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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6일 오전 서울 강북구 삼양시장 롯데마트 공사장 앞에서 '롯데마트 입점저지를 위한 강북 중·소상인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서울 강북구 삼양시장 롯데마트 공사장 앞에서 '롯데마트 입점저지를 위한 강북 중·소상인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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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재벌은 뭐든지 '통 크게' 하는 것이 특기인가요?  통큰 개점-통큰 치킨-통큰 노트북-통큰 주유소 논란에 이어 이번엔 중소 임차 상인에 대한 '통큰 내쫓기(계약해지)'로 시민의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필자는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에서 참여하면서, 온갖 중소상인의 애환을 접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잠실롯데월드쇼핑몰 임차 상인 수백여 명이 (주)롯데쇼핑에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당하고 쫓겨날 위기에 놓여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임차 상인들은 비대위를 결성하여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롯데와의 싸움이 너무도 힘겨워 보입니다.

작년 11월 서울 대학로에서 피자가게를 여는 것처럼 홍보하다가 기습적으로 SSM(슈퍼슈퍼마켓:전 '재벌슈퍼'라고 부릅니다)인 롯데슈퍼 대학로점 영업을 시작한 것을 비롯,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서는 '스시부페 개점 예정'이라는 문구를 게시하였다가 전격적으로 롯데슈퍼 원효로점을 개점하여 여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지역 중소상인과 뜻있는 시민에게 큰 충격을 준 '통큰 개점'이었습니다. 따지자면 이것이 이른바 '통큰 사태'의 시작입니다.

이어 그 유명한 '통큰 치킨'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최근에는 또 '통큰 주유소' 논란도 일으켰습니다. 그에 따라 중소상인, 지역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게 롯데 재벌의 주특기라는 중소상인과 시민사회의 지적도 커졌습니다.

통큰 개점-통큰 치킨-통큰 주유소... 그리고 이젠 '통큰 내쫓기'

그리고 이번엔  중소 임차 상인 '통큰 내쫓기'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잠실 롯데백화점과 롯데월드 사이에는 잠실월드쇼핑몰이 있습니다. 개별 상인이 쇼핑몰에 있는 점포를 롯데백화점과 롯데월드 등에게 임차해 영업을 하는 곳으로 약 240여 개의 점포가 있습니다.

1988년 최초로 임대할 당시에는 모두 450여 개의 점포가 있었으나, 롯데에서 일부 점포를 내보내고 롯데마트 등의 직영 매장으로 운영하면서 임차 점포수가 줄어들었습니다.

롯데는 매 1년(또는, 짧게는 3개월) 단위로 상인과 임대차계약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2008년 쇼핑몰 상가 전체 리모델링(제2롯데월드가 건립되면, 잠실역 주변을 이른바 '롯데타운'으로 만드는 게 그룹 차원의 계획이라고 함) 계획을 밝히면서 기존 상점을 직영 매장으로 운영할 뜻을 밝혔습니다. 롯데는 이런 이유로 상인과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기 시작했고, 2010년 8월경 계약이 만료된 60여 명의 상인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미 상인 80여 명이 롯데의 강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점포를 명도하고 다른 곳으로 이주했습니다. 또한, 롯데월드가 관리하는 대부분의 점포는 2010년 말 계약기간이 만료됐는데, 롯데월드에서는 계약기간 만료 및 '제소 전 화해 조서(소를 제기하기 전에 화해를 한다는 문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점포 명도를 청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롯데백화점이 임차 상인을 상대로 제기한 명도소송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입니다. 임차 상인도 롯데를 상대로 반소를 제기한 상태입입니다. 상인들은 "롯데는 1995년께부터 우리에게 광고비(매월 3만 원 상당)를 징수했지만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또 임대차계약 체결 후 롯데가 임의로 공유공간인 통로에 매대를 설치해 제3자에게 임대하여 이중으로 임대료 수입을 올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어 상인들은 "공유면적 축소로 임대료 및 관리비의 경감사유가 발생했는데도 종전 비용을 그대로 납부하는 등 불이익을 입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인의 반소 제기 여부와 무관하게 일정 시기가 지나면 명도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롯데는 "이 사건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등 법리적으로 불리할 것이 없다"는 입장으로 중소 상인과 협의를 거부한 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자료사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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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날 위기에 있는 임차 상인들은 "IMF 경제위기와 금융위기, 그리고 주변 아파트 대규모 재건축으로 임대료 내는 것조차 힘겨울 때 롯데가 '조금만 기다리면 상권이 회복될 것이니, 현재 장소에서 영업을 계속 해 줄 것'을 호소했다"며 "하지만 롯데는 상권이 활성화되자 갑자기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상권을 이용해 모든 이익을 챙기겠다는데, 이는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최근 롯데는 제2롯데월드 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아무런 보상없이 롯데쇼핑에 입주한 상인을 전부 내쫓는다면, 국민은 경제적 이익만을 앞세워 사회적 책임과 중소상인과의 상생을 외면하는 대기업의 행태를 비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젠 시민이 '통큰 저항'이라도 해야 하나

국가안보의 중대한 위험마저 감수하며 얻어낸 사업 허가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누리는 것도 모자라 더 많은 이익을 얻고자 오랫동안 상권을 형성, 유지해 온 상인을 아무런 보상없이 내쫓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롯데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사태를 계기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역시 다시 절실해졌습니다. 이미, 재작년 초에 발생한 용산참사에서 상가 임차인에 대한 보상규정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널리 알려졌지만, 권리금 보상과 같은 법적·제도적 개선 작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서는 임차 상인과 보상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 않은 상태에서는 퇴거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 개정을 떠나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도 롯데가 진행하고 있는, 일방적인 임차 상인 내쫓기는 국민의 지탄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나홀로 훈이'라는 별명을 가진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시가 관리하는 지하도 상가 임차상인을 한꺼번에 내쫓으려다 임차 상인과 극적으로 타협하여 사태를 원만하게 마무리한 바 있습니다.

롯데는 서울시의 전례도 참조해 중소 임차 상인을 일방적으로 내쫓는 일을 중단하고 즉시 타협과 상생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와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롯데가 이번 '통큰 계약해지'를 포함해 일련의 '통큰 행보'를 계속한다면 ,우리 국민도 불매운동 등 '통큰 저항'을 할 수도 있습니다. 롯데 이미지도 '통 크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민생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웃들과 함께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생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오. min@pspd.org



태그:#롯데재벌, #임차상인, #통큰 치킨, #통큰 계약해지, #롯데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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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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