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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경기도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4대강 사업으로 농지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한 농민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팔당유기농지 짓밟지마라'가 적힌 현수막과 농기구로 바리케이트를 설치했다.
 지난해 5월 경기도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4대강 사업으로 농지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한 농민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팔당유기농지 짓밟지마라'가 적힌 현수막과 농기구로 바리케이트를 설치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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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역전승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한순간에 농토를 잃을 위기에 처했던 팔당유기농단지 농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리했다. 이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소송에서 법원이 정부가 아닌 지역 주민의 손을 들어준 첫 번째 사례다.

15일 수원지방법원 제3행정부(부장판사 이준상)는 '두물머리 하천점용허가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부는 지난해 3월 4대강 사업 부지로 선정된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일대 농민들에게 내줬던 하천점용허가를 취소 처분했고, 이에 농민(공만석 외 12명)들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4월 양평군을 상대로 '하천점용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국가소유의 하천부지라 하더라도 농민들이 5~10년을 단위로 하천점용허가를 받아 수십 년 동안 농사를 지어왔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두물머리 일대 농민들의 하천점용허가는 2012년까지 내려진 상태였다.

4대강 유역 시민들이 제기한 '하천공사 시행계획 취소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일방적으로 정부 손을 들어줘 왔기 때문에 이번 소송을 낙관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하천법에 따라 하천점용허가를 철회할 수 있다 하더라도 농민들의 신뢰이익보다 비교우위량 판단에서 높다고 보기 어렵다"며 농민들이 지난 30년간 농사를 지어온 가치를 더 우선시 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한강살리기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이 점용허가를 시급히 철회할 만큼 공익적으로 우월하지 않다"며 "오랫동안 유기농을 하며 원고들의 신뢰이익이 쌓여 있어 점용허가 철회권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팔당지역의 경우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에서 우려를 표하고 유기농대회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 지역"이라고 밝혔다.

"2년 동안 가장 기쁜 날, 계속 농사짓는다"

지난해 5월 경기도 양수리 두물머리에 4대강 사업으로 농지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한 농민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청와대와 경기도청을 향해 도보순례 출정식을 개최한 가운데 팔당유기농보존대책위 유영훈 대표가 농지를 지킬 힘이 부족하다며 울부짖고 있다.
 지난해 5월 경기도 양수리 두물머리에 4대강 사업으로 농지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한 농민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청와대와 경기도청을 향해 도보순례 출정식을 개최한 가운데 팔당유기농보존대책위 유영훈 대표가 농지를 지킬 힘이 부족하다며 울부짖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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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동대책위원회(팔당공대위)'는 이날 공판에 참석한 농민들은 판결이 끝나자 눈물을 흘리며 서로 감싸 안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전했다. 유영훈 팔당공대위 대책위원장은 "2년 동안 싸우면서 이렇게 기쁜 날은 처음인 것 같다"며 "무리한 4대강 사업 진행에 제동이 걸렸다. 이 승리를 기반으로 반드시 두물머리를 지켜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송에 참여한 농민 김병인씨도 "정부와 경기도는 2012년까지 점용허가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팔당농민들을 내쫓기 위해 수질오염의 주범으로까지 몰아 억울했다"며 "유기농업이 자전거도로나 공원보다 공익적이라는 얘기를 들어 더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4대강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도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농민생존권을 위협하면서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이 명분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정치집단의 권력의지가 작용하는 사업에 대한 사법부의 소신 있는 판결로 해석된다"고 법원의 판결을 반겼다. 

팔당공대위 측은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정부의 하천점용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팔당공대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법원이 취소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한 이상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취소처분 효력이 정지되고 농민들은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부는 남한강 일대의 사업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4대강 사업의 주요 공정을 마무리 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

한편, 양평군 측은 즉시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태그:#4대강 사업, #4대강, #팔당, #유기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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