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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4월 9일 오후 5시]

이집트 국민들이 다시 일어섰다.  지난 두 달간 군최고위원회를 지켜본 끝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던 <카이로의 봄>의 정신이 이전보다 더 단단하게 무장되었다.

금요일인 어제(4월8일)은 모처럼 수십 만 명의 시민들이 타흐리르에 운집했다.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왔고 군 최고위원회에 의해 번번이 묵살돼 온 '무바라크 기소' 문제가 이날 시민투쟁의 목적이었다. 시민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 더 이상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사실 그동안 '이집트는 혁명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든지 '무바라크 퇴진 이전보다 더 끔찍하다'는 따위의 흉흉한 분위기가 이집트 전역에 팽배해 있었다.

"느린 개선은 무개선이다!"

이날 더 데일리 뉴스 이집트는 '시민들 사이에 군정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기 일보직전'이라고 보도했다.

또 알 마스리 알 윰 보도에 따르면, 제1야당에서 어쩌면 앞으로 제1 여당이 될지도 모를 무슬림 형제단에서는 이슬람에 유리하도록 개정된 헌법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또한 '무바라크를 법정에 세우지 않겠다'고 공표한 정부의 편에 서는듯한 태도로 돌변하여 '혹시 당이 군최고위원회와 '모종의 음모'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번지자 지난 4월3일 결국 당내 가장 전도유망하며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리더 두 사람이 자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무바라크 기소를 끊임없이 외치는 엘바라데이가 타임즈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후보에 이집트인으로는 유일하게 오른 사실도 정부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엘바라데이는 지난 개헌안 국민투표일에 무바라크 추종자들로부터 테러를 당해 투표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한결같은 목소리로 무바라크를 기소하라고 외쳤고, '30년 부패의 책임자는 전직 관료들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못박았다.

사실 엘바라데이가 이집트 국내에 많은 지지층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 외국생활로 국내 매스컴보다 트위터와 페이스 북 등 인터넷 매체를 통해 꾸준히 자신의 소견을 피력해 온 그는 인터넷 사용이 생활화된 젊은 층의 '정치적 사고'를 이끌고 있다.

또한 외신마저도 이집트 군정권의 인권유린과 반민주화행위를 지탄하기 시작했다. 어제 타흐리르의 시민들이 정부에 대한 불신을 터뜨렸을 때에는 무려 8명이나 되는 군장교들이 시민들의 편으로 돌아서서 시위에 합류하기에 이르렀다고 알 마스리 알 윰은 보도했다. 그리고 이 기사는 9일 오후에 삭제되었다. 이집트에서 가장 진보적인 신문인 알 마스리 알 윰은 지난주 약 이틀 간 인터넷판을 발행할 수 없었지만 어떠한 설명도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무바라크를 법정에!"

이 절실한 요구는 카이로를 비롯하여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등 이집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시민들은 이날(4월8일)을 '청산의 날'로 명명했다. 아울러 군당국에 '이집트 국민의 이름으로 무능한 탄타위 군 최고위원장의 퇴진요구'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금요일 전국시위가 토요일까지 이어졌다. 이미 군이 투입되었고 벌써 십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여러 방향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는 이집트 군최고위원회의 행보를 외신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단지 그가 감추어둔 돈 때문에 무바라크를 기소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또한 그의 손에 묻힌 피의 죄를 밝히려는 것이다."

무슬림과 크리스찬들이 화합을 공언하며 회동했던 무슬림 지도자 중 한 명인 사홧 알 히가지는 알 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군최고위원회 (SCAF)는 전 집권여당이었던 NDP의 이브라임 카멜을 비롯한 몇몇 소속위원들에 대한 체포령을 내렸다. 이들에게는 지난 2월2일 타흐리르광장에 '낙타를 탄' 깡패들을 동원했다는 혐의가 씌워졌다. 그동안 '국가를 지키기 위하여 NDP의 자취를 그대로 따르겠다'고 공언했던 정부의 변화된 모습에 이집트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정부가 NDP 의원들에 대한 체포령을 발표하자마자 무려 1500여 개의 댓글을 달아 놀라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정부의 '구정권인사 청산'작업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소한 뭔가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인 것이다.  이집트 국내의 치안을 유지하기에 그동안 어쩔 수 없는 인권침해가 저질러졌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이집트 군부가 지금까지의 행동을 반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한 달여를 '기다려준' 시민들에게 군최고위원회는 더 이상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네이버의 <마담 아미라의 이집트여행> 카페에도 실립니다



태그:#무바락, #탄타위최고위원장, #이집트, #타흐리르광장, #서주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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