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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슬픔이 맺히다 맺히다 우울증이 왔나 봐.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어. 화장품 팔러 다니면서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걸어 다니다 보니 늙어서 관절염이 왔지 뭐야. 이 다리가 얼마나 쑤시고 아픈지. 잠도 오지 않고 몸도 아프고 그럴 때면 애들이 더 그리워. 그래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들 이름을 크게 불러본다고.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이렇게 말이야." (임현순 할머니)

삶이 주는 서러움에 아들을 불러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움직이는 것은 자신과 그림자뿐인 집에서 홀로 산지 10여 년. 젊은 시절부터 갖은 고생을 하며 얻은 관절염과 고혈압, 최근에는 우울증까지 겹쳐 매일 한 주먹씩 약을 먹지 않으면 통증과 우울함에 잠을 이룰 수 없다는 임현순 할머니. 사회복지 단체의 지원이 없다면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처지다.

<오마이북>에서 펴낸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는 임현순 할머니처럼 외롭고 가난하게 살고 있는 독거노인 12명을 인터뷰한 책이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김혜원씨가 지난 2009년 9월부터 3개월간 12명의 독거노인들을 만나고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인터뷰 기사들을 책으로 묶었다.

독거노인 100만 가구... 무슨 사연 있을까?

<나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나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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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만 65세 이상의 독거노인 가구수는 100만이 넘었으며 매년 약 5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이들 중 2/3 이상이 월평균소득 5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이며 전체 독거노인의 1/4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한다. 임현순 할머니 같은 독거노인들은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우리의 이웃인 셈이다. 이들의 외로운 삶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책에 등장하는 독거노인들의 삶은 구체적이고 묵직하다. 세월의 무게에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함께 겪었던 세대의 나직한 토로에서는 못 배우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 원치 않았던 결혼과 결혼의 실패, 여자가 똥지게를 져 가면서까지 남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았던 기억, 자식 하나 보고 힘들어도 버텼건만 결국 자식에게 버림받거나 자식을 떠나보내야 했던 슬픔, 지하 월세방에서 초라한 살림을 꾸리며 사는 힘든 현실에 대한 자책과 혼자된 외로움들이 진하게 묻어난다.

복지단체에서 받은 도시락 하나를 아껴서 이틀 동안 먹는 할머니도, 20년 동안 라면에 의지에 살았다는 할아버지도 있다. 이들은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영하 10도의 추위를 견뎌내고, 한 달 수입이라고는 8만4천 원의 노령연금뿐이라 약도 제대로 못 먹고 통증을 참아내기 일쑤지만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나도 가진 것은 없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한다.

"너무 고마워. 나같이 냄새나고 구질구질한 늙은이를 누가 이렇게 찾아와주나. 그래도 사람 집에는 사람이 드나들어야 사는 것 같은데. 쌀도 좋고 김치도 좋지만 아무것도 안 가져와도 좋아. 그냥 한 번씩 얼굴이나 보여줘. 그래, 이제 가면 또 언제 오려나? 늙은이 잊지 말고 자주 찾아와." (박복례 할머니)

독거노인 문제, 사회 전체의 관심과 의지가 필요해

<나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저자인 김혜원 시민기자
 <나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저자인 김혜원 시민기자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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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김혜원씨는 책 속에서 독거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일선 사회복지사들의 입을 빌려 어두운 방 안에서 혼자 외롭게 사는 그들의 삶이 미래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점점 벌어지는 빈부격차와 높은 실업률,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노인 인구,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지 않는 복지수준 등 마땅히 기댈 곳 없는 불안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독거노인은 어쩌면 당연하기 쉬운 미래라는 얘기다.

김씨는 "독거노인들에게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자존감을 높여주는 정신적 지원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책의 뼈대가 된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연재되는 동안 저자의 이메일 계정과 독거노인들의 후원창구가 되었던 사회복지법인 '우양재단'에는 노인들을 돕고 직접 찾아 위로하고 싶다는 누리꾼들의 관심이 쇄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 한 몸 챙기기 바쁜 요즘의 한국사회에서 적절한 촉매 없이 이런 온정들이 꾸준하게 이어지기란 쉽지 않다. 외로이 사는 배고픈 독거노인들에게 관심과 정을 요구하는 이 책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한편, <오마이북>은 오는 20일 오후 7시부터 저자인 김혜원씨와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출판기념회 및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 독자들이면 선착순 50명에 한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 [클릭] <나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저자와의 대화 신청하기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 독거노인 열두 명의 인생을 듣다

김혜원 지음, 권우성.남소연.유성호 사진, 오마이북(2011)


태그:#김혜원, #나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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