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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대북 인도적 지원 전면 재개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5대 종단 종교지도자들.
 12일 오전 대북 인도적 지원 전면 재개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5대 종단 종교지도자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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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와 가톨릭,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5대 종단 658명의 종교 지도자들이 정부의 인도적 대북 지원 재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오전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아래 종교인 모임)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북한주민들의 식량난은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생명과 평화를 위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전면적으로 재개할 것을 호소하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지난달 유엔 산하 3개 기관이 한 달간 북한에 대한 실사를 거친 뒤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식량 부족사태가 심각하다며 43만 톤의 식량을 긴급 지원해야 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날 종교인 모임은 "북한의 식량난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진 근본 요인은 물론 계속된 자연재해와 북한 농업정책의 실패로 시작된 것이지만,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지난 3년간 북한주민들이 겪는 이런 고통을 외면한 것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종교인 모임은 최근 북한이 겪는 식량난은 수백만 명이 아사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시기'보다도 더 심각한 상태로 이대로 간다면 북한 주민들 중 또다시 수백만 명이 아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종교인 모임은 "북한의 식량난을 접한 한국 정부는 북한식량지원을 검토하면서도, 여전히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만 식량을 지원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한 일이고, 우리 인류의 양심상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에 아사 위기에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 인도적인 입장에서 식량을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은 북한식량실태 보고를 통해 "북한의 식량 가격은 1년 전 화폐개혁 전보다 100~110배 정도 올랐다"며 "북한 주민들이 식량을 구입하기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법륜 스님은 또 "식량 배급을 받지 못한 일부 군인들이 주민들의 식량을 약탈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원불교 김정덕 교무는 "밥을 못 먹어 굶주린 사람 앞에서 과거의 잘못을 따지기만 할 것이냐"며 "우리 정부가 먼저 진정성을 보이면 북한의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교무는 "정부가 남북관계를 협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민간 채널을 활짝 열어 활용하고, 그 채널을 통해서 구체적인 진전을 보여야 한다"며 북측에 대해서도 지난날에 묶여 시간과 세월을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토회 지도법사이자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 스님, 박경조 전 대한성공회 관구장 대주교, 김상복 세계복음주의연맹 의장 겸 할렐루야 교회 담임목사,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겸 강변교회 원로목사, 원불교 김성효·김덕수·김대선 교무, 가톨릭 함세웅, 김훈일, 김홍진 신부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이날 종교인 모임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생명의 평화를 위한 대북인도적 지원 재개를 호소하며"

너무나 엄청난 국가적 재난을 당한 일본 국민들에게 슬픔과 아픔을 담은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하며, 하루 속히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여 보다 멋지고 아름다운 나라로 승화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힘을 다해 구호의 손길을 펴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 큰 재난을 당하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호소하는 바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경천애인"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도 못하고, 모든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가르치는 "이웃 사랑과 이웃 섬김"의 삶을 제대로 살지도 못하며, 종교의 중심 가르침인 "회해와 평화"를 제대로 도모하지도 못하는 우리 종교인들의 잘못을 국민들과 정치 지도자들 앞에서 부끄럽게 뉘우치면서 "생명과 평화를 위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전면적으로 재개할 것을 호소하고 촉구합니다.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은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지속된 자연재해와 2009년 화폐개혁의 실패로 식량부족, 물가상승이 이어지면서 북한 경제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2011년에 들어와서는 지방은 물론이고 평양조차 배급이 끊어져 북한주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져 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올 1월에는 추위와 굶주림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고 합니다. 2011년의 식량난은 1990년대 중반 수백만 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 시절보다 더 심각하여'고난의 초 강행군 시기'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이대로 가면 북한 주민들 중 또 다시 수백만명이 아사할 지도 모릅니다.

북한의 식량난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진 근본 요인은 물론 계속된 자연재해와 북한 농업정책의 실패로 시작된 것이지만,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지난 3년간 북한주민들이 겪는 이런 고통을 외면한 것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최근 다급해진 북한은 미국 등 국제사회에 식량지원을 호소하였고 중국에 철광, 석탄 등 가공하지 않은 원자재를 무조건 수출하는 등 식량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주민의 기아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것같습니다. 이런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접한 한국정부는 북한식량지원을 검토하면서도, 여전히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만 식량을 지원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고, 우리 인류의 양심상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에 아사 위기에 있는 북한동포들에게 인도적인 입장에서 식량을 지원할 것을 촉구합니다. 게다가 북한 주민들은 우리와 같은 피를 나눈 동포입니다. 그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그 어떤 정치적 이유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얼마 전 우리는 구제역으로 350만 마리의 생명들이 생매장되며 무참히 죽어가는 슬픈 현실을 보았습니다. 말 못하는 짐승들이 그렇게 죽어가는 것을 볼 때도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흐르는데, 어찌 같은 사람이고 동포인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가는 것을 알고도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모든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늘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저희 종교인들은 더 이상 북한 주민들의 죽음의 행렬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저희 종교인 모임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정부가 북한 주민을 위하여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즉각 재개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며, 나아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주길 바랍니다. 민간단체들 또한 북한 식량난의 시급함을 인식하여 대북인도적 지원을 즉각 재개하여 주시길 바라며, 정부는 민간단체들의 지원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북인도적 지원을 전면적으로 허용해주시길 바랍니다.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임과 동시에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며, 민족통일을 앞당기는 일입니다. 식량지원을 통해 북한주민의 마음을 사는 것은 통일을 준비하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저희 종교인 모임은 민족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이 올 수 있도록 사랑을 실천하고, 화해와 평화 정착의 사명을 수행하도록 최선을 다하면서 하루하루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겠습니다.

2011년 4월 12일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태그:#대북 인도적 지원, #북한 식량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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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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