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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지료사진)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지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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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무릅쓰고 사격훈련을 했다고, 상황이 종료됐나. 긴장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높아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자존심은 세웠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명박 정부는 전 세계의 주목 속에 20일 오후 2시 30분부터 1시간 30분간 연평도 해상에서 포사격훈련을 강행했다. 북한의 즉각 대응이 없었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의 포사격 직후에 한  전화 인터뷰에서 "오히려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단언했다. "북한이 다른 형태로 도발해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긴장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국제사회-MB정부 대응 따라 북한 추가군사 대응 달라질 수도"

이번에 '즉각대응'하지 않은 북한은 어떻게 움직일까. 북한은 남한의 포사격훈련 예고에 '2, 3배의 보복타격'을 선언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강도 차이는 있었지만 말한 것은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여왔고, 이는 항상 기습의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중요한 건 국제사회가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추가 군사행동이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며 상황을 바꿀 가능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북한은 자기들 나름대로  전술적 효과나 김정은 후계체제와 같은 국내정치적 요인 등을 고려하겠지만 그건 부차적"이라며 "현재의 서해 상황은 그동안 남북한이 쌓아온 상호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에 긴장이 유지되느냐 여부 따라 북한의 대응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의 두 번째 전쟁을 막기 위해 정세 관리자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해온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지금처럼 미국이 이 같은 책임을 방기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 "이승만 정부가 북진통일정책을 펼 때,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과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전쟁 예방을 위한 관리자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한 그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미국이 그런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지, 책임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이지 않느냐"는 반론에 그는 "남북관계는 최악이고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의 방향을 바꿀 의지가 없다"며 "북한도, 이명박 정부의 대응도 (고정된) 상수인 상황에서 현재 신축성이 있는 것은 미국뿐"이라는 탄식이다. "지금은 전쟁으로 갈 수도 있는 이 긴장 국면을 해소하는 게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산업화 과정과 공장관리의 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학계는 물론 재계(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와 관계(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에서 북핵문제와 남북경협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 연구해온 대표적인 소장 학자의 한 명으로 꼽힌다.

다음은 문답전문.

- 정부가 적지 않은 반대 속에서도 해병대 연평부대의 해상사격훈련을 한 배경을 무엇이라고 보나.
"정부는 연례적 훈련이라고 하지만, 이미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지난 달 23일 1차 충돌이 발생했다. 후속 충돌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훈련을 강행한 것은 국내정치적 목적이 큰 것 같다. 연평도 포격 당시 제기된 '안보무능' 비판을 만회하기 위한 성격도 있고. 결국 훈련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스스로 몰아간 측면이 있다."

- 정부는 결국 사격훈련을 했다.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은데.
"위험을 무릅쓰고 사격훈련을 했지만, 상황이 종료됐나. 긴장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높아졌다. 북한은 즉각 대응하지 않았지만 다른 형태로 도발해올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건 역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주가도 출렁거렸는데, 그것보다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외국관광객이 줄었고, 우리나라의 대외 이미지가 크게 추락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한국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크게 추락한 것이다. 이건 단기지표의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자존심은 세웠을지 모르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연평도에 민간인 살기 어렵게 만들면서 NLL 지킬 수 있을까"

연평도에서 포사격 훈련이 예정되며 남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20일 오전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상황판에 낙폭을 키우는 코스피 지수와 오름세를 보이는 환율정보가 나타나고 있다.
 연평도에서 포사격 훈련이 예정되며 남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20일 오전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상황판에 낙폭을 키우는 코스피 지수와 오름세를 보이는 환율정보가 나타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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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나 보수층에서는 사격훈련을 안 하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킬 수 없다고 한다.
"그렇지 않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북한에 평화협력 정책을 쓰면서 NLL을 포기했었나. 경제협력하면서도, 북한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합의하면서도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평도에 민간인이 살기 어려 상황까지 만들면서 NLL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군사훈련을 하지 않고도, 긴장을 높이지 않고도 호혜적인 평화협력으로 NLL은 지킬 수 있다."

- 사격훈련에 대해 북한은 즉각 대응은 하지 않았다. 이후 북한의 대응을 전망한다면.
"여러 측면이 있을 수 있는데, 제일 중요한 건 이명박 정부와 국제사회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긴장국면이 지속되면 충돌가능성은 그만큼 커지고, 그 양태도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그건 서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육상의 비무장지대(DMZ)에서 도발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 군사적인 대응 외에는 다른 방식을 생각할 수 없다. 결국 이 긴장국면을 해소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선택이 있어야 한다. 북한은 자기들 나름대로  전술적 효과나 김정은 후계체제와 같은 국내정치적 요인 등을 고려하겠지만 그건 부차적이다. 북한도 현재의 긴장국면을 내부 정치에 활용하겠지만 그것이 도발의 이유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현재 서해에서 긴장도가 이렇게 올라간 상황은 그동안 남북한이 쌓아온 상호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에 긴장이 해소되느냐 유지되느냐에 따라 북한의 대응은 달라질 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실패, 장기적으로 굉장히 부정적 영향"

-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언급하지 않고 남북 양측에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하면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남북에 특사를 파견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초안을 준비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 의견대로 합의문이 나왔을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뻔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 러시아 대  미국, 영국, 프랑스의 대립구도가 분명해졌고, 한반도에 대한 시각차도 분명해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유엔 무대를 활용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북한이 군사적 도발이나 핵문제에 대한 강도를 높였을 때 유엔의 일치된 대응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다시 한 번 동북아 신냉전을 확인한 것인데, 냉전시대도 아닌 상황에서 신냉전은 우리 외교와 경제에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의 득실보다도 장기적으로 굉장히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사격훈련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주권에 개입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주변국으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안보리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한 측면이 있다. 주변국들이 한반도를 볼 때 제일 중요한 건 한반도 안정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한반도의 불안정을 더욱 높였지만, 이들은 한국이 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느냐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한반도문제를 볼 때 연평도 포격 사건만큼 중요한 게 북핵문제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때문에 연평도 포격으로 인한 긴장이 북핵문제 해결에 방해요인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긴장이 계속되면 북한은 이를 핵능력 강화의 명분으로 삼을 것이고, 핵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안정이 중요한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보이는 현재 모습 굉장히 이례적"

김연철 교수
 김연철 교수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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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대응은 어떻게 보나.
"굉장히 유감스럽다. 사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두 번째 전쟁을 막기 위해 한반도 정세 관리자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해왔다. 이승만 정부가 북진통일정책을 펼 때, 박정희 정부시절인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과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미국은 전쟁예방을 위한 관리자 역할을 해온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미국이 그런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지, 책임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미국은 천안함 정국 때 합리적인 판단과 거리가 있는 이명박 정부의 강경책에 편승했고, 이번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논의에서도 소극적이었다. 냉전시기 한반도 안정을 관리해온 전통적 역할을 기준으로 본다면 굉장히 이례적이다. 과연 미국이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원하는지 근본적 의문이 들 정도다."

-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18일 청와대를 방문해 "한국군이 사격훈련을 실시하면 북한이 다시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사실상 훈련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데.
"미국도 현 사태에 대한 우려감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현재는 전쟁가능성이 있는 상황이고, 아주 낮더라도 그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인데, 미국이 이를 위한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자제를 촉구했다. 미국은 최고조에 달한 한반도의 긴장도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북핵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합리적인 판단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이 한반도 정세관리자로서 이렇게 책임을 방기한 적이 없다."

-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 아닌가.
"지금은 전쟁으로 갈 수도 있는 이 긴장국면을 해소하는 게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남북관계는 최악이고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의 방향을 바꿀 의지가 없다. 이 국면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중국도 러시아도 아니고 미국뿐이다. 북한도, 이명박 정부의 대응도 (고정된) 상수이다. 현재 신축성이 있는 것은 미국뿐이다. 그래서 미국의 대응이 중요하다."

- 미국이 왜 이런 모습을 보인다고 보나.
"오바마 정부에서 한반도 문제의 우선순위가 높지 않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오바마의 철학과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정책도, 대응 체계도 혼란스럽다. 임기2년이 지났는데 대북정책이랄 게 없다. 누가 책임감을 갖고 한반도정책을 조정하는 인물인지 보이지 않는다."

- 평화적 해결방법의 길은 없는 것인가.
"결국 대화를 시작하는 것뿐이다. 미소냉전 때도 대화통로는 있었다. 긴장이 높아지는 것을 여기서 막아야 한다. 긴장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추가적 충돌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도 더 이상 도발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개성공단 철수하면 국제사회가 한반도 불안정을 어떻게 볼까"

- 일부에서는 개성공단 철수를 거론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폭풍우 속의 촛불이다. 그나마 가느다랗게 남북을 연결시키고 있는데, 이 촛불마저 꺼지면 국제사회가 한반도의 불안정 상황을 어떻게 보겠나. 한반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불씨는 꺼뜨리기는 쉽지만 다시 살려내기는 어렵다."

-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의 방북을 동행 취재한 CNN이 "북한이 추방했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단이 영변 핵시설에 복귀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했는데.
"6자회담 재개에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측면이 있지만,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대표가 아니라는 점에서 지켜봐야 할 내용이 많다. 한미 정부가 어떻게 판단할지가 중요하다. 현재 상황으로는 국제사회의 불신을 씻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농축우라늄 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건 신뢰인데, 기술적 방법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정치적으로 신뢰를 쌓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6자회담이 재개돼야 돼야 하는데, 이게 되려면 한반도 안정이 중요하고 그래서 연평도 사태가 중요한 것이다. 우선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


태그:#연평도 포사격 훈련, #해병도, #미국, #이명박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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