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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정선원 선생님, 강순영 작가, 김홍경, 류다현, 윤화정, 김현정, 금다혜
 좌로부터 정선원 선생님, 강순영 작가, 김홍경, 류다현, 윤화정, 김현정, 금다혜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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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교육을 박차고 탈출해 자신들의 꿈을 찾아 유럽여행을 떠난 10대 소녀들의 서유럽 견문록이 출판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시골학교 평범한 10대 소녀들의 서유럽 견문록 출판기념회는 23일 공주시 반죽동 디자인카페(구 읍사무소)에서 열렸다.

금다혜(17), 김현정(금성여고1학년), 김홍경(공주여중3학년), 류다현(북중학교2학년), 윤화정(천안쌍용중2학년) 등 다섯 소녀들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2011년 1월 10일까지 21일간 유럽 여행을 떠난 대한민국의 평범한 10대 소녀들로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캠핑카를 타고 5개국(프랑스,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을 둘러본 특별한 성장여행기를 책으로 엮었다.

이번 여행은 강순영 작가와 정선원(공주 탄천중)교사가 동행하여 안전한 길잡이 역할을 함께했다.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처음 제의를 받고 국내도 아니고 외국으로 여행을 보낸다는 것에 망설였지만 대학생이 되어 떠나는 배낭여행 보다는 중·고등학교 때 돌아보고 견문을 넓힐 수 있다면 아이들한테도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올 것 같아 학교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겨울방학 일주일 전에 출발하였다"고 밝혔다.

현정이가 싸인을 해주고 있다.
 현정이가 싸인을 해주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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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 참여한 금다혜 학생은 "출발할 때 감기로 몹시 아팠지만 어찌어찌 비행기에 탑승하게 되었고, 꾹 참고 13시간이 지나고 도착해서도 며칠 더 누워서 앓다가 여행 거의 막바지에 가서야 나아 많은 경험은 할 수 없었지만 캠핑카가 편안하고 안락하니 좋았다"며 "금산간디중학교라는 대안학교를 졸업했지만 우리나라는 대안학교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있다. 그에 반해 프랑스 뷔풍학교는 대안학교라는 선입견이 없고, 사교육이나 학비도 없었으며 급식비만 낸다는 말을 듣고 많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김홍경 학생 "유럽을 다녀 온 지 몇 달이 넘었다.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은 내가 넓은 곳을 다녀왔으니 달라졌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럽을 한번 다녀왔다고 해서 갑자기 내가 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지금 나는 그 여행과 부모님의 바람, 읽고 있는 책과 지금 일어나는 일상으로 인해 내가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아낌없이 주고 계시는 부모님이 생각났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가고 싶어 안달이 나서 갔다면 사전지식을 많이 쌓고 갔으면 부모님이 바라는 달라진 모습으로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류다현 학생 "유럽이라는 거대한 땅 덩어리에서 21일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시간을 보내고 한국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보일지 참 궁금했다. 프랑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한국에 와서 느낀 점은 초.중.고를 포함한 국민의 50.2%가 욕과 비속어를 쓰는데 무식해 보인다는 사실을 더욱더 뼈저리게 느낀 것과 한국, 중국처럼 경쟁이 엄청난 입시 위주의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며 "또한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잣대로 나를 판단하다보니 나 자신에 대한 실망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도 여행으로 얻어진 소중한 경험이라는 주위 어른들의 말씀에 위로를 받았고,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는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윤화정 학생 "여행을 다녀 온 후에는 우리나라 물이 유럽에 비해 깨끗하고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며 물을 절약하기 위해 양치할 때 컵에 물 받아서 쓰는 평소에 하지 않았던 버릇을 들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뮌헨에 있을 때 7분 동안 요령 있게 샤워를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집에서는 5분을 넘기지 않으려 한다. 물을 아끼게 된 것이 뿌듯하다. 다녀온 뒤로는 돈도 아끼게 되었고, 사용한 돈에 대해 집에 와서는 용돈기입장에 쓰고 영수증도 필수로 챙기면서 꼼꼼한 성격으로 변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신기하고 내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느낀 바를 이야기했다.

김현정 학생 "사실 유럽을 다녀와서 엄마랑 많이 싸웠다. 엄마는 공부를 하는 것이 여기서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고 그게 현실이라고 한다. 나는 지금 두 갈래의 길에 서있다. 그 세계를 아직 가보지 않아서 이 길을 가는 것이 맞는지, 저 길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 그림을 전공한 뒤 내가 다니던 대학 이름을 대며 "저는 그림을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할 때 비로서 사람들이 "아~그림을 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을 한다고 한다. 학력을 따지는 대한민국이 사회가 미워진다. 여행을 다녀 온 뒤부터는 한국 교육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해 보았고,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턾어놨다.

정선원 교사는 "유럽을 여행하며 잘 보존되어 있는 서유럽의 중세 건축물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의 하나는 조선의 전통주택이며 서민주택인 초가집을 1970년대 박정희 정부에서 강제로 철거하지 않았다면 초가집이 살아남았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파리의 이명림 화백을 방문했을 때 방문자들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했는데 나는 어렸을 때 추억으로 남아있는 초가집을 그렸다. 내가 자라고 뛰어 놀던 곳이 남해안의 섬이었는데 나는 어린 시절을 외갓집에서 외할머니와 외숙모 등 모두가 잘 대해주었지만 나는 매우 슬펐던 시절의 외갓집 초가집을 그린 것이다. 우리 전통의 것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보존 할 수 있을 것인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하는 여행길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여행에 책을 기획하고 함께 여행한 강순영 작가는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막상 낯선 곳들을 달리면서 제 물건 챙기고, 먹고, 안전하게 이동하고, 물건을 사는 것들이 도전이라 두 차례 미팅을 가진 후에 사전 지식만을 가지고 여행 초짜들과 21일간 서유럽을 누볐다. 좀처럼 변할 것 같지 않았던 아이들이 여행 중반쯤에 마음의 문도 열고 생활도 생각도 바꾸면서 자기 물건도 챙기고, 설거지도 해가면서 질문에 날카로움 까지, 깔깔거리는 웃음만큼이나 진지한 토론도 많았다"고 말했다.

"가끔은 여행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별로 안 바뀌었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이는 여행을 떠나기 전의 생활조건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아이들에게만 변화를 요구하는 어른들의 모순으로 다섯 소녀들은 확실히 여행 전과는 달라졌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자기 고민의 정체를 조금은 알아낸 것 같으며, 이번여행으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다름 아닌 저도 아이들의 여행을 통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살아있다'는 것' 이 책을 통해 이 아이들이 떠날 진짜 세계여행을 무안히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여행을 하면서 찍었던 사진을 전시하여 사진설명을 해주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찍었던 사진을 전시하여 사진설명을 해주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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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서울→파리→인터라켄→루체른→퓌센→인스부르크→짤츠부르크→뮌헨→로텐부르크→하이델베르크→파리→서울로 돌아오는 여행은 누구나 다녀올 수 있지만 용기를 내어 그것을 글로 정리하기란 어렵다. 이 다섯 소녀는 여러 어려움을 무릅쓰고 치열하게 여행 그 이후를 정리한 특별한 여행자들이다.

덧붙이는 글 | 충남 공주에서 발행되는 인터넷신문 <백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십대소녀, #서유럽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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