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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금강) 살리기 대행사업과 관련, 충남도(도지사 안희정)가 약 30억원을 들여 불필요한 교량을 만들려 하고 있어 건설업체의 수익을 보전해 주기 위한 '사업 늘리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충남도는 올해 초 침수가 예상되는 지역에 초화류를 심어 예산을 낭비하고도 또다시 해당 구역에 대형 꽃밭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충남도는 최근 금강유역환경청에 금강살리기 8-2공구 대청지구에 대한 사업계획변경안을 제출했다. 이 계획안은 금산군 천내2지구 둔치에 대형 꽃밭을 조성하고, 생태탐방로란 이름으로 부리면 방우리에서 부리면 수통리를 연결하는 폭 7m, 길이 145m에 이르는 콘크리트 교량을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교량 신축의 경우 지역주민 및 방문객들의 생태관찰 활동을 높이기 위한 생태탐방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교량은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이용가치가 전혀 없는 것이어서 불필요한 사업 늘리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충남도, 20만 본 꽃 죽이고 다시 대형 꽃밭 조성 추진

 

당초 충남도는 금강 살리기 사업의 하나로 올 상반기 천내 2지구(금산군 부리면 평촌리) 천변에 대형 꽃밭을 조성했다. 이곳은 사업 이전부터 자연적으로 수변식물이 잘 자라고 있었고, 누가 봐도 호우로 물이 불 경우 침수가 예상되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충남도는 사업을 강행했다. 예상대로 사업을 끝낸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천변 대형 꽃밭이 물에 잠겼고 심어놓은 초화류 20만 본이 그대로 죽었다. 몇 개월 만에 거액의 사업비만 날린 것.

 

금강유역환경청은 즉각 초화류를 심는 면적을 최소화하고, 생태적으로 우수한 지역인 만큼 원형을 최대한 보전하도록 계획변경을 지시했다.

 

이에 따른다면 충남도가 해당 사업을 중단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충남도는 해당지구 공사시행사와 협의해 2단계 사업계획안을 제출했다.

 

사업계획안의 하나인 천내2지구에는 물이 잘 흐르도록 하천 내에 쌓인 흙을 파내는 방법으로 하도를 정비하고, 파낸 흙을 하천 주변에 쌓은 후 만들어진 저수부지에 다시 초화류를 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충남도는 성토 계획을 '2년 빈도 홍수위'로 계획했다. 즉 심은 지 2개월도 되지 않아 초화류가 모두 물에 잠긴 후 고사하자, 이번에는 다시 둑을 높여 2년 동안 침수되지 않는 '대형 꽃밭'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등산객 위해 금강 가로지르는 145미터 '콘크리트 다리'를?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심어 놓은 초화류 20만 본이 죽었지만 이는 시험식재였다"며 "시험식재 결과를 반영해 2년 동안은 물에 잠기지 않는(2년 빈도 홍수위) 저수부지를 만들어 꽃을 심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2년 정도면 초화류가 뿌리를 내려, 침수가 되더라도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수부지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서는 "물이 잘 흐르도록 하천 내 퇴적토를 걷어내야 하는데 규정상 파낸 흙을 반출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주변에 성토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주민들은 "오래전 홍수로 인근 농경지가 침수된 바 있지만 당시 대책사업 이후 침수 피해가 발생한 적이 없다"며 "하천 퇴적층을 걷어낼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올해 5월에는 수십만 그루의 꽃을 심어 장마에 휩쓸려가게 해 돈만 낭비하더니 몇 년 안에 물에 잠길 꽃밭을 쓸데없이 왜 또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생태탐방로 조성 사업'이다. 충남도는 '방문객들의 생태관찰 활동을 높이기 위한' 탐방로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사업은 금강 본류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길이 145m, 폭 7m의 차량 2대가 지날 수 있는 교량공사다. 게다가 다리를 놓더라도 맞은편이 경사가 매우 급하고 대부분 가파른 암벽으로 돼 있어 오솔길을 등산로를 이용하는 등산객 이외에는 자전거 이용객도 사용할 수 없다. 이곳은 금산 적벽강이 있는 곳으로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고 강변은 갈대와 조약돌밭으로 경관이 매우 수려하다.

 

충남도 관계자는 "현재 등산객등이 물이 얕은 지형을 찾아 바지를 걷고 하천을 건너고 있어 인명사고 우려가 높다"며 "다리를 놓을 경우(공사비 약 30억원) 등산객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고 많은 탐방객들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암석으로 막혀 있는 산으로 가는 다리를 수십억 원을 들여 왜 놓으려 하느냐"며 "돈이 남아도는 모양"이라고 혀를 찼다. 

 

이와 관련, 금산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해당 구역 공사가 환경 훼손 문제 등을 비롯해 사업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여러 공사가 축소 또는 취소되자 시행사측이 무리하게 다리공사 등 대체사업을 벌이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이려 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재검토특위 의견 수렴 절차도 생략... 충남도, 4대강 사업 비판적인 것 맞나

 

지역환경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충남도가 이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충남지역의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안희정 지사와 충남도는 그동안 예산 낭비와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정부에 4대강(금강) 살리기 사업의 변경을 요구해 왔다"며 "충남도가 정부와 대행협약을 체결해 추진 중인 해당 공구에서 충남도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사업을 요구한 일 자체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충남도는 이미 구성돼 있는 '충남도 4대강(금강) 재검토 특위'를 비롯해 지역주민 등과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지역환경단체는 충남도에 사업 계획 백지화를 요청한 상태여서 그 추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금강유역환경청은 충남도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금강 살리기 8-2공구(대청지구, 사업비 180억원)는 충남도가 정부와 대행협약을 체결해 벌이고 있는 금강 살리기 4개 공구 중 하나다. 현재 8-2공구에서는 자전거 도로 등 2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태그:#충남도, #4대강 살리기, #금강, #천내지구,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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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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