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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카이스트 비상총회에서 '서남표 개혁 실패 인정 요구안'이 부결되었다. 찬성은 416명(48.8%)이었고, 반대는 317명(37.2%), 기권은 119명(14.0%)이었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카이스트 학생들 절반 이상이 서남표 개혁이 실패가 아니라고 했다'는 요지의 기사를 냈다.

그동안 카이스트에서는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자살했다. 이때마다 서남표 총장은 '내 MIT 시절에는 공부할 양이 훨씬 많았다', '미국 명문대 자살률이 더 높다'는 등의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발언들만 지속했다. 서 총장의 이러한 망언에 가까운 해명에 카이스트 학생 당사자와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했고 분노는 드높았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서 총장의 개혁 실패 인정을 요구하는 안이 부결되었다. 언론들은 실패 요구안이 '부결'되었다는 결과에만 집중하여, 실패 요구안에 반대표를 던진 학생들의 인터뷰와 함께, 학생들 절반 이상이 서 총장 개혁이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냈다. 그동안 카이스트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과 서 총장의 무책임한 발언을 지켜본 국민으로서는 이러한 기사의 내용에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과연 언론들의 이러한 해석과 관점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언론들은 실패 요구안이 부결되었다는 사실에만 집중했을 뿐, 학생들이 던진 표의 의미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찬성 48.8%, 반대 37.2%, 기권 14.0%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학생들 절반 이상이 서 총장 개혁을 실패라고 생각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학생들 절반 가까이가 서 총장 개혁을 실패라고 본 것'이 된다. 언론들은 너나할 것 없이 '기권 14.0%'를 '반대'로 해석한 것이다.

'기권'의 사전적 의미는 '투표, 의결, 경기 따위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행사하지 아니함.'이다. '기권'은 말 그대로 기권이지 언론의 구미에 맞추어 '찬성' 또는 '반대'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언론은 실패 요구안이 부결되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기권'을 '반대'로 해석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사는 마치 카이스트 학생 절반 이상이 실패 요구안에 반대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언론들이 범한 해석의 오류로, 언론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있는 국민들과, 곁에서 사건을 지켜본 사람들은 매우 당혹스럽다. 언론의 구미에 맞는 해석과 관점이 아니라, 진실에 맞는, 합당한 해석과 관점이 필요하다.


태그:#서남표 , #카이스트, #개혁, #부결, #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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