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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죽음을 당한 '귀이빨대칭이'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바위와 자갈 틈 사이, 모래 위에 흩어져 있었다. 물속에서도 죽어 있었다. 사람 손바닥보다 크거나 손가락 길이만큼 작은 것도 모두 죽어 있었다. 넓은 껍데기를 벗기는 순간 악취가 진동했다. 사람이 손으로 껍데기를 벌리는데도 파리가 날아와 붙었다.

4대강살리기 낙동강사업 20공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앙'이다.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낙동강. 합천보 상류와 율지교 하류에 있다. 현재 83%가량 진척된 합천보 공사장이 멀리서 보였다.

멸종위기종1급, 집단 폐사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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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사진은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이 죽은 귀이빨대칭이를 건져 올려 크기를 재보는 모습.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사진은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이 죽은 귀이빨대칭이를 건져 올려 크기를 재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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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조개인 '귀이빨대칭이'는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돼 있다. 법정 보호를 받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집단 폐사한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실시했던 환경영향평가서에 보면 이곳에 귀이빨대칭이가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낙동강사업 20공구는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하고, SK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이곳에 귀이빨대칭이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구환경연합에서 지난 19일 현장 조사를 벌이면서 확인됐다.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과 대구환경연합이 24일 추가 현장 조사 집단폐사 사실이 밝혀진 것.

4대강사업저지 대구연석회의,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행동, 4대강사업저지·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는 25일 율지교 아래 둔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폐사한 현장을 공개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생태학 박사)은 "귀가 있고 나이테가 선명한 게 귀이빨대칭이의 특징이다, 주로 낙동강 하구에 서식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귀이빨대칭이는 분포지와 수가 한정돼 있어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귀한 종이 떼죽음을 당해 안타깝다, 멸종위기종 1급이 집단폐사한 것은 세계적인 망신이다"면서 "다음 세대에 물러주어야 할 자연에 대한 큰 재앙을 경고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사진은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이 죽은 귀이빨대칭이를 설펴보고 있는 모습.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사진은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이 죽은 귀이빨대칭이를 설펴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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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귀이빨대칭이의 집단폐사 원인에 대해 "낙동강사업 공사로 인해 수위가 갑자기 내려가면서 서식지가 노출되어 발생했을 수 있고, 탁도가 심한 것과 화학물질이 원인일 수 있다"며 "자세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사무국장은 "어린 개체까지 죽었다. 4대강사업이 진행되는 1년여 동안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떼죽음을 당한 것은 강물이 낮아지면서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합천군 율지면 덕곡리 주민인 합천보관련덕곡피해주민대책위 전정휘 사무국장은 "어릴 때 낙동강에서 목욕하면서 자주 확인했고, 어르신들은 양동이로 잡아올 정도로 많이 서식했다고 한다"면서 "대구 페놀사태 뒤 강이 더러워지면서 잡는 게 뜸했다. 우리는 큰 조개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지, 귀이빨대칭이가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돼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사진은 전정휘 사무국장이 강물 속에서 죽은 귀이빨대칭이를 건져 올려 보여주고 있는 모습으로, 멀리 합천보 공사장이 보인다.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사진은 전정휘 사무국장이 강물 속에서 죽은 귀이빨대칭이를 건져 올려 보여주고 있는 모습으로, 멀리 합천보 공사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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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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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전면 중단, 민관 전문가 참여 정밀조사" 촉구

4대강사업저지 대구연석회의,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행동, 4대강사업저지·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는 이날 회견문을 통해 "환경부는 4대강 사업의 졸속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인정하고, 지금 즉시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4대강 전역의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국토해양부 장관은 4대강 사업의 주무 장관으로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멸종위기 1급 종인 귀이빨대칭이의 집단 폐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과 "환경부는 이 일대의 귀이빨대칭이의 서식처에 대해 정밀 조사하고, 아직 살아 있는 상당수의 개체와 그 새끼들에 대한 근본적인 생존대책인 서식처를 반드시 보존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들 단체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 일대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이지 않아 그 임무를 방기했음이 드러났다"며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귀이빨대칭이 집단폐사 원인 규명을 요구하고, 민관 전문가의 합동조사단 구성을 요구했다.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사진은 25일 오전 합천보 공사장 상류 낙동강가에서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이 설명하고 있는 모습.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사진은 25일 오전 합천보 공사장 상류 낙동강가에서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이 설명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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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사진은 환경단체들이 합천보 상류 낙동강 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사진은 환경단체들이 합천보 상류 낙동강 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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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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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유역환경청 "집단폐사 사실 몰랐다"... 해당 구간 공사 중지

귀이빨대챙이가 나온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일대 낙동강사업은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0일부터 공사 중지를 요청했다.

이날 현장에 나온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귀이빨대칭이가 집단 폐사한 줄 몰랐다"면서 "발주처에 정밀조사와 대책을 강구해서 이번 주 안으로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곳에서 발견된 귀이빨대칭이는 적당한 서식지를 찾아 이주시킬 예정이다, 살아 있는 귀이빨대칭이를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주할 서식지로 우포늪과 덕곡천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귀이빨대칭이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알았다"며 "조사해서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집단폐사 현장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낙동강 둔치 입구에는 차량으로 막아 놓았다. 이에 환경단체 회원과 기자들이 걸어서 현장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발주처와 시공업체 관계자들이 나와 "위험하다"며 막아서기도 했다.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환경단체와 기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한국수자원공사와 SK건설 관계자들이 나와 "위험하다"며 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모습.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환경단체와 기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한국수자원공사와 SK건설 관계자들이 나와 "위험하다"며 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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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정비사업 구간인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집단 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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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집단폐사한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보이는 합천보 공사 현장.
 멸종위기종 1급인 귀이빨대칭이가 집단폐사한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교 아래 낙동강에서 보이는 합천보 공사 현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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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낙동강사업, #합천보, #귀이빨대칭이, #멸종위기 동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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