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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위기의 농업이라 말한다. '위기'는 있으나 이에 대한 '의식'은 없다. 현실에서는 그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농업에 대한 오늘날 국가의 가치관을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유기농업단지를 파헤쳐 자전거도로와 체련공원을 만드는 등의 사업을 거리낌 없이 진행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농업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인식도 그것과 벗어나지 않는다. 아는 이중에 누군가가 농사를 짓겠다고 하면 마치 벌써 망자라도 된 것처럼 취급하기도 한다. 농민들의 이미지 또한 좋지 않다. 머리띠 두르고 농산물 값 올리려는 떼쟁이 취급하기 일쑤다. 누가 농민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편의를 위해 농민들에게 과격한 이미지를 덧씌우는 매스컴과 국가기관들인가?


농업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 다시 농부가 되자>(아베 피에르 저, 현실문화연구 펴냄)의 지은이는 농업에 대한 가치를 전 국민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파괴되어가는 위기의 농업을 제대로 진단하는 것이 필요한 작업이다. 우리가 먹는 것을 생산하는 이, 소비하는 이, 그리고 농업을 지탱하는 대자연 삼자 모두가 위기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화학약품을 이용해 살충제, 제초제를 사용하는 현재의 관행농법에 대한 위험함을 든다. 결론은 현재의 농법은 석유를 소비하기만 하는 '낭비'라는 것.

 

"다시 말해 석유를 사서 살충제 비료로 전환하고, 이 비료를 이용해 집약적으로 밀을 생산한 후 이를 다시 연료로 바꾸는 것이다."

 

이는 비단 '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주식인 쌀의 경우도 화학비료와 퇴비를 생산하는 주원료는 '석유'다. 인력이 소요되는 경우는 기껏 종자를 모로 키울 때뿐이며 나머지 밭갈고 심고 경작해서 터는 것까지 모두 기계가 하기 때문이다.


"30년 전에는 곡물 수확을 하려면 20~30명의 노동력이 필요했을 경작지라면, 이제는 콤바인 덕분에 2~3명의 인력이면 충분하게 되었다. 하지만 기계의 설계, 제작, 판매 그리고 보수에 참여한 인력은 어떤 식으로 고려할 것인가? 발동기용 연료, 윤활유, 그리스, 유체연료, 도료 등 부가적인 요소들의 생산에 활용된 노동력과 이를 운용하기 위해 쓰인 인력도 마찬가지다. 또한 기계 생산에 필요한 공장을 짓거나 그 수리 혹은 보관을 위한 작업장을 설비한 사람들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은 결국 석유자원의 고갈에 따라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게 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농업시스템을 완전히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개혁의 이유는 여럿인데 대표적인 것이 인간과 생태계의 '건강'과 관련한 내용이다. 건강하지 못한 자연에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짓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겠는가 하는 것. 집약적으로 생산해서 이득을 얻으려는 대기업들의 욕심은 화학비료와 제초제로 범벅이 된 농산물로 나타나고 인 대규모 농장인근의 주민들에게도 큰 피해를 주게 된다.

 

"멕시코 북부의 쿨리아칸에는 미국 슈퍼마켓에서 판매될 광활한 토마토 재배지가 있다. 주 정부 소속 의사들에 의하면 매주 한두 명이 살충제에 중독되고 있으며, 종종 경련을 일으키는 노동자들도 관찰되고 있다고 한다. 쿨리아칸 연방 병원은 2주 내지 3주마다 한명씩 재생 불량성 빈혈로 찾아오는 농민을 치료하고 있다. 이 혈액병은 그 지역에서 사용되는 염소 향유 살충제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중독자들의 반수가 이 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수로의 온갖 살충제 잔류물이 흘러드는 경작지와 관개수로의 수로 물로 아기들을 씻기고 설거지를 하는 등의 상황이다.

 

우리 농촌의 경우라고 다르진 않다. 대부분이 같은(관행의) 농법을 이용하기에 산간오지의 마을을 가로지르는 냇가에 물고기가 살지 않는 것은 당연한일이다. 개울이 발조차 담그기 힘든 정도로 오염되어 물도 인근 정수장에서 염소 처리한 수돗물을 마시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농약이라고 부르는 '독약'의 효과이다.

 

"살충제들은 먹이사슬 내에서 '농축효과'라고 불리는 가공할 과정의 대상이다. 극소량만으로도 인상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맨 처음 식물이 살충제 1ppm을 향유하면, 이 식물을 먹는 곤충은 10ppm의 살충제를 갖게 된다. 이 곤충을 먹는 새는 200ppm, 이 새를 잡아먹는 맹금류는 4,000ppm 맹금류의 알에는 30,000ppm의 살충제가 들어간다."

 

인간은? 상위층에 해당하는 생선, 육류 등 동물을 먹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량의 살충제가 농축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능한 이야기이다.

 

건강의 위협뿐 아니라 자국의 식량을 자체 생산하는 자급권에 대한 문제도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터미네이터 종자'라고 불리는 유전자 조작 종자의 문제다. 같은 회사의 비료가 아니면 발아가 되지 않게 되어 있으니 생산을 위해서는 종자회사에 손발이 다 묶여버리게 된다는 뜻.

 

"사실 현재 제기되는 문제는 종자가 공공의 재산이냐 사유재산이냐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현재 연구소들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전적으로 식물을 변형하여 호르몬이나 효소 같은 보충물질을 없애버려 그 이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유전자 프로그램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 물질들이 없으면 종자는 발아할 수 없을 것이다."

 

농업에 대한 산업화가 가져온 결과는 다음과 같다. 생산성과 수익이 동의어는 아니며, 중간비용의 지수 그래프와 경작수입의 하락 그래프는 신기하게 반비례한다. 예전 농부의 부가가치 소득이 30년 전부터 가공업체들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경제활동의 분화는 영농활동을 약화시키고 의존도도 심화되었다. 영농업자는 자신의 영농활동과 관련한 어떤 경제적 인자도 통제할 수 없게 되었으며, 생산에 필요한 물품비와 생산 후 배송비 역시 개입의 여지가 없다.

 

<우리 다시 농부가 되자>는 농업의 위기를 진단하는 경고이자 앞으로 지구위에서 생존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매뉴얼이다. 결국 책이 안내하는 '생태농업의 이유'를 생각하는 것은 공존을 위한 마지막 선택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우리 다시 농부가 되자/ 필립 데브로스 저,서종석 역 /현실문화연구(현문서가)/ 14,800원


우리 다시 농부가 되자

필립 데브로스 지음, 서종석 옮김, 현실문화(2010)


태그:#생태농업, #농업패러다임전환, #농업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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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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