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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으로 낚시를 온 낚시객이 감성돔을 낚았다.
 섬으로 낚시를 온 낚시객이 감성돔을 낚았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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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은 감성돔의 계절이다. 가을철 풍부한 먹잇감을 섭취해 기름기와 함께 살이 듬뿍 오른 대물 감성돔은 조사들에게 설렘, 그 자체다.

나의 고향은 낚시포인트로 유명한 섬이다. 주로 감성돔과 돌돔의 군락지다 보니 사사사철 많은 외지인들이 이곳으로 몰린다. 예전에는 배로 낚시를 왔지만 지금은 다리가 놓여서 자가용을 타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낚시를 즐긴다. 참 세월의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곳 섬주민들에게 낚시꾼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낚시객들은 대부분 주민들에게 별로 달갑지 않은 손님들이다. 왜냐면 일부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로 섬이 몸살을 앓기 때문이다. 낚시 후 아무렇게나 버리고 간 쓰레기로 인해 선량한 조사들이 욕을 먹는다. 낚시객들의 주의가 더욱 요구되는 이유다.

지난 설날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 아버님의 산소에 들른 후 방파제로 나갔다. 예전에 이곳에서 아버지와 낚시를 함께했던 추억이 깃든 곳이다. 설날인데도 낚시를 온 조사들이 많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사들이 왔다간 자리에는 쓰레기가 가득하다. 심지어 낚시 후 미끼가 끼인 채로 버려진 낚시도 있다.

낚시꾼이 버리고간 낚시가 미끼가 끼인체로 방파제에 버려져 있다.
 낚시꾼이 버리고간 낚시가 미끼가 끼인체로 방파제에 버려져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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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방파제 끝에서 날갯짓을 하며 주위를 맴도는 녀석이 있다. 주벅새다. 이곳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철새인데 생김새가 귀엽고 날카롭다. 새는 날갯짓을 해대도 날지 못하고 자꾸만 꼬부라지는 모습을 폰카로 찍었다. 뭔가 이상이 있는 듯하다.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낚시꾼이 버린 낚시를 먹잇감으로 착각해 덥석 삼켜 버린듯싶다. 방파제에 널린 낚싯줄은 바위틈에 끼인 채로 묶여 있어 도망을 가지 못한 것이다. 감성돔을 잡고 난 후 버려진 낚시가 또다시 주벅새를 낚은 격이다.

주벅새가 날개를 활짝펴고 날개짓을 하지만 낚시줄에 걸려 도망을 가지 못하고 있다.
 주벅새가 날개를 활짝펴고 날개짓을 하지만 낚시줄에 걸려 도망을 가지 못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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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를 빼내려하자 주벅새가 손을 마구 쫓고 있다.
 낚시를 빼내려하자 주벅새가 손을 마구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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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를 빼내기 위해 입을 벌리려 하자 주벅새가 입을 안 벌리려고 버티고 있다.
 낚시를 빼내기 위해 입을 벌리려 하자 주벅새가 입을 안 벌리려고 버티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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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를 삼킨 주벅새가 입을 벌리고 있는데 벌려진 입사이로 낚시줄이 보인다.
 낚시를 삼킨 주벅새가 입을 벌리고 있는데 벌려진 입사이로 낚시줄이 보인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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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를 삼킨 지는 얼마 되지 않아 보인다. 가까스로 새를 잡아서 낚시를 빼 보려 안간힘을 다 써봐도 속으로 삼킨 낚시는 도무지 빠지질 않는다. 주벅새는 반가움인지 고통스러워서인지 자꾸만 손을 쪼아댄다. 낚시를 삼킨 후 두려움에 발버둥을 쳤는지 주둥이 속은 벌써 염증이 생겼다. 더 이상 낚싯줄을 잡아당겼다가는 창자가 빨려 나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낚시 빼는 것을 포기하고 낚싯줄을 끊었다. 줄을 끊자 새가 펄쩍 날아올랐다. 미쳐 잡을 시간도 없이...

구속을 벗어나 자유를 찾은 기쁨일까? 하지만 하늘로 날아오른 새는 얼마 못 살 것 같다. 집어삼킨 낚시가 창자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낚시꾼들이 무심코 버린 오물과 쓰레기는 환경을 오염시킨다. 또한 전혀 예상치 못하게 고통스럽게 바닷새를 죽인다. 주벅새를 낚아버린 낚시의 유혹처럼 이렇게...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주벅새, #낚시, #낚시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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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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