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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17일 오후 8시 34분]

 

청와대가 2008년 7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신설되기 전 직접 불법사찰을 해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청와대 대포폰'에 이어 민간인 불법사찰의 '몸통'으로 청와대를 직접 겨냥한 것이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17일 열린 예산결산특위에서 "청와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활성화되기 전까지 청와대가 직접 사찰을 했다"며 ▲ 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 ▲ 전옥현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그 부인 ▲ 정두언·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의 부인 ▲ 친박계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 ▲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 등이 그 사찰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공직윤리지원관실 공직1팀의 권중기 경정과 원충연 사무관의 수첩 복사본을 증거로 제시하며 전 KB한마음 대표 김종익씨 외에 다른 민간인들도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불법사찰 당했다고 폭로했다. 권 경정과 원 사무관은 지난 15일 민간인 불법사찰 1심 재판에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함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들의 수첩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와 트로트 가수, 사진작가 이시우씨에 대한 메모가 적혀 있어 이들에 대한 불법 사찰이 진행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영포라인' 청와대 행정관, 김성호 전 국정원장 등 직접사찰"

 

이 의원은 우선 '청와대 사찰팀'과 관련, 2008년 3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박영준 대통령 기획조정비서관 밑에서 일한 경북 포항 출신의 이아무개 행정관 (국정원에서 파견)을 사찰을 진행한 '주역'으로 꼽았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 행정관은 "김성호 전 국정원장이 친노 성향 PK 출신 인사들만 챙긴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종찬 전 민정수석에게 제출, 김 전 원장을 사퇴케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김 전 원장은 참여정부 법무부장관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국정원장에 임명돼 정부 내 PK(부산·경남) 인사로 꼽혔다.

 

이 의원은 또 "2008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공개한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떡값 검사'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김 전 원장이 압구정동 소재 룸살롱에서 이종찬 전 수석을 만나 이를 해명했는데 이 행정관이 주축이 된 사찰팀이 이를 내사, 정동기 당시 민정수석에게 그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의 경우, 정두언·정태근·남경필 의원의 부인들이 사찰당한 경우와 맥이 같다.

 

이 의원은 "전옥현 전 1차장은 당시 '형님' 이상득 의원의 총선 불출마 움직임에 동참한 이재오 특임장관의 측근, J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됐다"며 "(청와대 사찰팀은) 2008년 3월 이상득 불출마 촉구 기자회견 직후 전 전 1차장의 부인을 내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시 전 전 1차장의 부인은 자녀 교육상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뉴욕 주재 국정원 직원이 고유 업무는 제쳐두고 내사를 진행, '전 전 1차장의 부인이 자녀들 학교 등하교와 가사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등 세세한 동정까지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또 "사찰팀은 전 전 1차장을 지속적으로 내사, '김정일 와병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정보 외부 유출의 책임을 지워 전 전 1차장을 홍콩 총영사관으로 전보 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아울러, "이 행정관은 2008년 3월부터 청와대에 있을 때와 2008년 9월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됐을 때, 정태근 의원 부인이 근무하는 사업체를 사찰하고 친박계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사찰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엔터테인먼트 기획사·트로트가수·사진작가까지 사찰"

 

이 의원은 또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김종익씨 외에 다른 민간인들도 사찰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권 경정과 원 사무관의 수첩 내용을 확대 복사한 내용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에 대한 수사가 의뢰된 직후인 2010년 7월 8일 10시 회의 때 작성된 권 경정의 수첩 메모를 보면, ' 정리, 언론 정리, 중간보고 2건' 등의 문구가 보여 MBC 관련자와 언론에 대한 사찰 내용을 감추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를 진행한 특별수사팀의 지휘라인 검사들의 인적사항은 물론 그 배우자들의 인적사항까지 기록돼 있다"며 "불법사찰 사건 관련 검찰 진술을 앞두고 지원관실이 대응책을 마련한 듯한 메모도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공개한 해당 수첩엔 "1팀으로 간 지 며칠되지 않아 과장님과 함께 서울청에 간 것은 사실(대통령 비방 동영상), 당시 촛불집회 끝무렵, 오래돼 기억나지 않습니다. (대통령 비방 동영상)이야기 구두로"라고 적혀있다. 사실상 김종익씨에 대한 불법 사찰과 관련, 검찰에서 진술할 내용을 미리 입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7월 8일 10시 회의를 기록한 메모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와 트로트 가수에 대한 사찰도 기록돼 있다"며 김씨 외 다른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이 입수한 수첩 메모에 따르면, "트로트가수 20 후반 30 초반, ○○○ 엔터테인먼트 ○○○, 소속 여가수 성폭행, 고소 구속 보선, 1심 재판 중, 피해자 진술은 16:00~23:00'라고 적혀 있다. 지방에 본사를 둔 주정 및 탄산가스 전문업체 M사의 업체명도 함께 병기돼 있다.

 

이 메모는 지난 2월 당시 유명 트로트가수 A(29. 여)씨가 "당시 M사 대표이사 B씨가 운영하던 연예기획사 소속으로 가수 데뷔를 준비할 당시 B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고 M사 대표이사를 고소했던 사건의 재판 진행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원 사무관의 수첩엔 사진작가 이시우씨에 대한 기록도 있다"며 총리실이 이씨를 대상으로 불법 사찰을 진행했을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해당 수첩에는 이씨에 대해 '비자금 조성부분, 자금이 불법폭력시위의 배후지원자금화 첩보'라고 적혀 있다.

 

이 의원은 이씨가 지난 2008년 노동자대회 당시 촛불집회 사진전을 열었던 사진작가라는 점을 지적하며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김종익씨의 경우처럼 이씨를 '반정부인사'로 규정, 사찰을 진행했던 것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그는 "원 사무관의 수첩엔 이 밖에도 김종익씨의 회사인 KB한마음 백아무개 자금부장을 '포섭해야 한다'는 메모와 김씨의 회사인물 정보도 기재돼 있다"며 김씨를 회사에서 쫓아내기 위한 작업들을 구체적으로 총리실이 지휘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아울러, "(원 사무관의 수첩엔)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의 임원 연락처 메모도 있어 이들을 통해 (다른 민간인들의) 개인정보 열람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영장도 없이 공단에 개인정보 열람을 요구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귀남 "보고 받은 적 없지만... 공직윤리지원관실 수사 철저히 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두 사람의 수첩을 보더라도 (총리실이) 수많은 민간인에 대해서도 사찰했다, 이인규 전 지원관이 위험한 사찰을 '윗선'에 보고도 하지 않고 했다는 게 이해가 되겠느냐"며 "(민간인 불법사찰에) 청와대의 개입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청와대가 직접 사찰을 진행한 사실까지 밝혀졌는데 대통령에게 이 사실이 보고 안 됐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라며 "이제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진상을 밝히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법무부 장관이 이 같은 사안을 구체적으로 답하기 힘든 만큼 검찰총장이 직접 나와 질의에 답해야 한다"며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않고 있는데 예산심사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귀남 법무부장관은 "(이 행정관의 일은) 보고받지 못한 일"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일로 판단된다"며 검찰 수사가 진행된 김종익씨 사건이 아니라면 굳이 답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핵심을 피해갔다. 또 이 장관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철저하게 수사했다"며 "(이 의원이 인용한) 권 경정과 원 사무관의 수첩 내용도 모두 (수사에) 반영돼서 판결문에 인용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이 의원의 '청와대 사찰팀' 주장이 '사실 무근'이라는 데 좀 더 무게를 실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관련 내용에 대해 확인 중이지만 구체적 근거 제시가 없어 신빙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예결위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들도 "근거 없는 폭로"라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권성동 한나라당 의원은 "청와대 대통령실이 직접 사찰을 했다는 주장을 들으면서 참으로 기가 막혔다"며 "(김윤옥 로비 몸통 의혹을 제기한) 강기정 민주당 의원에 이어 이 의원이 아무런 근거 없는 폭로 발언으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권 의원은 이어,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일방적이고 정치적인 주장을 하는 게 국회와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민주당이 검찰총장 출석 요구를 빙자해 예결위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데 대해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예결위는 민간인 불법사찰, 청목회 수사 등에 대한 현안 질의를 위해 검찰총장의 예결위 출석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이를 반대하는 한나라당이 간극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파행됐다. 

 


태그:#민간인 불법사찰, #대포폰, #청와대, #김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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