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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 중 북한에 대한 내용을 다룬 29일 <뉴욕타임즈>의 기사.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 중 북한에 대한 내용을 다룬 29일 <뉴욕타임즈>의 기사.
ⓒ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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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파장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확보한 주한 미국대사관 전문 1980건 중에서 공개된 건수가 8건밖에 안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위키리크스 파장의 '안전지대'로 남기 힘든 상황이다.

위키리크스가 미 국무부와 각국 대사관들이 주고받은 외교 전문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29일. 위키리크스로부터 미리 정보를 전달받은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독일 <슈피겔>, 스페인 <엘파이스> 등 세계 유력언론들이 관련 보도를 쏟아내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외교가들이 격랑에 휘말렸다.

위키리크스가 처음 공개한 전문에서는 ▲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생체정보 수집을 지시했다 ▲ 사우디 아라비아 국왕이 미군 사령관을 만나 이란의 핵 야욕을 좌절시키기 위해 "뱀의 목을 쳐달라"고 선제공격을 촉구했다 ▲ 중국 정부가 구글의 서버 해킹 사건 배후에 있다는 내용 정도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 정부를 당혹스럽게 하면서도 대중의 흥미를 더욱 끈 뉴스는 전 세계의 미 대사관 직원들이 각국의 지도자를 솔직하게 묘사한 전문들이었다. 주러시아 미국 대사관은 러시아의 푸틴 총리와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배트맨과 로빈의 관계에 비유했고, 주리비아 대사관은 카다피 원수에 대해 "우크라이나 출신의 관능적인 금발 간호사에게 빠져있는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주프랑스 대사관은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판에 민감하며 권위주의적인 벌거숭이 임금님"이라고 깎아내렸고, 주이탈리아 대사관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해 "무능하고, 자만심이 강하다. 푸틴의 대변인이 되고 있다"고 혹평했다.

위키리크스가 29~30일 동안 쏟아낸 자료 중에는 주한미국대사관이 2009년 1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본국으로 보낸 전문 8건도 포함되어 있다.

8건의 전문에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유명환 전 외교장관 등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들이 미국 관리들을 만나서 한 얘기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 남북이 2009년 가을부터 정상회담을 위해 접촉했지만, 정상회담 전에 상당량의 경제 지원을 달라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북한 경찰이 최근 평양과 베이징을 연결하는 철도에서 폭발물을 발견했다 ▲ 한국 관리들이 미국 대사에게 "통일 한국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중국과의 적절한 거래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관리가 "김정은이 권력을 잡을 때 북한이 겪을 혼란은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을 때 남한이 겪었던 것의 100배 이상이 된다"고 말했다 ▲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는 북한 군부대의 군기 강화 기간에 피살됐다 ▲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시 FTA 비준을 위한 여론전의 일환으로 대통령의 미국내 한국공장 방문을 추진했다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그러나 30일까지 공개된 내용들만으로는 "파괴력이 약하다"는 반응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작년 8월 6일 주한 미 대사관이 워싱턴으로 보낸 전문에는 한국의 정치상황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한미동맹 강화를 약속했고,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유럽 등지로 새로운 외교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등 현 정부에 우호적인 내용 일색이다.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상당수 국가원수들이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한 것에 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오히려 이번 사태의 수혜자로 비쳐지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태가 아직 종료된 게 아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위키리크스가 공개를 약속한 자료 251만1287건 중에 30일까지 공개된 분량은 281건에 불과하다.

위키리크스 자료들을 국가별로 분류하면 한국 관련 전문이 2878건, 북한 관련이 2596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중에서 주한 미국대사관이 작성한 전문의 수는 1980건으로, 이중에서 한국 관련해 공개된 전문은 8건이다.

위키리크스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모든 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향후 공개될 전문에는 한미FTA와 북핵문제, 주한미군 평택이전 등 한·미 양국의 현안은 물론, 한반도 주변국들의 동향에 대한 미국 외교관들의 판단이 담겨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과 대규모 촛불시위 당시 한·미 양국이 막후에서 나눈 대화가 담겨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위키리크스가 올해 2월 28일까지의 전문만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올해 최대 의혹사건으로 꼽히는 천안함 사건(3월 26일)에 대한 내용은 빠지게 된다.

위키리크스의 한국 관련 전문은 홈페이지에서 'KS'(남한), 'KN'(북한)이라는 태그로 검색할 수 있다.


태그:#위키리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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