황이 된다면, 한나라당은 민주정당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황 원내대표는 당대표 권한대행이기도 한데, 대통령을 만나고 와도 대표 본인이 기자들에게 직접 브리핑하는 예는 드물다, 그건 대변인의 몫"이라며 "박 전 대표의 말씀이 적힌 황 대표의 수첩이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의 수첩처럼 보였다면, 지나친 과장일까"라고 덧붙였다.

 

장제원 의원도 트위터에 "황 대표의 오늘의 행동은 비상대책위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행동"이라며 "비상대책위원회 해체하십시오, 이제 당론이 황 대표에 의해 정해졌으니 비상대책위의 역할이 없어졌네요"라고 비판했다.


태그:#황우여,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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