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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년연대와 한대련, 청년유니온 등으로 구성된 청년실업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지난 2010년 8월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청년실업문제 막말에 대한 이재오 특임장관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4대강 '삽질 정책'을 비판하며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청년연대와 한대련, 청년유니온 등으로 구성된 청년실업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지난 2010년 8월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청년실업문제 막말에 대한 이재오 특임장관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4대강 '삽질 정책'을 비판하며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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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통계청에서 2010년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2010년 12월 고용률이 58%로 전년동월대비 0.4% 상승했다는 것이다. 취업자 역시 2368만4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5만5000명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 부분만 보면, 이제 한국 고용사정이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게다가 통계청 자료는 친절하게도 미국과 호주,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실업률이 높은 나라들과 한국 실업률을 비교하여, 우리나라 실업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의 경우 2010년 12월 현재 전체 실업률은 3.5%이고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8%인데 비해, 미국의 전체실업률은 9.1%, 청년실업률은 16.6%에 이르며, 프랑스의 경우에는 전체 실업률이 10%, 청년실업률이 26.5%나 된다는 것이다. 비교 대상 국가 중 우리보다 청년실업률이 낮은 나라는 독일(7.7%)이 유일했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의 고용사정이 좀 나아진 것일까? 게다가 심각한 사회문제인 청년 실업문제도 해결기미를 보이는 것일까?

실업률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고용상황

통계청 동향자료는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실업률이나 고용률의 증감을 살펴보고 있다. 이런 식의 단기적 '상대평가'는 현실을 호도하기 쉽다. 초반에 죽을 쓰다가 조금만 만회해도 뭔가 상당히 좋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인식되기 쉽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없이 많은 헛발질을 해대도 과거처럼 국민 분노가 치솟지 않은 것 역시, 정권 초반에 지나치게 기대치가 깎여 버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한국 고용현실, 특히 청년고용상황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업률만으로 부족하다. 실업률통계라는 것이 조사 4주 전에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한 사람 중 미취업자의 비율만을 살펴보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장기적인 취업준비 후에 본격적인 구직활동에 나서는 우리의 현실을 온전하게 드러내기 어렵다. 게다가 조사 주간에 1시간 이상만 일해도 취업자로 분류된다.

또한,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펼치면 실업수당 등 다양한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는 해외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을 사회적 패배자로 낙인찍는 사회 문화적 분위기가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에, 통계에 노출되지 않는 실업자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고용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실업률과 함께 자주 거론되는 것이 고용률이다. 고용률은 취업자를 인구수로 나누고 100을 곱한 것으로, 전체 인구 중 취업상태에 있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장기 추세 비교해 보니 드러나는 청년고용의 현실

한국 청년고용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고용률 통계가 처음 시작된 1980년부터의 고용률 통계를 확인해 보자.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청년 고용률(* 통계청에서는 15세부터 29세를 청년층으로 구분하지만, 대학진학률이 85%에 육박하는 우리 현실을 감안해 20~29세로 재조정했다)은 통계수집 이후 항상 전체고용률을 상회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노동력 수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청년실업문제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을 때도, 청년고용률은 전체고용률보다 항상 높았다.

고용률은 전체인구 중 취업자의 비율을 말한다. 청년고용률은 20~29세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나타낸다. 청년고용률은 항상 전체고용률보다 높았지만, 이명박 정부들어 처음으로 이 관계가 역전됐다. (통계청 자료 조합)
▲ 전체고용율, 청년고용률 추세 고용률은 전체인구 중 취업자의 비율을 말한다. 청년고용률은 20~29세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나타낸다. 청년고용률은 항상 전체고용률보다 높았지만, 이명박 정부들어 처음으로 이 관계가 역전됐다. (통계청 자료 조합)
ⓒ 손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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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청년고용률과 전체고용률은 어느 순간 역전되고 있다. 연도를 살펴보니 2008년,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다.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이후 청년고용률은 단 한 번도 전체고용률보다 높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이 통계는 월별통계자료를 비교한 통계청 고용동향 자료와 달리, 통계청의 연 단위 추계자료를 사용해 약간의 수치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전체 추세는 크게 다르지 않다)

좀더 구체적인 비교를 위해, 노무현 정부 5년과 이명박 정부 3년간의 고용률을 비교해 보자. 노무현 정부 당시 전체고용률은 2003년 59.3%를 기록한 이후 2007년 59.8%를 기록하면서 막을 내렸다. 청년고용률은 2003년 60.2%에서 시작해 2007년 60%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전체고용률은 2008년 59.5%에서 시작해 2010년에는 58.7%로 떨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청년고용률인데 노무현 정부 당시 한번도 60%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던 청년고용률은 2008년 59.1%에서 시작해 2010년 58.2%까지 내려가 버렸다. 청년 고용률이 전체고용률보다 낮은 현실이 통계를 낸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처음, 그것도 매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노무현 정부시기에 비해 전체적으로 고용률이 하락했다. 특히 청년고용률은 고용률 통계 시점 이후 최초로 전체고용률보다 떨어졌다. (통계청 자료 조합)
▲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고용률 비교 이명박 정부에서는 노무현 정부시기에 비해 전체적으로 고용률이 하락했다. 특히 청년고용률은 고용률 통계 시점 이후 최초로 전체고용률보다 떨어졌다. (통계청 자료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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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과는 청년실업문제가 과거에 비해 더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전체고용률도 노무현 정부 시기에 비한다면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그나마 발생하는 일자리도 청년세대에게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약간의 수치 반등만으로 고용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고용률은 높지 않아

게다가 실업률이 아니라, 고용률을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해 보면, 우리의 고용시장 현실의 다른 면이 보인다. 우리보다 실업률이 높았던 미국과 일본, 호주의 고용률(15세~64세)은 모두 우리나라보다 높게 나타났다.

우리의 고용률을 세계 각국의 고용률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고용현실을 파악해볼 수 있다.
▲ 주요국 고용률(15~64세) 동향 우리의 고용률을 세계 각국의 고용률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고용현실을 파악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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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도 높고 고용률도 높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 나라들이 우리에 비해 구직을 포기한 이들이 더 적고(즉 구직의사가 확실해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이들이 더 많기 때문에 실업률이 높게 나온다), 국민들 중 우리보다 더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업률을 계산할 때 포함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의사와 능력은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사람 중 지난 1년 내 구직경험이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구직포기자는 2010년 12월 현재 21만6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만 명이 늘어났으며, 취업을 목적으로 학원이나 기관에서 수강하는 등의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은 57만1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만5000명이 늘었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면, 이명박 정부의 청년실업대책의 성과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자기 임기 내에서만 수집된 통계만을 비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어쩌면 이런 결과는 당연하다.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자랑스럽게 발표한 '녹색뉴딜' 사업으로 96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96%인 91만6000개의 일자리가 건설과 단순 생산직이었으니 말이다.

청년들이여, 숫자에 속지 말지어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임기 시작과 함께 추락한 정부에 대한 기대치는 웬만한 정부의 헛발질도 시큰둥한 반응만을 이끌어 냈다. 반면, 아주 작은 성과는 쉽게 침소봉대되고 있다. 정부가 무던히도 애썼던 언론 장악의 결실일 것이다.

숫자놀음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현실을 호도하고 대중을 기만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 어려운 전문용어와 숫자들이다. 게다가 이런 숫자놀음에 능숙한 '조중동매연'이 종편에까지 진출하는 마당이니,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는다면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오늘날, 이 나라의 청년들이 처해 있는 현실이 과거와 다름은 모르지 않는다. 끊임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현실에서 어쩌면 이기주의는 자연스런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기주의적인 인간이 되더라도, 제대로 된 이기주의를 가지길 바란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도덕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손해를 보면서도 숫자놀음에 놀아나는 바보 같은 희생양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새세상연구소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손우정 기자는 새세상연구소 상임연구위원입니다.



태그:#고용률, #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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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생활속 진보를 꿈꾸는 소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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