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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뉴스 유럽 에디터 가빈 휴잇.
 BBC뉴스 유럽 에디터 가빈 휴잇.
ⓒ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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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지역에서 취재하다 보면 기사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노력을 포기하면 저널리즘의 가치도 없어지겠죠."

갈등 지역 보도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대표적 전선기자인 BBC뉴스 유럽 에디터 가빈 휴잇(Gavin Hewitt)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전장에서 특정한 군과 동행 취재할 때 기자가 자신의 안전을 그 부대에 의존하게 되는 것 때문에 그 부대와 기자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가 형성된다"고 토로했다.

휴잇은 "현실적으로 공정함을 유지하기 어렵지만 그 노력을 포기하면 저널리즘의 가치도 없어진다"면서 "소셜 미디어 등 여러 방식으로 시청자들이 감시하고 참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휴잇은 그동안 이라크, 르완다, 그루지아, 아프가니스탄 등 여러 전쟁 보도를 통해 객관적인 시각의 저널리스트로 인정받고 있으며 지금은 브뤼셀에서 BBC뉴스 유럽 부문을 총괄하는 에디터를 맡고 있다.

다음은 휴잇과 나눈 일문일답.

- 당신이 취재한 전쟁을 소개해 달라.
"미군과 동행 취재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레바논) 베이루트 내전, 중앙아메리카 내전, (유럽과 아시아가 접하는) 그루지아 전쟁 등 다양한 위험 지역에 갔었다."

- 당신이 현장에서 겪은 생명의 위협은 어느 정도였나?
"2008년 그루지아 내전 때, 일주일이 채 안 되었던 전쟁에 러시아군이 참전했다. 우리는 그루지아군이 점령하고 있던 고리라고 불리는 작은 도시(마을)에 있었다. 러시아군이 다가오고 있었고 접전 지역의 상황을 알기가 어려웠다.

두세 대의 차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우리 차가 도로 위의 유일한 차량이었다. 그때 러시아군 비행기가 마을을 폭격할 수 있는 지역으로 비행하는 것을 발견해,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어깨에 올려 촬영하고 있었다. 비행기 조종사의 눈에는 이 카메라가 무기로 보였을 것도 같았다. 그러고는 비행기가 원을 그리며 되돌아오는 것을 봤다. 그때 우리는 그 비행기가 도로 쪽으로 다가와서 우리를 폭격할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무척 빠르게 모든 일이 일어났고, 이 비행기가 우리를 공격할 것이라고 소리쳤던 기억도 난다. 우리는 모두 피해 달아났는데, 카메라맨은 놀랍게도 그 순간에도 촬영을 하고 있었다. 나는 비행기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폭탄이 내려와 차가 크게 폭발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것은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가해진 공격이었다. 이 공격에서 아무도 사망하지 않았다는 게 놀라웠다. 하늘의 비행기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비행기가 저쪽의 군인들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이쪽으로 날아와 우리를 공격한 것이다."

미디어를 이용하려는 군... "군대가 제공한 정보, 신중하게 다뤄야"

- 동행 취재 때 어느 정도나 군에 의존하게 되며, 문제는 무엇인가?
"이라크 전쟁 중 미군과 동행 취재를 했었는데, 이 부대에서 예정된 작전에 대한 것과 본인의 정확한 현재 위치에 대해서는 보도를 할 수가 없다는 두 가지 조건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기자가 자신의 안전을 그 부대에 의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 부대와 기자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당시 일을 생각해 보면,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것보다는 동행 취재를 통해서 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지만 사실 전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완벽하게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내가 직접 가보지 않은 먼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 군의 정보가 일방적이었을 것 같은데 다른 뉴스 소스는 어떤 것이었나?
"지금은 군도 자신들의 견해를 대중에게 표명하는 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특히 펜타곤(미국 국방부)과 영국은 이 문제를 매우 잘 처리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그들의 견해이므로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몇몇 경우에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미디어를 이용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예를 들어 이라크와 이란 간의 전쟁에서 이라크 쪽에서는 전쟁지역의 한 도시를 자신들이 점령했다고 했지만 우리가 그 도시에 직접 가보니 이 도시는 여전히 이란의 영향력 안에 있었다. 그러므로 군에서 주는 정보에 항상 조심스럽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보도 포기하면 저널리즘도 없다"

- 당신은 애국주의와 저널리즘의 원칙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려고 하는가?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포클랜드 전쟁(말비나스 전쟁)은 취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영국이 직접 연관된 전쟁을 다룰 경우 힘들기는 하다. 대중은 항상 정확하게 알고 싶어 하고,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려는 것은 직업정신을 가진 기자로서 자존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군의 작전에 방해가 되는 보도를 하고 싶지는 않다. 저널리스트들 중에도 자국 군인을 편들어야 한다고 믿고 주장하는 이가 가장 많다."

- 전쟁 보도에서 중립주의가 가능한가?
"중앙아시아에서 게릴라와 함께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들은 공격을 받고 있었다. 물론 나는 한쪽의 게릴라와 함께 있었지만, 기자로서 믿는 저널리즘의 의미대로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사실 그대로 보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군과 동행 취재를 했을 때에도 매번 나는 다른 취재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보도하려 했다. 그렇지만 동행 취재의 힘든 점은 내가 보도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내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 이라크와 리비아의 분쟁 문제나 일본 대지진 등의 사건에 대한 BBC와 다른 상업 미디어의 접근 방식에서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레바논을 취재할 때는 큰 위험 부담을 안고도 보도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프리랜서들이 있었다. 이들은 종종 가장 심각한 내용을 보도하기 위해 고용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금 걱정했는데, 이런 경우 더 큰 금전적 보상 때문에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위험을 무릅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자신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기도 상당히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BBC는 분쟁 당사자의 견해를 모두 공정하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와 같은 공정한 보도를 위해 노력하는 다른 매체들도 많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공정함을 유지하기란 아주 어렵다.

하지만 그 노력을 포기하면 저널리즘의 가치도 없어진다는 점에서 결국 소셜 미디어 등 여러 방식으로 시청자들이 감시하고 참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태그:#미디어, #저널리즘, #전쟁, #BBC,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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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문화연구자. 지역의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함. 10여년 전 유학시절 <오마이뉴스> 영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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