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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은 비를 맞으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간절히 마음을 모으고 있다
▲ 생명평화미사 신자들은 비를 맞으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간절히 마음을 모으고 있다
ⓒ 김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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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생각하면 너무도 억울하여 눈물이 난다

사사로운 얘기부터 하겠다. 지난날 29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거행된 '4대강사업 중단과 4대강 예산 전액 삭감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참례하고 왔다. 또 지난 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4대강사업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회'에도 참가하고 왔다.

충남 태안에서 서울에 올라가 그 뜻 깊은 미사와 행사에 참여하며(시간 쓰고 돈 쓰고 고생하며) 우선 하느님께 감사했다. 하느님을 믿고 따르고 의지하는 내 마음과 행동들을 하느님의 크신 은총으로 생각하기에, 그런 생각 자체는 '감사하는 마음'을 포유할 터이다.

다음으로는 노친께 감사했다. 노친의 몸 상태가 위중하게 되어 한동안 노친 곁을 떠날 수 없었다. 내 의지와 노고에 보람이 있는 듯 노친이 다시 건강을 회복하여 나는 별 걱정 없이 하루나 이틀 정도는 출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 모두 서울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동반했다. 대학 4년 재학 중 일시 휴학하고 모종의 공부를 하고 있는 딸아이와 대학 2년 재학 중 군 입대를 했다가 현재 서울에서 공익근무를 하고 있는 아들 녀석이다. 나는 그런 행사에 아이들과 함께 가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긴다. 아이들도 기꺼이 내 뜻에 따르곤 한다. 대견하고도 고맙다.

4대강을 생각하면 한시반시도 마음이 편치 않다. 생각하면 너무도 억울하여 눈물이 난다. 4대강이 개인 재산이라도 되는 듯 제멋대로 송두리째 변형하고 개조하는 엄청난 국토훼손, 환경파괴는 5천 년 역사 이래 가장 큰 죄악이고 만행이다.

평화를 죽이는 전쟁은 진행 중이라도 멈추어야 한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선언문은 이렇게 말한다. "4대강 공사의 모든 엔진은 '거짓'이라는 연료로 가동되고 있다. 시작부터 그랬고 마지막까지도 그럴 것이다. 다른 일도 아니고 산 것을 죽었다 하고, 죽이는 일을 살리는 일이라고 강변한다."

국회 앞에서 봉헌된 생명평화미사에 참석한 천주교 사제들
▲ 생명평화미사 국회 앞에서 봉헌된 생명평화미사에 참석한 천주교 사제들
ⓒ 고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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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의 4대강 공사는 대대적인 국토훼손, 환경파괴라는 실체적 상황과 함께 갖가지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우선 민주주의 훼손 문제가 결부된다. 4대강 공사는 민주주의 파괴라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그동안 피땀으로 일궈낸 민주주의의 성과들을 무참하게 만들고, 시민사회를 무력화시키려는 저의도 지니고 있다. 생명의 법칙과 평화의 원리도 무시하고 무너뜨리는 가공할 폭력과 야만성이 겹겹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공사는 애초부터 토건공사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토건파시즘'이라는 말이 함축하듯 처음부터 민주주의와 생명과 평화를 압살하고 파괴하는 파시즘의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명박 정권의 토건파시즘과 싸우는 일은 단순히 우리의 강토를 지키는 일만은 아니게 되었다. 저 포악하고 탐욕스러운 '물신(物神)'의 횡포로부터 조물주의 창조질서를 지켜내고 수만 년 이어져온 자연과 고유의 환경을 구출하려는 일은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일이기도 하다는, 또 하나의 장엄한 명제를 안게 되고 말았다.

더불어 이명박 정권의 4대강 공사는 '전쟁'의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게 되었다. '속도전'을 포함한 그 모든 공사 양상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전쟁은 하루빨리 종식되어야 한다. 이미 공사가 30~40% 진행되었으므로 공사를 중단한다는 것은 눈코가 다 생긴 태아를 낙태시키는 것과 같다는 말은 요설일 뿐이다. 생명과 평화를 죽이는 전쟁은 진행 중이라도 멈추어야 한다. 그것이 훗날의 재앙을 막고, 복구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다.

벌써 임기가 절반이나 지난 이명박 정권의 너무도 무모한 4대강 파괴 행위를 막는 일은 갖가지 명제가 결부되는 이 시대의 가장 큰 과제가 되었으므로, 우리 사회의 시민정신과 민주역량이 다시금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기도 하다.

물신주의로부터 비롯된 4대강 공사가 조물주의 창조질서 파괴라는 반생명적인 것이기에 저지투쟁에 종교인들이 앞장을 서는 것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런 일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오늘 4대 종단(천주교/불교/원불교/개신교) 종교인들이 연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놓고 볼 때 국내 4대 종단이 가장 확실하게 연대하고 있는 곳은 바로 4대강 지점이다.

▲ 지난 4월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봉헌된 생명평화미사
▲ 생명평화미사 ▲ 지난 4월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봉헌된 생명평화미사
ⓒ 김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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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을 주고 있는 서울대교구

천주교는 정의구현사제단과 각 교구의 정의평화위원회(환경소위원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저지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 한국교회에 정의구현사제단이 존재하고 교구마다 정의평화위원회라는 공식 기구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나는 하느님의 은총이요 안배로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모든 정황을 놓고 볼 때 가장 큰 교구인 서울대교구는 여러 가지로 실망을 준다. 서울대교구는 시대의 좌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봉헌된 '생명평화미사'에 전국 각지에서 오신 100명이 넘는 사제들 중 서울대교구 사제들은 비율적으로 소수였다고 한다.

그것이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어떤 시각으로부터 연유하는 것이리라는 심증을 숨길 수 없다. 교구장이 그런 태도를 유지한다면 천주교의 속성상 융통성이나 탄력성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정 추기경의 어떤 시각은 이미 오래 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는 사항이다.

정 추기경의 노회한 시각은 천주교가 마땅히 담당해야 할 시대적 책무를 둔화시키는 쪽으로도 작용하고,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 것 같다. 그것의 하나가 지난 12월 2일 본방송이 나간 평화방송 TV 'PBC 특강' 정홍규 신부(대구대교구, 영천 '산자연학교' 교장)의 '평화 생태 이야기' 강연의 부분 삭제 방영이다.

당초 정홍규 신부가 준비한 강연 내용 중 4대강 문제와 관련된 부분이 대폭 삭제된 채 녹화가 진행됐고, 녹화 내용 중에서도 일부가 삭제된 채 방영되었다는 것이다. 방송 관계자들이 교구장의 시각을 잘 헤아린 나머지 알아서 기었을 거라는 추론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5일 오후 2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사대강사업 저지를 범국민대회'에 아이들과 함께 참가했다.
▲ 범국민대회 5일 오후 2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사대강사업 저지를 범국민대회'에 아이들과 함께 참가했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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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방송과 정진석 추기경은 어떻게 교감하는가

<가톨릭뉴스/지금여기>에 오른 관련 기사에서 정홍규 신부의 강연 내용 중 삭제된 부분을 읽어보면 평화방송 관계자들이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시각과 태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부합하고 있는지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오늘의 KBS가 청와대 눈치를 살피며 열심히 알아서 기는 행태를 연상케 한다.

정진석 추기경의 시각이나 태도는 불편부당함, 중용적인 의미로도 읽힐 수는 있겠으나 내 관점으로는 폐쇄적이고 노회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해 그리스도 정신과 일치하는 것인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거의 매일 일 년 동안 거행된 '용산미사' 현장에 한 번도 발걸음하지 않은 최고 사목자, 주교와 사제들이 한강 두물머리에서 매일 봉헌하는 미사가 270번이 넘었건만 오로지 남의 일 보듯 하는 최고 사목자의 모습에서 시대의 난제를 가슴에 안고 고뇌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내 비록 시골구석의 말단 평신도에 불과하지만, '실천하는 신앙', '행동하는 양심'을 신앙생활의 최고 덕목으로 여긴다. 내가 골방에서 백날 기도해봤자 시대의 좌표를 읽지 못하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주님을 편히 믿는 것이긴 해도 결코 제대로 따르는 것은 아닐 터이다.

정진석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과 추기경이라는 그 직위로 하여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하는 분이다. 종교를 초월하여 한국사회에서 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치다. 하지만 그는 현재 4대강 앞에 불안한 자세로 서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그는 지금 4대강 앞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4대강 파괴 문제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국가의 운명이 걸려 있는 문제다. 자칫하면 파괴 공사가 빚어내는 거센 탁류에 세상의 무릇 유형무형 가치들이 송두리째 휩쓸리고 매몰될 수 있다. 그 사실을 정 추기경은 냉철하고도 비장한 눈으로 직시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천주교계 인터넷 매체인 <가톨릭뉴스/지금여기>에 게재된 글입니다.



태그:#4대강 사업, #국토훼손,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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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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