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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정왕동 300여 상인들의 분노의 함성소리가 높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시 위생과의 주류 판매 단속에 적발된 상인들에게 형사 처분은 물론이고 시에서도 과태료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천만 원까지 부과되고 있기 때문.

 

불법행위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것은 행정기관의 당연한 행위지만, 상인들은 시흥시와 세무서가 잘못하고서 그 잘못을 힘없는 자신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즉 상인들은 자신들의 식당에서 판매하는 주류가 불법이라고 처벌 받는 것은 법을 몰랐던 자신들 잘못도 있지만, 행정지도를 소홀히 한 시흥시의 책임은 물론 주류 판매 허가를 내준 세무서의 행정착오에 더 큰 원인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흥 세무서는 식당을 개설한 상인들에게 주류판매신고 번호가 부여된 사업자등록증을 교부한 바 있다. 하지만 시흥 세무서는 이 지역에서 주류 판매는 불법이라는 민원이 제기되자 뒤늦게 관련법을 살펴본 후 기존의 사업자등록증을 회수한 후 주류 판매를 불허하는 새로운 사업자등록증을 정정해 교부하면서 갈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세무서와 시흥시청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문제가 되고 있는 시흥시 정왕동 1400~1800번지 일대의 경우 제1종 근린생활시설 지역으로 주류 판매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식당은 292개소이고 이중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 분식점 등을 제외할 경우 250여개 업소에 이른다. 해당 상인들로서는 이 같은 법적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지만, 10여년 이상을 장사를 해오면서 주류 판매를 병행해 왔는데 하루아침에 주류 판매가 금지 되면서 손님 발길이 뚝 끓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벌금과 과태료 폭탄을 맞고 있기에 억울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지정 개발된 정왕동

 

민원이 일고 있는 시흥시 정왕동 일대는 지난 1993년 수자원공사에서 시화지구 약 7133㎡, 4000필지를 조성하여 개발하면서 주택단지 총 6개 블록 중 한 블록(61블록)을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원주민에게 제공하고 이를 제외한 5개 블록(52, 53, 54, 60, 62) 3200가구를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지정 개발했었다.

 

근린생활시설은 지역 주민의 일상생활에 매우 필요한 시설로서 필요성 정도에 따라 제1종 및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된다. 제1종 근린생활시설은 휴게음식점, 슈퍼마켓, 세탁소, 의원, 미용실, 탁구장 등이며 제2종 근린생활시설은 일반음식점, 금융업소, 사진관, 고시원, 노래연습장 등이다.

 

즉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지정된 지구에 들어선 '휴게음식점'은 음식은 팔 수 있지만 주류 판매는 불허된다. 이에 반해 제2종 근린생활시설에 들어서는 음식점은 '일반음식점'으로 주류 판매가 자유롭게 허용된다. 문제가 되고 있는 정왕동 지역의 경우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서 '일반음식점'이 아닌 '휴게음식점'이기에 주류 판매는 명백히 불법이 되는것.

 

불법을 저지르고서도 상인들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주류 판매가 불허되는 지역에서 주류 판매는 명백히 잘못이다. 그럼에도 상인들이 자신들은 억울하다고 하소연 하는 데에는 행정담당자의 업무착오와 행정의 비일관성에 기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보은 정왕동상인연합회 비상대책 위원장(이하 비대위 위원장)은 "시화 주택단지가 조성된 1993년 이후 2007년 까지 세무서 담당자가 이 지역에서 사업장을 개시한 상인들에게 사업자 등록증에 주류 판매신고 번호를 부여해 교부 해준 게 총 301개로 추산된다", "2007년 바뀐 담당자가 이 문제를 인식하고 주류판매번호 부여를 일시 중단하였고 이에 강하게 항의하는 신규사업자에게는 2008~9년도에도 일부 발급해준 사실이 확인된다. 그중 지금까지 남아 있는 업소수가 1월 15일 기준 44개다"며 현황을 설명했다.

 

임 비대위 위원장은 계속해서 "44개 업소에 대해 시흥 세무서는 지난 1월 기존의 사업자등록증을 회수한 후 주류판매번호를 취소한 정정된 사업자등록증을 교부한바 있어 해당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폐업한 업소를 제외하고도 현재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나머지 150여 업소의 경우에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상인들이 이곳에 들어오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불법적인 주류 판매가 전적으로 상인들의 잘못만으로는 돌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사업장을 개설할 당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이 일대가 장사가 잘된다는 말을 듣고 임대차 계약을 하지만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는 과정에서 세무서 시청 그 어느 곳에서도 주류를 판매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요식업 시흥지부에서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단속에만 걸리지 않으면 된다고 말해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한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속해서 "현재 사업주들은 대부분이 술파는 것이 당연한 줄로 알고 시설비 권리금 등을 수백 내지는 수천만 원을 투자하여 인수 영업해 오던 중 소수의 민원이 접수되었다고 이뤄지는 수시단속및 일제 단속으로 인해 행정처분과 과징금을 부과 당하고 있고 파출소에서는 현행범으로 체포, 고소, 고발당하고 있다."

 

"재수가 없는 일부 사업주는 7번이나 단속 또는 고발되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벌금과 영업정지에 처해지는 등 평범한 사업주가 하루아침에 범법자 전과자가 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렵게 시작하다보니 임대료나 유지비가 조금 더 싼 지역을 찾아 시작하게 된 게 죄라면 죄다. 이제라도 가능하다면 차라리 돈을 좀 더 빌려서라도 상업 지구에 가서 떳떳하게 영업하고 싶은 심정 간절하다"고 심경을 말했다.

 

 

정왕동 단속으로 상인들 폐업 속출

 

주류 판매 허가가 없을 경우 주류도매상으로부터 주류 공급을 받을 수 없는가 하면 마트 등에서 사온 주류를 팔다가 적발 될 경우에는 더 큰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이들 정왕동 상인들의 경우 지난 1월 세무서에서 주류 판매 허가 번호를 회수한 직후부터 정상적 주류공급이 중단돼 장사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단속이 강화된 이후 비대위가 집계한 자진휴업이나 폐업 업소는 40개가 넘는 걸로 파악되고 있다. 

 

정왕동 상인 최 아무개는 "그동안은 남아있던 술을 팔아서 유지를 해왔다. 몇몇 가게들의 경우 옆집에서 알음알음으로 가져다가 팔던지 그동안 술을 공급해 주던 도매상과의 안면으로 한두 짝 얻다시피 해서 팔고 있지만 이것도 한두 번이지 더 이상 길게 유지될 상황은 아니다"고 처해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62블록에서 고기전문점 '구워나 볼까'를 운영하고 있는 신명순씨는 "저는 주류허가번호가 있고 지금까지 장사를 열심히 해왔다. 그러다 갑자기 주류 판매 금지를 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나. 처음부터 주류 판매를 못하게 한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주류 판매를 하지 말라고 하니 누가 받아들이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규모 집회 나선 상인들... 시흥시 입장은?

 

시에서의 단속이 계속되자 이곳 정왕동 지역 상인들은 집단으로 항의에 나섰다. 이들 상인들은 지난 1월 31일 오전10시 시흥시청 브리핑 룸에서 이 같은 내용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데 이어 오전11시부터 오후2시까지 시흥시청 앞에서 1백여 명의 상인들이 집결한 가운데 '지구단위계획 재수립촉구 궐기대회'를 진행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고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의 요구사항은 "정왕동 영세 휴게업의 생존권을 보장할 것, 고의적 민원에 의한 휴게업 주류 판매 단속을 중단할 것, 업종제한을 완화하는 특별법(시 조례)을 제정할 것" 등의 3가지 였다.

 

한달여가 흐른 지금 현재, 이들 상인들의 입장은 조금 바뀌었다. 임 비대위원장의 표현을 빌자면 "누가(시흥시장님이), 왜(행정의 비일관성으로 이 지역에서 영업을 시작하게 된 영세상인의 생존권을 위해), 언제(지금 바로), 무엇을(지구단위 계획의 재수립을), 어떻게(2009년도 지구단위계획 수립시 부동산 PC방 카센타 등의 영업제한을 완화 했던 것처럼)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검토하여 추진하는 게 절실하다"는 것.

 

하지만 이 같은 상인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행정적으로 이 문제를 푸는 것은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 18일 시흥시 한 관계자는 "상인들의 요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주류 판매 허가가 공익적인 목적이 있느냐를 묻고 싶다. 1종 근린생활시설에서 술을 판매하는 것은 주거주민들의 민원을 살펴봐야 하는 측면이 있다. 즉 단독주택 내에서 발생 할 수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간단하게 추가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기반시설 문제가 전체가 검토되어야할 사항이기에, 민원이라고 해서 바꾸어 줄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들 상인들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주류 판매 음식점 영업이 가능하도록 해 달라'고 제기한 민원에 대해 21일 회신을 보내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회신을 통해 "시흥시가 지난 2009년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PC방등을 허용한 것은 위법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도시계획의 변경과 관련하여 관계 규정은 일관성과 신뢰성 유지를 위해 5년의 기한을 두어 변경 가능하도록 하게 되어 있어 추후 지역주민의 종합적인 의견과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당해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하여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회신했다. 

 

시흥세무서는 "일부 착오로 주류판매신고번호가 나간 것은 맞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정정교부를 다시 했다. 상인들의 민원에 대해 시와 지청 본청과 논의 중에 있다"면서, "그러나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세무서에서 이 지역 음식점에 주류 판매를 허가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왕동, #1종 근생, #세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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