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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월 9일 외교통상부를 대상으로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청구내역은 FTA 체결절차에 나와있는 협상 전 추진위원회 실무회의 회의문건과 협상 중 및 협상 후 대외경제장관회의 보고문건이었다. FTA 체결절차는 대통령 훈령으로 정해져 있어 강제성은 없지만 내규와 같은 지위를 가진다.

 

정보공개센터가 이 같은 정보공개청구를 한 이유는 졸속으로 평가받는 재협상 결과가 도출된 경위를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해당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2월 18일에 비공개 결정을 내리고 회신을 보내왔다. 우선 협상과 관련한 추진위원회 실무회의 문건에 관한 공개청구에 관해서는 "추진위원회에 관한 회의가 개최되지 않아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보 부존재로 비공개 사유를 밝혔으며 대외경제장관회의 보고문건은 공개될 경우 국익을 해할 수 있는 대외비라는 이유로 비공개처리가 되었다. 그 대신 외교통상부는 외부에 공개가 가능한 현안보고문건 두 개(재협상 전 현안보고와 재협상 후 현안보고)를 덧붙여 보내왔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우리는 최소한 비판 가능한 잠정적인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외교통상부와 정부가 FTA 재협상을 추진하면서 구체적인 전략을 구상하지 않았으며 체결 전 절차조차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략을 검토하는 추진위원회의와 실무추진회의는 개최되지 않은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외교통상부가 보내온 재협상 전과 후의 현안보고를 비교하면 이러한 졸속성이 더욱 확실해진다. 재협상 전의 현안보고에서 한국은 어떠한 요구사항이나 전략이 존재하지 않으며 "양국 경제·통상관계의 중요성, 한·미 FTA의 경제적·전략적 혜택 등을 감안하여, 상호 수용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미측과 계속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추상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을 따름이다.

 

협상의 내용이 아니라 FTA 체결자체만 쫓는 그동안의 모습을 잘 대변해 준다. 그리고 재협상 후 현안보고에는 "관세환급 제한 삭제, 세이프가드의 심각한 피해(serious damage) 발동요건 삭제, 돼지고기 관세철폐 일정 연장내용 개선, 허가·특허 연계 3년 이행 유예, 우리 기업 미국 주재원 비자 기간 연장"이 협상단의 주장이라는 대목이 갑자기 등장하고 있다. 정말 전략을 세우긴 하고 협상에 임했던 것인지, 혹은 미국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던져준 조건들을 그냥 받아온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한미 FTA 재협상에 관한 정보공개청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2월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외교통상부에 한미 FTA 재협상 합의요지에 대해 정보공개를 요구했으나 외교통상부는 이를 양국의 신뢰와 국익을 근거로 합의요지는 대외비에 속한다며 정보공개요구를 거부한 바가 있다.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외교통상부의 천박한 인식과 폐쇄성이 잘 드러나는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은 정보를 공개하는데 소극적이지만 외교통상부는 정보공개에 대해 특유의 폐쇄성을 보인다. 외교관계는 아니, 통상협정은 왜 꼭 대외비가 되어야만 할까? 특히 안보가 아닌 경제 부분의 사안들까지 모두 비공개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국익을 이유로 관련 정보를 비공개하며 가져온 협상의 결과는 참담하기만 했다. 폐쇄성을 없애고 전문가들의 견해와 충고 그리고 반대측의 논리까지 귀담아 듣고 반영했다면 재협상의 결과는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FTA는 경제적인 환경자체를 변화시킴으로 국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FTA가 담고 있는 내용과 앞으로 나타날 사회경제적 효과이다. 체결여부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성급함의 결과는 자칫 돌이킬 수 없이 파괴적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미 FTA, #재협상, #추가협상 , #정보공개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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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공허한 공포를 떠올린 나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어디건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기로 결심했다"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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