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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핸드폰 발화사고'의 피해자라고 주장해온 이진영씨가 7일 네 번째 경찰조사를 받은 가운데, 경찰이 이씨의 명예훼손 사건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까지 캐물으면서 이씨를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 9월 삼성전자로부터 고소를 당한 이후 7일까지 종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으로부터 총 네 차례에 걸쳐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 5일에는 경찰이 서울 삼청동 소재 이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다이어리와 메모노트, MP3, 개인서류, 오븐 장갑 등을 가져갔다. 

하지만 이씨는 <오마이뉴스>와 직접 만나거나 수차례의 전화통화를 통해 "경찰의 수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과잉-압박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이 압박수사를 통해 '휴대폰 발화사고 자작극'을 만들어 내려 한다는 것. 하지만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감정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을 뿐 이씨에게 자백을 강요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기자들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역 떼오라고 요구했다"

삼성 리움 미술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진영씨.
 삼성 리움 미술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진영씨.
ⓒ 삼성일반노조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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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1차 조사할 때부터 구속을 시사했다"며 "삼성에서 제기한 명예훼손 혐의에 회사를 협박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추가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그것은 빠졌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경찰 조사내용이 '명예훼손 고소사건'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증언에 따르면, 경찰은 "정당이나 사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나?" "부모님의 국적은 어디냐?" "최근에 만나고 있는 사람이 누구냐?" 등의 질문은 물론이고 "2년치 통화내역을 떼오라" "기자들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역을 떼오라" 등 도를 넘는 요구를 해왔다는 것.

이씨는 "통화내역의 경우 본인이라도 6개월치밖에 뗄 수 없다"며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경찰서 사이버팀장이 2년치 통화내역을 떼오라고 요구하는 것은 수사상 필요라기보다 괴롭히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제가 핸드폰 발화사고 이후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을 찾아간 적이 있는데 경찰은 '왜 민주노동당을 찾아갔느냐?'고 캐물었다"며 "도움이 필요해 민주노동당을 찾아갔을 뿐 저는 당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사고 이후 민주노동당뿐만 아니라 민변,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도 찾아갔다"며 "하지만 저는 환경운동연합에 1만 원의 회비를 내는 회원일 뿐 정당이나 다른 사회단체에 가입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찰은 이씨가 준비하고 있는 '삼성생명 배당금' 관련 책 사본의 제출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이 책은 삼성생명 강제퇴직자이자 삼성생명 유배당 계약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윤병목씨의 증언을 토대로 삼성생명 배당금문제를 짚어보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내가 외부에 책 관련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경찰이 어떻게 책 출간 계획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경찰이 삼성의 수사 지휘를 받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경찰이 7일 네 번째 조사에서도 6개월치 통화내역을 내밀면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과는 어떤 사이냐?"고 묻자 이씨는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여자친구와 거래처 사장들도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씨는 "경찰은 '내가 잘못했다'는 자백을 얻어내기 위해 여자친구와 거래처 사장들도 조사하겠다고 했다"며 "나는 당당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5일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한 경찰이 "앞으로 당신의 여자친구와 거래처 사람들도 조사하려고 한다"며 "괜히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지 말고,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고 자백하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수사의 초점은 '핸드폰 발화사고는 이씨의 자작극이었다'는 데 맞추어져 있었다. 경찰은 1차 조사 때부터 "핸드폰은 난연성 물질이어서 잘 안타는데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지 않았냐?"고 캐물었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 5일 이씨의 자택에 있던 '오븐 장갑'을 증거물로 압수해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씨는 "경찰은 줄곧 '당신이 핸드폰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서 발화사고가 났다고 자백하라'고 얘기해왔다"며 "하지만 나는 당당하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씨는 "내가 삼성 핸드폰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을 것이라는 경찰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나도 원인을 모르는 발화사고가 났고 그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서 '블랙컨슈머'나 '환불남'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씨는 "내가 죄를 져서 무릎을 꿇는 게 아니라 삼성이어서 꿇리게 됐다"며 "조사받는 과정 등에서 삼성의 힘을 여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감정 결과에 따라 수사 진행했을 뿐"

하지만 이씨의 명예훼손사건을 수사해온 종로경찰서는 이씨의 주장을 대부분 부인했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한 간부는 8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당이나 사회단체 가입 여부는 수사상 필요한 사항이라 물어봤을 뿐 이메일 내역을 떼오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경찰이 이씨에게 '핸드폰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고 자백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한국산업기술연구원,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씨의 사고 핸드폰을 세 곳에서 감정한 결과 전자레인지에 가열했을 때와 동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는 휴대폰 자체에 결함이 있다기보다 발화사고의 원인이 '외부'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감정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이씨에게 '당신이 핸드폰을 전자레인지에 가열한 것 아니냐?'고 당연히 추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에서 직접 감정을 의뢰한 기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고, 한국산업기술연구원과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에는 삼성전자쪽에서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 "이씨 구속영장 청구, 아직 결정된 바 없다"

한편 경찰은 명예훼손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이씨의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압수수색 당시에도 종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당신한테 유리한 게 하나도 없다"며 "곧 구속될 것 같으니까 준비하라"고 말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씨는 "그 사람이 '구속될테니 준비하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경찰이 저한테 '잘못했다고 빌어라'라고 장단을 맞추기도 했다"며 "이전에 조사받을 때도 '체포영장을 신청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검찰과 더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 관계자는 "두 달 전에 명예훼손사건 피의자가 구속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태그:#삼성 핸드폰 발화사고, #이진영, #종로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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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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