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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릴과 낭만이 함께하는 관악 6봉 암릉 구간을 통과하고 있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보는이도 오금저리게 한다.

 

지난 겨우내 움츠러든 산행만 해오다 날씨가 풀리고, 해도 길어지고, 동면에서 깨어난 대자연이 움트기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자제해왔던 나의 생체리듬이 무언가에 강하게 부딪히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로 몸이 근질근질하다. 이런 나를 내가 생각을 해봐도 어린아이들도 아닌 고희를 낼 모래 내다보는 늙은이 행동으로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런데 마침 이런 내 기분을 미리 간파하고 있었던 것처럼 늘 나와 함께 산행해온 "우리산내음 일요산행팀"에서 "관악산 6봉, 8봉" 리지 산행을 한다는 공지글을 보고 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하지만, 바로 며칠 전 60년 지기 부부들과 1박 2일 일정으로 남해 여행을 해왔기에 또다시 아비가 운영하는 사업장 "대타근무"를 아들에게 부탁할 면목이 없다.

 

이번 산행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차마 산에 간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말이 나왔다. 면목없어 다시 기어들어 간다. 그러기를 몇 번을 반복하다 에라 모르겠다. "안면에 철판 깔고" 큰아들에게 슬쩍 운을 떼니 '아버지 하시고 싶은 일 못하시면 병나시는 것 뻔한데 새삼스럽게 뭣 하러 물어보시냐며 걱정하시지 말고 다녀오시라는 OK 사인을 받고서야 안심을 한다.

 

 관악 6봉을 오르며 암릉구간에서 일행들이 그 아름다운 기암절경 풍경에 빠져들어 있는 모습이다.

일요일 아침 부평에서 전철을 2번이나 갈아타며 지하철 4호선 과천정부종합청사 역에 도착하니 일행들과 약속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하였다. 이런 땐 너무 부지런한 것도 흉이 된다. 인근 공터에 키가 한 뼘쯤 돼 보이는 노란 냉이꽃이 군락을 이뤄 곱게 핀 것이 예쁘고 앙증스러워 사진을 한 컷 찍어 확인하니 마치 제주의 유채꽃 방불케 그림이 쓸만하다.

 

그러는 사이 회원들이 속속 도착하여 가벼운 인사를 나누니 이날 산행에 참석한 인원이 단출하게 10명의 회원이 참가하여 선착순 대장의 인솔하에 우리는 과천정부종합청사 좌측 담을 에돌아 중앙공무원교육원등산로 이정목에서 약간 좌측의 백운사 150m 이정표 방향으로 진행하다 백운정사 30여 미터 앞에서 우측으로 등산로 표시를 따라 오른다.

 

암벽 산행? '도전'을 외치다

 

그런데 산행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 일행들은 모두 40대와 50대인데 괜스레 나 같은 6학년 8반 노인이 암벽 산행에 끼어들어 공연히 피해나 주지 않을까 염려되어 대장이신 선착순님께 "나 괜찮을까?" 하고 물으니 "청파님은 아직 정정한 5학년 18반이신데요" 하면서 안심을 시킨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래 맞아 난 앞으로 6학년이 아니라 내 평생 줄기차게 5학년으로 사는 거다"란 생각을 하며 의미 있는 웃음을 지으며 대장의 뒤를 따라 본격적인 암릉 구간을 오른다. 그러면서 가볍게 암벽에 매달려 보니 그런대로 할만하다.

 

그렇게 관악산 1-2봉을 얼떨결에 '게눈 감추듯' 쉽게 넘어 이어서 3봉 대 슬랩 직벽 구간 앞이다. 그런데 이날따라 일요일이다 보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직벽 암벽에 늘어섰는데 어떤 사람들은 배낭도 없이 운동화 질질 끌고 나와 그 위험한 암벽에 매달려 낑낑거리며 애쓰는 위험천만한 모습들이 보인다. 쯧쯧.

 

일반 도보 산행이라면 몰라도 어떻게 자신의 생명이 직결된 암릉 산행에 그렇게 어설픈 차림으로 도전을 하다니…. 적어도 암릉 구간 산행에 나선 사람이라면 다른 것은 몰라도 배낭은 필수이고 등산화와 반 장갑 (가죽) 정도는 착용하고 도전하는 것이 상식인데 이건 마치 이웃집 마을가는 차림으로 나와 바위에 매달려 위험천만한 모습 보여 선착순 대장의 도움으로 간신히 3봉을 넘는다.

 

 직벽 대슬랩 구간을 일행들이 오르고 있다.

그런데 우리 팀은 어쩌면 하나같이 암릉 구간을 마치 자기 홈그라운드라 누비듯 망설임이나 멈춤 없이 '구름에 달 가듯' 안전하게 잘들 통과하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선착순 대장은 우리 일행 안전은 뒷전이고 생전 보도 알지도 못한 분들이 6봉 고난도 암릉 구간에 매달려 쩔쩔매는 사람들 돕느라  119구조대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내친 김에 '촛대바위'를 정복해볼까?

 

이렇게 관악 1-6봉 정상을 모두 통과하고 연주암 방향으로 진행하며 점심자리를 살피는데 우측에 뾰족하게 우뚝 솟은 촛대바위가 보인다. 그래서 선착순 대장에게 그냥 지나치는 말처럼 "어이! 대장 나 촛대바위 한번 태워줄 수 없을까" 하고 농담삼아 한번 물었는데 어럽쇼 이 순진 덩어리 선착순 대장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말 것이지 눈치 없이 "청파님은 걱정 없이 오를 수 있다"라며 나를 부추긴다.

 

그러면서 한 수 더 떠보기엔 위험해 보여도 곳곳에 손잡을 수 있는 "크랙"이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나   무엇을 한다나…. 그러면서 오늘 자신이 안내할 테니 꼭 한번 도전해 보시라고 권유하는데 그런 말 듣고 또 내가 꽁지 빼는 성격이 못되어 어영부영 한 다리를 걸치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어 은근히 걱정되어 일행들과 점심을 먹으며 남몰래 비상주 한 잔을 마셔둔다. 그게 무슨 주느냐고요? 네 은영님이 청파님 용기 내라고 주신 마가목 주랍니다.

 

 관악산 6봉을 타고 전망 바위에서 일행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그리고 촛대바위 앞에서니 가슴이 두 근 반 세 근 반 요동을 친다. 그렇다고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나 못하겠다고 기권을 하자니 내 체면은 고사하고 애꿎은 손자놈 도영이 체면에 먹칠하는 것 같아 "죽고 사는 것은 운명"이다 생각하며 그냥 밀고 나가기로 맘먹고 용기를 내는데 뜻밖에 은영님께서 뒤를 봐주시겠다고 자원하시어 셋이 함께 촛대바위 뾰족하게 깎아지른 암벽을 오른다.

 

한발 한발 조심스레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촛대바위를 오르는 그 기분은 나에게 또 다른 쾌감을 느끼게 하며 차츰 대범해진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마치 바늘 끝처럼 끝이 뾰족한 촛대바위를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에돌아가며 암벽을 오르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마 수백 명을 될듯한 사람들이 우리 새사람이 촛대바위에 오르는 모습을 가던 길을 멈추고 지켜 보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얼마나 위험한 도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직시하며 더욱 신중한 마음으로 '기왕지사 도전한 일이니 안전하게 촛대봉 정상 봉우리에 올랐다 안전하게 하등 하는 것이 임무를 다 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며 오른다. 그리고 몇 분 후 나는 선착순 대장의 리드와 은영님의 도움으로 그동안 수도 없이 관악산 산행 때마다 소원처럼 오르고 싶어 흠모했던 촛대바위 정상부에 오르는 개가를 올리게 된다. 

 
 위풍당당한 모습을 자랑하는 관악산 촛대바위 저곳 정상에 오르기 위하여 필자는 몇 년간이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며 어떤 분들은 늙기가 객기 부린다고 비평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분들의 비평에 크게 신경은 쓰지 않는다. 왜냐면 나의 생각은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는 과거와 달리 노인도 다양한 문화와 취미 생활을 즐기며 자신의 세상을 사는 시대이다. 그런 맥락에서 더러는 나 같은 철부지 늙은이도 있다는 사실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관악 6봉과 촛대바위 암벽 도전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8봉 능선으로 하산하며 빼어난 기암 절경 암릉 구간을 재밌게 오르락내리락하며 8봉 능선의 마지막 비경 왕관 바위 앞에 선다. 그런데 이곳 왕관 바위에는 많은 사람이 길게 늘어져 있다. 나도 그 대열에 차례를 기다려 왕관 바위도 가뿐하게 올랐다 하등 하니 일행들이 입을 모아 청파님 오랜만에 신바람 산행하시는 모습 아주 좋았다고 손뼉을 친다.

 

이날 내가 관악 6봉, 촛대봉, 8봉 암릉 산행에 도전하여 시종일관 안전 산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수년간 나와 함께 산행 하며 이어진 일행들과의 끈끈한 산 우정과 선착순 대장의 탁월한 리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로 이 새봄 도영할베 청파에게 새로운 삶의 용기와 응원을 보내준 덕택이라 생각하며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 한다.

 

이렇게 산행을 모두 마치고 우리는 시내버스로 이동하여 서울대 입구 인근에 있는 새마을식당에 들어 저녁 식사 겸 시원한 맥주 한잔을 단숨에 들이키고 나니 요즘 같은 불경기에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활짝 펴지며 마치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은듯 맘도 정신도 산뜻하다. 그리고 오후 8시쯤 귀가하는데 아파트 단지에 흐드러지게 핀 밤 벚꽃이 마치 나를 환영이라도 하듯 꽃 바람을 불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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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서예가로 활동중이며 틈날때 마다 등산을 하며 산행기를 쓰며 이런저런 사람들의 사람사는 이야기와 웃음이 함께하는 세상 이야기를 쓰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