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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 40개 여성단체들은 경찰과 112안전센터, 119대원들이 가정폭력 피해자의 긴급구조 지원요청을 무시했다며 관련자 문책을 촉구했다. 경상남도상담소시설협의회는 4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촉구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경남 양산 물금읍에서 벌어졌다. 남편 A씨가 흉기를 들고 부인 B씨와 두 자녀한테 폭력을 행사했던 것. 양산가정폭력상담소장이 오래전부터 B씨와 상담을 통해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경상남도 상담소.시설협의회는 4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산 가정폭력 피해자 긴급구조 지원요청을 무시한 경찰, 112, 119의 대응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경상남도 상담소.시설협의회는 4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산 가정폭력 피해자 긴급구조 지원요청을 무시한 경찰, 112, 119의 대응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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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에 도착했던 상담소장은 부인과 두 자녀를 차량에 태우고 피신하려고 했다. 잠시 뒤 A씨가 흉기를 들고 나와 차량을 부쉈다. 상담소장은 당시 차량 파손으로 300만 원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이러는 사이 상담소장과 피해 가족들은 경찰서 파출소와 112, 119에 전화를 걸어 긴급구조를 요청했다. 그런데 경찰과 112안전센터, 119에서는 한결같이 늑장 대응했다는 것.

"경찰과 안전구조대는 출동이 늦었다"

여성단체들은 "흉기를 든 남편에 의해 아내와 자녀, 긴급구조를 위해 달려갔던 상담소장까지 생명의 위협을 당하는 위기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가해자는 살인미수 등의 전과범으로서 평소에도 늘 칼을 소지하고 다니며 가족의 목숨을 위협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 이 단체들은 "이날 가해자는 칼을 휘두르며 아내와 아이들이 타고 있는 차의 타이어를 찢고, 망치로 앞 유리를 때려 부수고, 본넷 위에 올라와서 탈과 망치를 내리치는 등의 난동을 부렸다"고 덧붙였다.

여성단체들은 "그러는 내내 아내와 아이들은 차 안에서 죽음보다 더한 공포에 떨며 112와 119에 수차례 구조요청을 하였으나, 119는 112로 하라 하고, 112는 다른 곳으로 출동지시를 내리며 폭력상황이 끝날 때까지 경찰이나 안전구조대는 출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일 가해자는 망치를 들고 피해자를 때리려 했고 이를 겨우 피해 맨발로 도망 나온 피해자가 가정폭력상담소에 연락하여 자녀들과 피해자를 긴급하게 구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범죄척결을 위한 공권력이 생명을 위협받는 절박한 상황에서 제구실을 못하고, 피해가 더 커지도록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상남도 상담소.시설협의회는 4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산 가정폭력 피해자 긴급구조 지원요청을 무시한 경찰, 112, 119의 대응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경상남도 상담소.시설협의회는 4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산 가정폭력 피해자 긴급구조 지원요청을 무시한 경찰, 112, 119의 대응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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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유기와 업무과실 드러나자 책임회피"

경상남도상담소시설협의회는 경찰과 119안전센터가 신고 접수 사실을 부인하다 직무유기와 업무과실이 드러나자 책임을 회피하고 축소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과 119안전센터는 신고 접수 사실과 관련해 '전화 온 사실이 없다'거나 '말 없는 신고만 있었다' '◯◯아파트라고 해서 그쪽으로 출동했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상담소장의 끈질긴 확인과 조사 요구를 통해 전화기록과 녹음된 내용을 확인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이후 자신들의 직무유기와 과실이 드러나게 되자, 모르쇠로 대응하거나 사건을 축소하려 했고, 나중에는 성의라며 돈봉투를 들고 상담소를 찾아왔다"면서 "이 모두는 폭력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경시하고 피해자와 상담소장의 인격과 명예를 짓밟고 모독하는 처사였다"고 밝혔다.

경상남도상담소시설협의회는 "파출소와 119안전센터의 신고접수 상황과 늑장대응 등 사건 관련 경위를 명백히 조사하고 공개적으로 밝힐 것"과 "해당 사건 관련자와 책임자의 문책"을 요구했다.

또 이들은 "가정폭력 사건 신고 시 신속하게 출동하여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업무수칙을 준수할 것"과 "가정폭력 범죄를 중범죄로 인식하고 재방방지를 위해 가정폭력 전과자를 특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

경찰서 "고의적으로 긴급출동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경남소방본부는 해당 119안전센터 관계자에 대해 '훈계조치'했으며, 양산경찰서는 파출소 2명을 다른 곳으로 인사발령했다.

양산경찰서 관계자는 "고의적으로 긴급출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며, 사정이 있었다"면서 "처음 신고가 접수되었을 때는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고, 피해 여성이 집에서 신발을 신고 나오지 못해 들어가야 하는데 입회할 것을 요구했다. 조금 뒤 출동해서 남편을 제압하고 재물손괴와 폭력 혐의로 체포했다"고 말했다.

양산경찰서와 울산지방검찰청은 A씨를 폭력과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태그:#가정폭력, #상담소, #112안전센터, #양산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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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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