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10일까지 멕시코 칸쿤에서 제 16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제 15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의 실패는 교토의정서를 대신할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합의안을 기대했었던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는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서 또다시 한 걸음 내딛으려 합니다. 녹색연합과 서울녹색시민위원회는 12월 3일부터 멕시코 칸쿤에 활동가 2인을 파견하여 현지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기후변화 협상장의 쟁점과 이슈, 국제 NGO들의 활동, 전 세계 민중들의 연대와 희망을 연재기사로 작성하여 보도합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기자주

전 세계에 소개된 한국의 부끄러운 녹색성장

UN은 기후변화당사국총회를 열 때마다 정부 협상 테이블을 계획하는 것과 함께 회의장 안팎에 공식 사이드 이벤트와 홍보 전시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이드 이벤트는 각국 정부는 물론 국제기구, NGO, 연구기관, 대학, 노동조합 등 다양한 단체들의 토론과 세미나를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 올해도 역시 약 250여 개의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금융, 산림, 생물다양성, 무역, 노동조합과 일자리 등 주제도 매우 다양해 사이드 이벤트만 보고 있어도 회의의 주요 쟁점을 파악할 정도다.

큰사진보기
▲ 멕시코 기후변화당사국총회 전시장 전 세계 다양한 나라들과 단체에서 사이드 이벤트와 홍보 부스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 손형진	관련사진보기

제 16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가 한창인 12월 4일 오후 1시 반(현지시각). UN 기후변화 협약 공식 사이드 이벤트 섹션에 반갑지 않은 이름의 세미나가 개최됐다.

한국정부가 주최한 '녹색성장을 위한 협력: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GGGI: Global Green Growth Institute)'다. 이 세미나는 지난 6월 출범한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를 소개하기 위해 열렸다. 국내에서는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가 몇 차례 언론을 통해 소개됐지만 국제기후변화 회의에서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때문에 녹색연합 활동가들을 비롯한 현지 파견단은 한국정부가 개최하는 이번 세미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큰사진보기
▲ 한국정부의 녹색성장 홍보 부스 다른 부스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이다. 홍보에 열을 올리는 건 밖에서도 여전하다.
ⓒ 손형진	관련사진보기

큰사진보기
▲ 한국정부의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 사이드 이벤트 정부가 참가자들에게 설명 자료를 나눠주고 있다.
ⓒ 손형진	관련사진보기

큰사진보기
▲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니콜라스 스턴경(좌), 한국의 사이드이벤트를 알리는 홍보물(우) 스턴 경은 기후변화를 최초로 경제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이슈가 되었던 스턴보고서(2006)를 작성한 기후변화 관련 권위자이다.
ⓒ 손형진	관련사진보기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는 작년 코펜하겐 기후회의 때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연구소는 개발도상국과 신흥 산업국 중심으로 '녹색성장(Green Growth)'의 개념을 알리고 국제적인 녹색성장 전략을 연구하는 국제기구를 표방하는 기구로서 역할을 하겠다며 설립 취지를 밝혔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기구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취약점 중에 하나인 4대강과 직접적으로 연계를 짓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미나에 가기 전에 같이 간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4대강 얘기를 노골적으로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기후변화총회인데... 4대강사업 홍보는 왜 하나요

큰사진보기
▲ 청중 토론을 통해서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는 참가자 4대강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한 이후 일부에서는 박수를 치기도 했다.
ⓒ 손형진	관련사진보기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의 의장인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그린뉴딜 정책, 재생가능에너지 보급률, 고급 일자리 창출, 녹색 교육 사업을 소개하는 것과 함께 기후변화와 수자원 대책으로 한국의 4대강 플랜을 소개했다. 특히 "깨끗한 수자원 확보(Fresh Water)를 위해서 만들어진 4대강이 완성되면 한국의 4대강 지역이 몰라보게 변화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의 발표에 이어 토론자들의 토론과 청중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패널 참가자들의 토론이 끝나고 나서 청중 발언을 한 천예지(21, Youth 참가단)씨는 "4대강 사업을 통해서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은 뻔하며, 기후변화 대응이라고는 하지만 환경 파괴적인 공사와 기업 배불리기만을 위해서 천문학적 세금을 들이는 4대강 사업을 어떻게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것으로 포장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정부는 어떻게 그렇게 자랑스럽게 4대강 사업을 홍보할 수 있나? 4대강 지역은 우리 아이들이 사는 미래를 위해서 보존의 가치에 우선을 두어야 하는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천예지씨의 발언이 끝난 후 몇몇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어렸을 때 놀던 강은 수영도 하고 물고기도 잡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4대강 사업은 수질개선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세미나가 끝나자 4대강 사업과 녹색성장 사업의 진실을 알고 싶다는 외국인들이 꽤 있었다. 에너지 정책연구소 활동가들과 함께 준비해 온 <녹색성장과 4대강 사업의 진실>이라는 영문 보고서 약 50부를 현장에서 배포했다. 그러나 뒤편 출입구에 비치해 둔 보고서는 현장 관계자에 의해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개발도상국과 신흥산업국에 녹색성장을 전파한다는 연구소의 설립 취지는 결국 한국의 4대강 사업을 전파하는'글로벌 4대강 사업'일까. 녹색성장의 핵심사업으로 '4대강 죽이기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녹색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4대강이 기후변화 대응이라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다른 나라에도 4대강 사업을 수출하겠다는 말인가. 전 국토가 유린당하는 아픔은 국내에서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른 나라에게 수출한다? 그건 국제적인 범죄다.

비판받고 있는 세계은행, 부끄러운 녹색성장 지원해

큰사진보기
▲ 세계은행은 석탄 및 화석연료 사업지원으로 비난을 받고있다. 기후변화를 일으킨 장본인에게 또다시 기후변화 해결을 맡길 순 없다.
ⓒ 손형진	관련사진보기

사이드 이벤트에서 발표된 녹색성장위원회의 계획을 보면 현재 3개의 국가에서 녹색성장 지원사업으로 프로젝트를 계획하거나 진행 중에 있다. 해당 국가는 인도네시아, 브라질, 에티오피아다.

이를 위한 재정 지원금 마련과 관련해서 정부가 아무래도 세계은행(World Bank)과 파트너십으로 구성하고 있는 듯하다.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의 부의장이자 자문위원장으로 있는 영국의 니콜라스 스턴경은 세계은행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때문인지 세계은행의 잉거 앤더슨 부총재가 토론장에 와서 지지발언을 했다. 그녀는 "한국의 녹색성장을 기대하고, 녹색성장 연구소의 지원사업에 세계은행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발언하며 투자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러나 세계은행은 현재 시민사회로부터 기후변화를 일으킨 선진국들의 개발사업을 주도해 오히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데 일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례로 2010년 한해에만 세계은행은 화석연료 지원사업에만 전년대비 135% 증가한, 630만 달러(약 71억 원)라는 기록적인 재정금을 선진국에 지원했다. 또 기후변화에 관해 국제시민사회로부터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탄소배출권거래 등에 대해서 가장 많은 지원을 하기도 했다.

큰사진보기
▲ 세계은행 규탄 캠페인 세계은행은, 1달러당 1표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미국과 유럽에 의해서 운영된다.
ⓒ worldbankoutofclimate.org	관련사진보기

또 출자금에 따라 결정권이 높아지는 세계은행의 운영방식도 비난을 받고 있다. 철저하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의 일방적으로 입김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때문에 세계은행은 현재 논의 중인 '국제 기후 펀드'에서 손을 뗄 것을 강력히 요구받고 있다. 마치 우리집에 와서 물건을 훔쳐간 도둑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서 다시금 열쇠를 맡기는 꼴이라는 것.

칸쿤에서 활동 중인 환경 단체들은 '세계은행 규탄 캠페인(World Bank Out of Climate Finance Campaign)'을 7일에 계획하고 있다. 국제연구기관으로서 신뢰와 공신력을 인정받을지, 아니면 녹색성장의 홍보기관으로 전락하거나 재정과 관련해서 시민사회로부터 강하게 비판받고 있는 세계은행과 함께 허울뿐인 개도국 지원사업으로 국제적인 생색내기에 그칠지, 앞으로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