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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거 뭐야, 죽은 새 아냐?"

"아니야, 아직 살아있는데, 이거 보통 새가 아니라 매 같은데."

"매라고? 그럼 천연기념물이잖아, 빨리 연락해서 살려줘야 할 텐데..."

 

일행들 마음이 갑자기 급해졌다. 그러나 어디로 연락한단 말인가, 우선 생각난 곳이 119 구조대, 일행 한 사람이 전화를 하는 동안 쓰러져 있는 새를 살펴보았다. 새는 덩치가 상당히 컸다. 비둘기나 까치 정도가 아니라 커다란 씨암탉만큼 컸다. 내가 양쪽 날개를 감싸며 안아들자 눈만 말똥거리며 바라볼 뿐 반항을 하지 않는다. 탈진한 상태로 짐작되었다.

 

2월1일 오전 11경, 서울 강서구에 있는 개화산 산책길, 마을에서 미타사로 들어가는 좁은 도로가 내려다보이는 산길에서였다. 새는 두발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눈길 위에 엎드려 있었다. 우리들이 다가가자 겨우 머리만 쳐들고 쳐다보았지만 눈빛은 맹금류답게 날카롭다.

 

우선 양쪽 날개를 붙잡고 들어보았다. 오랜 굶주림으로 탈진한 때문인지 덩치에 비해 보기보다 너무 가볍다. 어디 다친 곳은 없나 살펴보았지만 외상은 눈에 띄지 않는다. 날개를 펼쳐보고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녀석은 눈만 깜박일 뿐 전혀 반항하는 몸짓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새의 자태는 정말 멋진 모습이었다. 양쪽 날개를 활짝 펼치면 1.5미터가 넘을 것 같다, 아래쪽으로 구부러진 날카로운 부리와 역시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새는 여간 늠름하고 멋진 모습이 아니었다. 힘을 잃고 우리들에게 몸을 내맡긴 녀석이 안쓰러워 한쪽 팔로 가만히 안아보았다.

 

"119 구조대에서 곧 온다는구먼, 저 아래 미타사 입구 도로에서 기다릴까?"

 

우리들은 새를 안고 아래로 내려가 미타사로 들어가는 좁은 도로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탈진한 것으로 보이는 새는 내가 안고 119 구조대를 기다리는 동안 순한 강아지처럼 얌전했다. 그래도 일행이 손가락을 눈앞으로 내밀면 방어본능이 발동하는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며 부리로 쪼려고 한다. 그렇게 15분이 지났을 무렵 119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119구급대원들은 조류의 구조는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지만 신고를 받았기 때문에 나왔다며 탈진한 새를 인수했다. 곧 관할 강서구청 공원녹지과에 연락해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었다. "잘 치료받고 힘내라~ 훨훨 날아라" 일행이 새를 구조대에 넘겨주고 돌아서며 격려하는 말이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야생조류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우리가 발견하여 구조를 요청한 새는 매가 아니라 말똥가리였다. 말똥가리는 매목 수리과의 맹금류 조류로 천연기념물은 아니었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보호조류에 해당했다.

 

오후에 새를 인수해간 강서소방서와 관할 강서구청에 확인전화를 해보았다. 잠시 후 강서구청 공원녹지과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근처 동물병원에서 X선 검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검진과 적절한 치료가 끝나면 야생조류보호협회로 이송하여 보호조치 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1월의 강추위 속에서 굶주림으로 탈진한 말똥가리가 빨리 회복되어 힘차게 날아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태그:#말똥가리, #119구조대원, #개화산, #강서구청,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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