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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 대나무 숲길을 걸으며...
 죽녹원 대나무 숲길을 걸으며...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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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으로 간다, 한사코 성근 대숲으로 간다

담양하면 정자, 대나무, 떡갈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등등이 떠오른다. 담양이라는 지역은 풍족하고 여유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정자와 풍류가 어우러진 곳. 그곳으로 간다. 대나무 숲길을 걸어보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걸어보고 싶다.

담양시내로 들어서서 죽녹원을 찾아간다. 죽녹원에 가면 산책을 하면서 싱그런 바람과 댓잎 우는 소리를 즐길 수 있다. 입구는 홍살문(?)에 죽녹원이라는 현판을 달았다. 죽녹원은 약 16만㎡에 울창한 대나무 숲을 조성하여 죽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공원이다. 숲에는 2.2㎞의 산책로를 조성하고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죽녹원은 다른 공원처럼 요란하지 않다. 편의시설이라고는 전망대와 작은 전시관이 전부다. 대나무 숲길을 만들고 군데군데 정자나 긴의자가 있어 쉬었다 갈 수 있게 하였다. 매표소를 지나 계단에 올라서면 2층 형태의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담양읍내가 내려다보인다. 담양천이 흐르고 관방제림 숲길이 흘러간다. 전망대 뒤로 대숲이 펼쳐진다.

죽녹원은 16만평방비터의 대나무 숲에서 죽림욕을 즐길 수 있다.
 죽녹원은 16만평방비터의 대나무 숲에서 죽림욕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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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으로 간다
대숲으로 간다
한사코 성근 대숲으로 간다.

신석정 시인은 <대숲에 서서>라는 시에서 대숲으로 간다고 노래했다. 나도 대숲으로 간다. 대숲에는 길이 있다. 막 들어서면 '죽마고우길'부터 '운수대통 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까지. 대숲을 걸으면 기분이 좋다. 아직 이른 봄이라 찬바람이 가시지 않았지만 대숲의 싱그러움이 너무나 좋다.

대쪽 같은 사랑, 영원하길…

숲으로 들어서면 바람이 들지 않는다. 대나무 아래서 자라는 녹차는 겨우내 힘들었나 보다. 싱싱해야할 잎들이 바짝 말랐다. 대숲 위로는 바람이 분다. 댓잎 부딪치는 소리. 사라락 사라락? 싸아아아아? 사각사각? 참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소리다. 댓잎 부딪치는 소리는 마음을 맑게 한다. 기분이 상쾌하다.

숲길에서 만난 반가운 사진. 노무현 대통령도 방문했단다.
 숲길에서 만난 반가운 사진. 노무현 대통령도 방문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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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은 군데군데 영화며 드라마 촬영장소다. 그곳에서 발길을 멈추고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해본다. 위를 올려다보면 대나무 사이로 작은 하늘이 열린다. 그 좁은 공간으로 환한 하늘이 너무나 좋다. 대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햇살이 반짝거린다.

"사랑이 변치 않는 길도 있네."

'사랑이 변치 않은 길' 표지판 앞에서 연인들은 무척 좋아한다. 사랑은 확인해보고 싶은 것? 사랑이 변치 않을 거라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으로 거침없이 걸어간다. 길 가 대나무들은 사랑의 서약을 하는 장소가 되었다. 대나무 기둥마다 행복한 낙서로 가득하다. 그 사랑 영원하길 바란다.

대나무 숲길에는 사랑이 변치 않는 길도 있다.
 대나무 숲길에는 사랑이 변치 않는 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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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맹세를 대나무 기둥에 새기고
 사랑의 맹세를 대나무 기둥에 새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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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끝에는 죽향문화체험마을이 있다. 소쇄원 광풍루와 명옥헌 등 담양의 정자를 복원해 놓았다. 하룻밤 쉬어갈 수 있는 집도 있다. 유명 오락프로그램에서 하룻밤 묵어갔다는 표지판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즐겁게 보았던 프로그램이 연상되면서 웃음이 절로 나온다. 다시 대숲을 걸어서 출구로 나온다.

담양의 맛, 대통밥과 떡갈비

쉬엄쉬엄 걷다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배가 고프다. 무얼 먹을까? 담양 왔으니 담양의 유명한 음식을 먹어야지. 담양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대통밥과 떡갈비. 식당을 찾아간다. 여기저기 떡갈비며 대통밥을 한다는 식당들이 많다.

대통밥은 대나무 통에 쌀과 잡곡 등 견과류를 넣고 찐 밥이다. 밥그릇이 대나무통이다 보니 대나무 향이 난다. 국으로는 죽순된장국이 나온다. 된장 맛이 시원하다. 해물탕에 넣는 미더덕을 넣어서 그런가 보다. 죽순이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좋다. 오감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제육볶음과 알이 찬 조기구이도 곁들인다.

담양의 맛, 대통밥과 떡갈비
 담양의 맛, 대통밥과 떡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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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비도 먹어본다. 떡갈비는 갈비를 다져서 갖은 양념을 버무려 떡처럼 구워놓은 음식이다. 먹기에 좋다. 야채에 싸서 먹으니 맛이 좋다. 다 먹은 대통밥 통은 가져갈 수 있다.  필통으로 쓰면 좋겠다.

절집은 없어지고 탑과 당간만 지키고 있다

담양에 오층석탑과 석당간이 있다는데. 여기저기 찾아보다 길 가에 서있는 담양읍오층석탑을 발견한다. 아! 아름답다. 평범한 삼층석탑이 아닌 오층석탑이다. 하늘로 상승감을 극대화시킨 오층석탑은 날렵한 멋이 있다. 백제계 양식이 남아있는 탑.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상륜부가 유실된 게 조금 아쉽다.

길 건너편으로 석당간(石幢竿)이 있다. 대부분 당간은 기둥이 없어지고 지주만 남았는데, 담양읍석당간은 원형이 그대로 남아있다. 꼭대기에 삼지창까지. 아래는 돌로 만들어지고 윗부분은 쇠로 만들어졌다. 상륜부는 녹이 심하게 슬어 오래 가지는 못할 것 같이 위태롭게 보인다. 마지막 남은 풍경 하나가 바람에 하늘거린다.

보물 제506호로 지정된 고려시대 담양읍오층석탑(潭陽邑五層石塔), 높이 7m
 보물 제506호로 지정된 고려시대 담양읍오층석탑(潭陽邑五層石塔), 높이 7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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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505호로 지정된 담양읍석당간(潭陽邑石幢竿) 높이가 15m다. 당간(幢竿)이란 절에서 불교의식이 있을 때 내걸었던 당(幢)이라는 깃발의 깃대를 말한다.
 보물 제505호로 지정된 담양읍석당간(潭陽邑石幢竿) 높이가 15m다. 당간(幢竿)이란 절에서 불교의식이 있을 때 내걸었던 당(幢)이라는 깃발의 깃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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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이곳에는 상당한 규모의 절집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지금은 석당간과 석탑만 남아 있다. 그나마 가운데로 도로가 나서 절터의 고즈넉한 맛도 느낄 수 없다. 도로라도 우회하여 석탑과 석당간만이라도 한 울타리에 넣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사람들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로 간다. 가면서 주차할 곳이나 있을까 걱정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다. 길 가로 주차장이 잘 되어있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국도 24호선이었는데, 길을 새로 내면서 옛길이 되었고, 그 길은 차가 다니지 않는 아름다운 길이 되었다.

메타세쿼이아는 원래 중국 원산으로 조경용으로 개량된 나무다. 나무가 빨리 자라고 나무형태가 삼각형이 된다. 가로수로 심어 놓으면 도로 위로 나무터널이 된다. 가로수 길에 줄지어 서있는 나무는 1970년대에 심은 것이라고 한다. 기껏해야 40년 정도 되었는데 하늘을 덮는 울창한 나무로 자랐다.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사람들과 어울려 더욱 아름답다.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사람들과 어울려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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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에는 영화나 드라마 한 장면을 사진으로 전시해 놓았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에는 영화나 드라마 한 장면을 사진으로 전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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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싱싱한 길이 아닐지라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여전히 아름답다. 애들이 뛰어 놀고,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걸어간다. 차가 다니지 않은 길은 사람과 자전거로 채워져 느리게 가는 길이 되었다. 그 길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다.

낙엽이 져버린 가로수 길. 허전할 것이란 생각을 갖고 찾아왔는데 그 길은 쓸쓸하지가 않았다. 길은 사람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가수 박인희가 부른 <끝이 없는 길>이라는 노래를 절로 흥얼거린다.

길가에 가로수 옷을 벗으면
떨어지는 잎새 위에 어리는 얼굴
그 모습 보려고 가까이 가면
나를 두고 저 만큼 또 멀어지네
아~ 이 길은 끝이 없는 길
계절이 다 가도록 걸어가는 길~♬

덧붙이는 글 | 3월 12일 풍경입니다.



태그:#죽녹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대통밥, #떡갈비, #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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