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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3월 독서회선정도서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김선주/한겨레출판 임다.'

한겨레출판사, 김선주 지음
▲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한겨레출판사, 김선주 지음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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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 날 문자가 날아왔다. 난 남산도서관 독서모임 <함지박>에 3년 째 동참 중이고, 올해 첫 책에 대한 정보가 날아온 것이다. 일주일의 시간 여유를 두고 미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보니 이번 최승숙 사서선생님은 준비가 철저한 것 같다. 뭔가 충동적으로 일을 해결하는 편이 아닌지라, 앞일을 미리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은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이런저런 일로 다른 책들을 읽느라 그 책을 다 못 읽었고, 3월 3일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읽었다. 대부분의 내용은 <한겨레>를 통해 읽었던지라 내용파악에는 별 어려움 없었으나, 정독하여 내 맘속에서 고인 생각을 퍼 올리기엔 무리가 있었다. 첫 모임이라 그런지 다른 회원들도 비슷하여 우린 세 꼭지의 본문을 소리 내어 읽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함지박 모임 회원들의 연령대는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이다. 자녀들이 대학생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하다. 남산도서관은 평생학습관을 이용하듯이 나이와 상관없이 배운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이 모임을 통해서 스스로 변화하며 삶을 꾸려가는 것 같다.

내겐 이 독서모임도 중요하지만, 남산도서관에 빠지지 않고 오는 첫 번째 이유가 있다. 바로 '남산'에  오기 위해서다. 서울에 살면서 나이가 들수록 점 점 더 서울을 사랑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산과 강과 박물관 덕분이다. 북한산과 남산 아차 산을 사랑하고, 한강을 사랑하고, 고궁과 여러 종류의 박물관을 사랑한다. 남산에 벚꽃이 피면 가족들과 함께 꽃놀이를 하러 올 수 있다는 것도 아주 즐거운 일이다. 함지박 모임 덕분에 매월 한 번씩 남산에 올 때마다 도서관 주변을 산책하고 열두 달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아주 좋다.

이날 하루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으로 독서모임을 하고, 회원들과 점심을 먹거나 차담을 나누거나 한 후 혼자서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이동시간까지 5시간이 채 안 된다. 그러나 이 5시간 동안의 시간은 내게 휴식을 주고, 새로운 책에 대한 안내를 해 주고,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게 해주고, 하늘과 산과 바람과 나무가 들려주는 소리에 위로를 받았다. 그렇기에 이 시간은 내가 일상 속에서 해야 하는 일들을 힘들어 하지 않고 해 낼 수 있는 자신감을 준다. 그래서 아주 급한 일이 생긴 것이 아니라면 내게 있어 이 모임은 가장 우선순위에 올라있다.

함지박모임의 회원들의 독서 수준은 상당한 내공이 있다. 책을 참 좋아하는 사람들이며, 책 속에서 배운 지식을 실생활의 지혜로 바꾸는 현명함도 가지고 있으며, 나는 그런 면면들을 접할 때마다 보고 배운다. 나 역시 이 독서치료 모임덕분에 스스로 많은 변화를 느낀다.

올 해 책 목록은 다음과 같다.

3/3 일상/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김선주, 한겨레출판사
4/7 교양/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김영사
5/12 자존감/동화 밖으로 나온 공주/마샤 그래도, 뜨인돌
6/2 독서법/리딩으로 리드하라/이지성, 문학동네
7/7 자녀/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존 가트맨, 한국경제신문사
8/4 생각/ 생각 버리기 연습/코이케 류노스케, 21세기북스
9/1 행복/행복의 정복/버트런드 러셀, 사회평론
10/6 체험/행복수업/최성애, 해냄출판사
11/3 경제/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부키
12/1 감정/화의 심리학/비벌리 엔젤, 용오름

남산도서관 독서상담실 창문을 통해서 보는 나무는 그림같다. 창문은 액자가 되어 열두 달의 변화를 보여준다. 나는 그 창문을 통해 밖을 보면서 '내게 언제까지 이 자리에서 저 풍경을 볼 수 있는 행복이 주어질까' 생각하곤 한다. 도서관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으면, 이 강의실로 들어와 창문을 통해 저 풍경을 볼 일도 없어지리라. 그래서 나는 이 순간이 정말 좋아 사진으로나마 추억을 남겨 본다.
▲ 남산도서관 독서상담실 창문으로 본 나무 남산도서관 독서상담실 창문을 통해서 보는 나무는 그림같다. 창문은 액자가 되어 열두 달의 변화를 보여준다. 나는 그 창문을 통해 밖을 보면서 '내게 언제까지 이 자리에서 저 풍경을 볼 수 있는 행복이 주어질까' 생각하곤 한다. 도서관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으면, 이 강의실로 들어와 창문을 통해 저 풍경을 볼 일도 없어지리라. 그래서 나는 이 순간이 정말 좋아 사진으로나마 추억을 남겨 본다.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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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혼자 읽은 책과 여럿이 함께 하는 책은 전혀 다른 책이다. 그 두 부분을 경험한다는 것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지만 가장 큰 마음의 성장을 가져오는 길이 아닌가 한다.

중2가 된 큰 아이와 초등6학년이 된 둘째아이. 지나간 겨울방학 특별 이벤트로 독서활동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큰 아이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세 시간 씩, 읽어 온 책을 이야기 하고, 친구가 이야기 해주는 책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1월 2월 5차시를 진행했으며, 중1때보다도 이해도와 집중도가 좋아져서 진행하는 나도 재미있게 했다.

세 아이는 각자 집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100권의 책(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을 소장하고 있다. 작년에는 한 권의 책을 정해서 독서토론 식으로 진행을 했고, 올해는 각자 읽고 싶은 책 세 권을 선정해서 읽은 다음, 만나서 자신이 읽은 책의 저자와 줄거리와 알아야 할 서평 등을 말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세 권의 책을 말하고 다른 두 사람이 읽어 온 여섯 권의 책 내용을 듣는 것이니, 총 아홉 권의 책을 접하는 것이다. 들을 때는 중요낱말을 기록하며 듣는 식으로 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이 방법을 좋아했으며 혹 한 사람이 빠지더라도 모임은 진행이 되었고, 12월까지 날짜를 미리 정해 놓아 자신이 올 수 있는 날에 오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짧은 이야기들의 전편을 책을 통해 읽음으로 수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한 번의 모임은 항상 세 시간 정도가 필요하며 엄마들의 모임참석 강압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 하는 자발적인 것도 들어가기에 학원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함지박 모임 활동을 하기 이전부터 아이들을 위한 독서모임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지만, 내가 함지박 모임을 경험하면서부터 아이들 모임에도, 좀 더 다른 자유로움과 15세 청춘들을 이해하는 너그러움의 색을 입히게 된 것 같다. 내년이면 이팔청춘인 16세가 되니 이 모임을 통해서 인생의 길을 잘 찾아가는 나침반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이들의 모임을 진행하는 나 역시 함지박을 통해 10권의 책으로 공부를 더 하면서 다른 회원들의 지혜로움도 잘 보고 배우고 싶다. 집에 와서 다시 찬찬히 읽은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지나 온 시간정리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고 나서 이 책을 남편에게 건네줬다. 내일 저녁이면 식탁에서 아마도 우리들이 생각하는 (이별 뿐 만이 아니라) 예의가 필요한 모든 부분의 이야기가 나오리라.


태그:#남산도서관, #함지박, #이별에도 예의가 있다, #중학생독서모임, #서울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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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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