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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는 신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다. 신과 함께 하는 우리의 이야기다. 그 따뜻한 시선에 독자들의 많은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신과 함께는 신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다. 신과 함께 하는 우리의 이야기다. 그 따뜻한 시선에 독자들의 많은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 애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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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죽음 앞에선 숙연해진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아니라도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할 때 '이대로 내가 못일어나면 어떡하지?' '저승 세상은 어디일까? '천국과 지옥은 있는 것일까'라고 되묻다보면 늦게까지 뒤척이곤 한다.

죽음은 그만큼 사람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죽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 더욱 맹렬한 삶을 산다. 산다는 것은 약속된 휴식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니.

포털 사이트를 기반으로 성장한 웹툰은 최신 소재를 다룬 개그부터 다양한 주제를 다룬 마니아 만화까지 그 폭이 넓어졌다. 그런 웹툰계에 잔잔한 감동을 몰고 온 화제의 작품이 있다. 이승, 저승, 신화의 3부작을 목표로 막 이승편을 완결한 이 만화는 네이버 만화에서 큰 인기를 끌며 단행본으로 출시됐다. 바로 한국의 전통적 저승관을 다룬 '신과 함께(애니북스)'다.

노총각 김자홍 저승에 가다

남에게 서운한 소리 한 마디 못 하고 손해만 보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무골호인이라 말한다. 만화의 주인공인 김자홍은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기업에서 시키는대로 일만하다 결혼도 못하고 접대술에 절어 지내다 유명을 달리한 그는 저승삼차사의 인도로 저승세계로 들어간다.

여기까진 평범한 이야기. 그러나 저승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 살아생전 자신이 쌓은 덕에 따라 배정되는 국선(!)변호사 진기한. 심약한 의뢰인 김자홍은 천재 변호사 진기한을 만나 저승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사후세계 법정 드라마의 시작이다.

저승세계에서 심판을 받기 위해 모인 넋들은 저마다 사연들을 갖고 있다. 착한 일을 했다면 인간으로 환생하거나 극락에서 살 수 있지만 재판에서 진다면 영원히 칼 위를 걷는 도산지옥, 거대한 솥 안에서 끓여지는 화탕지옥, 얼음 속에 박혀 지내는 한빙지옥 등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김자홍은 자신이 이승에서 겪었던 억울한 일들을 저승의 심판에서 보상받는다. 저승의 맑은 법 아래 거짓이란 있을 수 없다. 이승에서 남을 등치고 거짓을 일삼은 자들은 이승에선 떵떵거리며 살았을지 몰라도 저승에선 바로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는 것이다.

따뜻한 세상을 그리는 작가의 마음

만화 곳곳에는 작가의 재치넘치는 패러디가 가득하다. 저승세계에서도 강에 손을 대어 독사가 구분없이 들끓는다고 하니 통재로다.
 만화 곳곳에는 작가의 재치넘치는 패러디가 가득하다. 저승세계에서도 강에 손을 대어 독사가 구분없이 들끓는다고 하니 통재로다.
ⓒ 주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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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를 그린 작가 주호민은 이 작품에 앞서 자신의 군생활을 그려낸 '짬', 88만원 세대의 좌절과 희망을 노래한 '무한동력'으로 20~30대 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만화들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세상이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현실의 이야기 혹은 현실에 있었을 법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전작에서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저승 이야기이기 때문에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저승에 들어간 사람도 한때는 이승에서 우리와 함께 살았기에 저승을 이야기하면서도 실은 우리의 삶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착한 사람들이 대우받지 못하고 부정한 이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세상은 잘못된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우리네 소시민들은 너무나도 큰 불의에 분개할 뿐 단박에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저승에서만큼이라도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마음이 만화에 녹아있고 그 만화를 보는 사람들이 크게 호응한다. 하긴 사람들이 모두 살아온 대로 이승에서 그 대가를 치르며 산다면 저승은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저승편의 큰 축을 이루는 이야기 한 자락은 바로 군 의문사 사건이다. 의문의 죽음으로 원귀가 된 병사의 이야기를 추적할 때는 흡사 스릴러를 보는듯한 긴장감을 갖게 된다. 흔히들 군대에서 죽는 것을 개죽음이라 한다지만 그 죽음의 원인조차 속 시원히 알 수 없다면 유족들의 마음은 찢어진다. 특히 최근 경찰에서 발생한 자살사건이 같이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다.

저승편이 연재될 당시 댓글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만화에 대한 호평도 많았지만 저승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죽음과 저승은 본질적으로 그런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창조된 것이다.

저승편 연재 후 1월부터 이승편이 연재되고 있다. 이승편은 집안을 지키는 가택신과 함께하는 재개발 지역 주민의 이야기라고 하니 점점 주제가 묵직해진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세상의 약자에게 다다랐다. 신과 함께하는 우리네 세상 이야기. 그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기대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 보다 많아져야
[인터뷰] <신과 함께> 작가 주호민
주호민은 만화를 부드럽게 그린다. 그가 세상을 보는 관점이 펜 끝에 녹아있는 까닭이다.
 주호민은 만화를 부드럽게 그린다. 그가 세상을 보는 관점이 펜 끝에 녹아있는 까닭이다.
ⓒ 박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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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쓰이지 않는 소재를 다뤘기 때문에 취재에 손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
"적극적으로 취재를 다닌다기보다 문헌과 다큐멘터리를 많이 참조했다. 또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다뤘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특히 그림을 그리신 아버지 덕에 귀한 전통문화를 다룬 그림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취재를 하면서 처음 알아간 것들이 많은데 그것을 극적인 재미와 함께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려 노력했다."

- 전통적 저승관을 다뤘는데 그 전통이 불교에 맞닿아있다. 종교적인 이유로 독자들의 엇갈린 반응이 있었는데.
"나는 무신론자다. 작품을 그릴 때는 재미있는 뻥을 친다는 생각으로 그리는데 종교에 극단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이 개그를 다큐로 받아들일 때는 난감하다."

- 만화 곳곳에 재치넘치는 패러디가 많다. 스타벅스 대신 헬벅스, 구글 대신에 주글 등 깨알같은 개그코드가 숨어있는데. 특히 강 정비사업으로 직강화된 저승의 삼도천 이야기에는 웃음이 터졌다.
"딱히 시나리오에 반영을 해놓고 그린다기보다 그리는 순간의 아이디어로 넣는 경우가 많다. 삼도천은 강을 떠올리니 그것(사대강)밖에 생각이 나지 않더라(웃음)."

- 이승에선 제 몫을 찾지 못하던 평범한 사람이 저승에선 그 삶을 인정받는다는 설정은 평범하면서도 인상적이다. 작품의 줄기는 작가가 원하는 모습이 반영된 것인가?
"가해자는 떳떳하게 사는 부조리한 모습을 보면 이승세상이 공평하지 못하단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저승이 있다면 공정하게 심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승은 훈육의 기능이 있다. 그러나 너무 가르치는 분위기라면 거부감이 들 수 있기에 적절히 안배했다."

- 이승편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다룰 예정인지?
"이승편은 재개발 이야기다."

- 만화가 너무 무겁거나 정치적이란 평가가 나올 법 한데.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많은 작가들이 내면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사회적 이슈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면 당연히 정치적이지 않은가?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면 바라는 모습을 그림으로 투영해야 한다. 그림 그리는 데 재능이 있다면 이를 다루는 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은 없다. 다만 잘 모르는 상황에서 얕게 그리거나 감성적으로, 반대로 딱딱하게 그린다면 어렵다. 재미와 객관성을 모두 잡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선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 전통신화를 그려낸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요즘 세대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열광하면서도 한국 전통신화엔 왜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보는가.
"우리 전통문화는 사람들이 많이 모를 뿐 좋은 컨텐츠다. 그 책임은 창작자에게 있다. 일본이나 중국은 전통문화의 컨텐츠화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데 우리는 전통문화를 알릴만한 작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강림도령 이야기만 해도 엄청난 힘을 지닌 존재이지만 허술한 매력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좋은 캐릭터다. 이러한 전통신들에 대한 진면목을 환기시키고 알리는 것이 창작자의 몫이다."

- 궁금했던 점이 있다. 저승에 올라간 넋은 환생하거나 아니면 지옥에 갇히게 되는데, 제삿날에 차려진 밥상까지 내려올 수가 있나?
"(웃음) 저승세상이나 신화가 그렇게 논리적이지 못하다. 예를 들어 원래 한빙지옥을 지나갈 때는 문지기들이 통행료로 손발을 거두어 간다. 그렇다면 한빙지옥 다음부터는 손발 잘린 사람들의 모습을 넣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 손발을 그려넣었다."


신과 함께 박스 세트 - 전8권 - 개정판, 저승편 + 이승편 + 신화편

주호민 지음, 애니북스(2017)


태그:#신과함께, #짬 , #무한동력, #주호민, #애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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