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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활공랜드의 이륙장
 문경활공랜드의 이륙장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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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공포증.
언젠가부터 내 발목을 잡고 있는 끈질긴 녀석이다.
어릴 적 나는 엄마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담한 아이였다. 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구름다리를 날다람쥐처럼 옮겨 다녔고, 친구들과 오자미 놀이를 하다 오자미가 지붕 위로 올라가면 거침없이 담을 타기도 했다. 심지어 너무 쏘다닌다고 외출금지를 내린 할머니의 눈을 피해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모험까지 하던 그런 부잡스러운 아이였다. 그것도 새파랗게 어린 초등학생이 말이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바이킹을 타면 고개도 들지 못할 정도로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겁쟁이가 되었다. 그런데 패러글라이딩이라니....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하늘을 날다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하늘을 날다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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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6일 찾아간 곳은 문경활공랜드, 나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줄 곳이다.

사무실 앞에 도착하니 옷을 입혀준다. 위 아래가 하나로 연결된 올인원 비행복. 옷을 걸치고 나니 내 모습이 마치 달에 착륙한 우주인 같아 웃음이 나온다. 기분일뿐이겠지만 왠지 든든해진다. 우주비행사라도 된 것 마냥.

장비를 실은 용달차를 타고 굽이굽이 험한 산길을 올라 도착한 곳은 해발 900m 높이에 위치한 활공장이다. 차에서 내리니 늦가을의 차가운 공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오늘따라 유난히 자욱한 안개 때문에 저 아래 세상이 흐릿하다.
올 것이 왔다. 그놈의 고소공포증.

"어떡하죠?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할 수 있을까요?"
"고소공포증과는 상관이 없어요. 일단 날아보면 괜찮을 거예요."

담당교관이 친절하게 격려를 해주지만, 그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어차피 혼자하는 것도 아닌데 숙련된 교관을 믿으면 될 것을, 유난스럽게도 구는 나다.
혼자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4일간의 교육이 필수라서 내가 선택한 것은 2인승 체험비행이다. 난 그저 교관 앞에 아기처럼 앉아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마침 바람의 양도 많아서 절벽을 향해 내달리는 수고로움도 덜 수 있는 날씨다.

익숙한 교관의 손에 의해 장비가 채워지자 바람이 격하게 느껴진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날개가 바람을 타기 시작한다. 주춤주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질 듯 몇발자국을 끌려가나 싶더니 부웅. 떳다!!

모든 짐이 가벼워지는 그 기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아! 좋다! 바로 이 맛이구나.'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세상은 조금 아쉽다. 맑은날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안개가 뒤덮여 뿌였다.

사진을 직접 찍어주기도 한다.
 사진을 직접 찍어주기도 한다.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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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며 세상에 홀로 남은 기분이 낯설지만 좋다. 나에게 주어진 15분의 시간, 그 안에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듯 눈이 바쁘다. 앞, 뒤, 좌, 우, 위, 아래 번갈아가며 시선을 돌린다. 위험할까봐 활공장에서 급하게 맡긴 카메라가 생각나 아쉬울 때쯤 교관이 긴 막대를 들이민다. 막대 끝에 카메라. 하늘에서 즐기는 셀카타임이다. 꾸미지 않았는데도 나의 얼굴 중 가장 밝은 표정이 담긴다.

멈춰있는 듯 서서히 움직이는 비행이 지겨워질 때쯤 교관이 놀이기구를 태워준다. 빙글빙글 하늘을 가르며 몇 바퀴를 돌고나니 살짝 어지럽다.

착륙
 착륙
ⓒ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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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이팅한 놀이를 즐기고 나니 어느덧 땅이 가까워진다. 다시 치열한 세상으로의 귀환.
날개를 걷어내고나니 하늘에서 자유로웠던 찰나의 시간이 꿈에서 만난 것처럼 아득해진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맘껏 즐겼던 하늘에서의 기억이 소중하게 남을 것 같다.

여행정보
주소 : 경북 문경시 문경읍 고요리 437-3
문의 : 상담교관 강인숙 054-571-4675, 010-5453-4675
홈페이지 http://www.flyingland.co.kr/
준비물 : 운동화 또는 등산화
비행가능일 : 주중, 주말, 휴일 언제라도 (강풍 또는 비가 오는날 비행불가)
대중교통 이용시 문경읍 터미널까지 픽업가능
(주말엔 예약이 많아 힘들 수 있으니 문의요망)
예약필수. 입금완료가 되어야 예약완료.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 http://dandyjihye.blog.me/140118046487 에 소개된 글을 일부 수정한겁니다.



태그:#문경여행, #문경활공랜드, #패러글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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