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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만에 부활의 신호탄을 알린 태안 버스안내양이 태안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승객들로부터 요금을 회수하고 있는 버스안내양의 모습.
▲ 태안의 명물로 자리잡은 버스안내양 20여년만에 부활의 신호탄을 알린 태안 버스안내양이 태안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승객들로부터 요금을 회수하고 있는 버스안내양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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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실 분 안 계시면 오라이~."

지난 2006년 20여년 만에 전국 최초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태안군의 '추억의 버스안내양'이 태안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1989년 버스마다 안내양을 의무적으로 두게 했던 관련법이 사라지면서 추억 속으로 사라진 버스안내양이 다시 부활되면서 예전의 시골 인심이 다시 살아나는 듯 활기가 넘치고 있는 것.

또한, 태안군이 관광홍보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목적으로 농어촌버스 안내양 제도를 부활시킨 이후 인근 보령시와 강원도 정선 등에서도 바통을 이어받는 등 버스 안내양 제도가 전국적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태안군의 경우도 2006년 첫 시행 당시 1명에서 지금은 3명까지 늘었으며, 부부가 함께 한 버스 안에서 버스운전사와 안내양을 맡아 운행하는 버스도 생길 만큼 명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버스안내양은 만능... 요금 회수에서 관광가이드까지

태안읍에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짐을 내려주느라 정신없다는 정씨는 여자의 몸이지만 무거운 짐도 거뜬히 내려주는 등 승객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무거운 짐도 거뜬히 태안읍에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짐을 내려주느라 정신없다는 정씨는 여자의 몸이지만 무거운 짐도 거뜬히 내려주는 등 승객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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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인해 노인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버스안내양의 일은 단순히 승객들의 요금을 회수하고 문을 여닫는 데 그치지 않는다. 노인들이 무료하지 않도록 말벗은 물론, 무거운 짐도 실어주는 승객 도우미뿐만 아니라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 태안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버스노선에 위치해 있는 관광지와 계절별 특산물 소개도 마다않는 등 관광가이드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정씨의 일과는 태안읍 버스터미널에서 9시 50분에 출발하는 근흥방면 시내버스로 오후 6시까지 하루 네차례 운행한다. 5년여 동안 안내양을 하다보니 버스정류장은 물론 1일 200여명이 넘는 승객이 타지만 어디에서 내리는 지까지 파악할 정도다.
▲ 태안군 버스안내양 1호 정화숙씨 정씨의 일과는 태안읍 버스터미널에서 9시 50분에 출발하는 근흥방면 시내버스로 오후 6시까지 하루 네차례 운행한다. 5년여 동안 안내양을 하다보니 버스정류장은 물론 1일 200여명이 넘는 승객이 타지만 어디에서 내리는 지까지 파악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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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부활한 태안의 버스안내양 1호이면서 구수한 입담으로 승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정화숙(43)씨는 현재 3명뿐인 안내양의 맏언니. 버스안내양의 이미지 쇄신은 물론 태안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태안을 알리는 일등 전도사 역할도 해내고 있다.

태안에서 신진도 방면으로 이동하는 노선을 하루 4번 탑승, 버스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버스안내양 정씨. 정씨는 태안이 고향은 아니지만, 5년여 동안의 경험으로 노선은 물론 승객이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까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어엿한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도움을 주려고 안내양이 되었는데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정씨는 나이 지긋한 노인이나 혼자 사는 분들에게 "챙겨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정씨는 "시골 인심이라 그런지 정도 많아서 김치, 고추장 등 직접 담근 음식을 가져다 줘서 오히려 혜택을 받고 있다"고 미안해 했다.

안내양을 하면서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며 안내양이 천직이라고 말한다. 정씨는 안내양의 제1의 임무는 '승객의 안전사고 예방'이라며 "버스운행 중에는 절대로 움직이지 말고, 정차할 때까지 자리에 앉아있으면 좋겠다"고 승객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그는 또, "몸이 불편하시거나 짐이 많을 때 버스운전사와 상의해서 편의를 봐 주고 있는데, 일부 승객이 승강장이 아닌 곳에서 내려달라고 고집을 부릴 때는 난감하고 가장 힘들다"며 고충을 전한 뒤 "예전에는 술주정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요즘은 거의 없고, 만약에 술주정하는 분이 짓궂게 굴면 오히려 다른 주민들이 만류한다"고 말했다.

"버스탈 때마다 기분 좋아져"... 안내양 탄 버스에 중독된 승객들

"한분하고만 이야기를 나누면 다른분들이 샘내요" 정씨는 버스가 운행하는 내내 이야기를 하자는 승객들로부터 불려다니느라 정신없다. 그나마 승객이 적을 때는 나이드신 노인분들과 주로 대화를 나누며 무료함을 달래준다.
▲ 말벗은 기본 "한분하고만 이야기를 나누면 다른분들이 샘내요" 정씨는 버스가 운행하는 내내 이야기를 하자는 승객들로부터 불려다니느라 정신없다. 그나마 승객이 적을 때는 나이드신 노인분들과 주로 대화를 나누며 무료함을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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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안내양 정씨가 탑승한 버스만 이용한다는 근흥면의 한 주민은 "예전에는 스무살 가량의 앳된 안내양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는 버스마다 안내양이 있어서 그런지 무표정으로 상냥하지도 않았고 친근하게 말을 걸었던 적도 없던 것 같다"는 기억을 전하며 "하지만, 요즘은 비록 예전에 비해 젊은 안내양은 아니지만 오히려 환한 웃음으로 대해줘서 버스 분위기가 더 환해진 것 같고, 말벗도 되주고 짐도 들어주니까 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고 칭찬했다.

버스안내양 부활 당시부터 단짝인 운전사와 안내양
▲ 우리는 단짝 버스안내양 부활 당시부터 단짝인 운전사와 안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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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열심히 사는 당당한 엄마로 기억되기 위해 오늘도 버스에 몸을 실은 정씨는 "일하는 내내 즐겁고 안내양이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해 주었다"며 "사람들로부터 정도 많이 느낄 수 있는 안내양은 천직, 태안은 제2의 고향"이라고 밝은 얼굴로 말했다.

부활한 태안버스안내양 1호 정화숙씨. 스스로를 'O형 같은 A형'이라고 밝히는 정씨는 "적극적인 성격이라면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며 "내 일이라 생각하고 도전하면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안내양 지원자들에게 당당하게 소개하며 버스출발을 알린다.

"더 타실 분 없으면 오라이~"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버스안내양, #태안, #정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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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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