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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서울에 '쥐벽서'가 등장했다. 쥐벽서를 그린 박아무개 강사는 G와 '쥐'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G20 홍보 포스터에 '쥐'를 그려 넣었고, 경찰은 그에게 "G20을 방해하려는 음모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었다.    

그런데 서울의 상징인 해치가면을 쓰고 서울 시내를 누비고 다니는 '원조 쥐벽서'의 주인공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쥐벽서를 그린 박씨도 이들의 작업에 영감을 받아 '쥐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했다.

'해치맨'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들의 정체는 바로 서울대 디자인 그룹 FF. 아로마(25), 띵굿(26), 펭도(28), 롤키(29)로 이루어진 FF는 지난 4월부터 '아이 라이크 서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치가면 쓰고 서울 시내 누비고 다니는 '원조 쥐벽서'

'해치맨'이 서울시 홍보 포스터에 붙인 스티커. '서울은 좋아요' 문구가 '강남만 좋아요', '서울은 365일 공사중'으로 바뀌었다.
 '해치맨'이 서울시 홍보 포스터에 붙인 스티커. '서울은 좋아요' 문구가 '강남만 좋아요', '서울은 365일 공사중'으로 바뀌었다.
ⓒ 아이라이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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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번째 프로젝트는 서울시의 주장과 의견을 일방적으로 적어놓은 홍보포스터에 '진짜' 서울시민들의 목소리를 찾아주는 것. 이들은 '서울이 좋아요'라고 적혀 있는 서울시 홍보 포스터에 '서울이 좋아요?', '강남만 좋아요', '서울은 365일 공사중', '디자인 하느라 애들은 굶어요' 등의 재치 넘치는 스티커를 붙였다.

모든 문구는 '아이 라이크 서울' 트위터(@ilikeseoul), 미투데이(ilikeseoul), 이메일(haechi@ilikeseoul.org) 등을 통해 제안받았다.

이들이 '원조 쥐벽서'인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이들 역시 공공포스터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경찰에 소환되기도 했다. 서울시로부터도 수차례 압박을 받았다. 띵굿(26)은 "소환된 것 자체가 코미디였는데 막상 경찰에 가보니 꽤나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쥐벽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보면서 "기각이 됐고 안 됐고를 떠나서, 우리 사회가 최소한의 유머감각조차 결여돼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씁쓸해했다. 

'해치맨'이 디자인 서울 거리를 집에서 쓰다 남은 칫솔과 약간의 세제, 그리고 물을 이용해 시민들이 제안한 문구의 글자 모양대로 청소했다.
 '해치맨'이 디자인 서울 거리를 집에서 쓰다 남은 칫솔과 약간의 세제, 그리고 물을 이용해 시민들이 제안한 문구의 글자 모양대로 청소했다.
ⓒ 아이라이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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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계자와의 만남 이후 해치맨은 "새로운 방법으로 서울시를 놀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08년부터 서울 곳곳에 조성하고 있는 디자인 서울 거리에 집에서 쓰다 남은 칫솔과 약간의 세제, 그리고 물을 이용해 시민들이 제안한 문구의 글자 모양대로 청소하기로 한 것이다. '시간의 흔적만큼 아름다운 디자인은 없습니다', '겉모습이 가장 중요한 도시 서울에 잘 오셨습니다'. 이들이 디자인 서울 거리에 새긴 문구다.  

'해치맨'이 세종대왕상 옆에 헬륨 풍선을 띄웠다.
 '해치맨'이 세종대왕상 옆에 헬륨 풍선을 띄웠다.
ⓒ 아이라이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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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3일 '해치맨'은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옆에 커다란 헬륨풍선을 띄웠다. 마치 말풍선이 달리듯 세종대왕상 옆으로 헬륨풍선이 떠오르자, 광화문 광장에 있던 시민들의 이목이 모두 집중되었다. 해치가면을 쓴 해치맨이 든 헬륨풍선의 한쪽에는 '녹(슨) 성장'이, 다른 한쪽에는 '제가 웃고 있다고 여러분이 웃게 되는 건 아닌데 말이죠'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동영상 보기). '아이 라이크 서울' 시즌 2의 주제는 G20의 주요의제 가운데 하나인 '녹색성장'. 이제 해치맨은 헬륨풍선, 그리고 빔 프로젝터를 통해 서울시민들의 '진짜' 의견을 전할 계획이다,

지난 8일 띵굿(26)을 만났다. 지난 8월 서울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띵굿은 서울이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2007년 이후 3년간 '세계 디자인수도, 서울'을 주제로 공무원, 디자이너, 노점상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큐멘터리를 촬영해왔다.

'아이 라이크 서울' 프로젝트 역시 그가 먼저 제안한 것이다. '해치맨'에서 띵굿은 기획을, 롤키는 디자인을, 아로마는 영상을, 펭도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홍보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시민들의 '진짜 목소리'를 전하는 하나의 미디어로서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띵굿과의 인터뷰는 금천구에 있는 '해치맨'의 작업실에서 진행되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의 요지를 정리한 것이다.

"경찰에 소환될 때만 해도 '이게 무슨 큰 문제가 되겠나' 했는데..." 

경찰조사 받으러 가기 전, '해치맨'의 모습.
 경찰조사 받으러 가기 전, '해치맨'의 모습.
ⓒ 아이라이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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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0 홍보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서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대학 강사가 한 인터뷰에서 '해치맨 프로젝트'에 영감을 받아서 작업하게 됐다고 말했는데.
"저희 프로젝트에 영감을 받아서 작업했다는 (분들의) 기사를 몇 번 봤다. 그 분('쥐벽서') 결과물이 그렇게 돼서 (웃음) 마냥 긍정적이라고는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저희도 다른 작가들이나 디자이너들에게 영향을 받았다.

시각디자인이라는 게 결국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아닌가. 저희에게 영감을 받아서 작업해주시는 분이 계시면 더 용기를 얻어서 작업을 하게 되는 것 같다." 

- '해치맨'도 서울시 홍보포스터에 '스티커 붙이기' 작업을 하다가 지난 6월, 경찰에 소환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참, 당황스럽다. 전후 맥락을 조사해보면 이걸 어떤 의도에서 했다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구속영장이 기각 됐고 안 됐고를 떠나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점에서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경직돼 있다고 생각했다. 최소한의 유머감각조차 결여돼 있는 것 아니냐."

- 경찰에 소환됐을 때 이야기 좀 해달라.
"경찰에서 저한테 전화연락이 왔고, 저희가 '공문서 같은 게 있으면 보내달라'고 해서 경찰 에서 출석 요구하는 서류가 날아왔고, 출석해서 3시간 정도 조사를 받았다. 사실 경찰에 출석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리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소환당했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고, '이게 큰 문제가 되겠나'라는 생각이었다. '비공식 불법 디자인 서울 캠페인'을 표방하긴 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경범죄나 벌금형 정도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이었다. 그런데 경찰에 가보니 그게 아닌 거다.

경찰 쪽에서는 우리에게 '징역형까지 갈 수 있다'고 했고, 분위기가 심각했다. 누가 주도적으로 했느냐, 누구의 지원을 받았느냐, 왜 한국사이트가 아닌 구글에 홈페이지를 만들고 구글에서 메일을 주고 받았느냐(웃음), 애초에 수사망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느냐, 어디에서 이걸 모의했느냐…' 카페에서 했다'고 하니까 '어떻게 카페에서 할 수 있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요즘에는 노트북 사용해서 카페에서 다 하지 않느냐'고 답했더니, '몇 월 며칠에 카페에서 만나서 몇 시간 동안 모의를 했느냐'고…." 

- 경찰조사 이후에는 어떻게 됐나?
"앞으로 계속 수사가 진행될 거라고, 다른 멤버들도 소환될 수 있다,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고 하셨고, 돌아와서 멤버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을 때 많이 긴장을 했다. 저희는 당시에 학생이었고 어떻게 우리를 변호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1주일 정도 기다렸다. 그런데 이 소식을 알게 된 한 언론사에서 기사가 나왔고, 서울시에서 '학생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을 발표했고, 경찰에서 그날 저녁 바로 전화가 왔다. 수사를 정리하겠다고."

- 서울시 디자인 총괄본부 관계자와도 만났다고 들었다.  
"만나기도 했고 전화도 몇 번 왔다. 서울시 관계자를 만난 건 5월이었다. 공공시설물에 스티커를 붙이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했고, 그것에 대해서는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이후부터 '스티커 붙이기'를 중단하고 '거리 청소'를 시작했다(기자 주: 해치맨은 서울시 관계자와 만난 이후 '저희의 행동이 불법인 것은 물론 알고 있었지만 당사자에게 직접 그 점을 지적당하니 부담감이 급증했습니다. 또한 정치적인 부담감도 상당합니다. 그래서 이 캠페인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라는 글을 자신들의 블로그에 남겼다)." 

"세종대왕은 존경하지만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은 싫다"

'해치맨'이 시민들로부터 제안받은 문구를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서울 하늘에 쏘아 올렸다.
 '해치맨'이 시민들로부터 제안받은 문구를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서울 하늘에 쏘아 올렸다.
ⓒ 아이라이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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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치적 부담감도 클 것 같다. 이번에 광화문 광장에 헬륨풍선 띄우는 영상을 보니까 경찰과 마찰도 있었던 것 같더라.
"다행스럽게도 헬륨풍선이 좋은 게 법적으로 문제 되는 부분이 없다는 거다. 집회처럼 여러 명이 하는 게 아니라 혼자 하는 거고, 또 헬륨풍선을 (특정장소에) 설치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된다. 그런데 저희는 (헬륨풍선을) 설치하지 않고 가지고 걸어 다닌다. 유희를 위한 헬륨풍선이 좀 더 커졌을 뿐이다."

- 세종대왕상 옆에 헬륨풍선을 띄우기로 한 이유는 뭔가?
"의도 자체는 복합적이었다. 시민들의 의견을 알리기 위한 것도 있고, 공간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세종대왕은 존경하지만 세종대왕상은 싫다. 이순신 장군상도 60~70년대 군사정권을 정당화시키는 상징물로서 자리를 잡았고…. 서울광장, 청계천만 해도 안 그런데 광화문 광장은 세종대왕상이 자리를 잡음으로 해서 일종의 파놉티콘 느낌도 들고, 그 공간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하나의 주체로서의 시민이 아니라 '이 공간이 참 행복하다, 평화롭다'를 보여주는 하나의 오브젝트(물체) 같은 느낌이 든다. 평화로운 하나의 풍경 속에 시민들이 박제되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물론, 청계천이나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면 가장 많이 받는 반박이 '그 공간을 즐기는 수많은 시민들이 있지 않나'라는 의견이다. 그런데 이 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다른 의견'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럼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피켓이나 그런 건 기존에 해왔던 방식이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라면 어떻게 이러한 생각을 가시화시켜서, 세련되게 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 헬륨풍선 띄우는데 비용이 얼마나 들었나
"한 번 띄우는데 35만 원 정도 든다. 헬륨 가스통도 대여해야 하고. 헬륨풍선이 불법적이지도 않고 장소의 주목도 높아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비용이 많이 들더라. (서울광장에 크게 붙어 있는) 김연아 사진 옆에 가서도 띄우고, 매일 띄우고 싶었는데… 아쉽다(웃음)."

3년 동안 찍은 60분짜리 테이프 40~50개, 편집하지 않은 이유

- 시즌1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디자인 서울에 대해서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디자인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디자인으로 불행한 사람들 도와주고, 디자인 때문에 행복해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더라. '디자인 해야겠다', '디자인으로 서울을 바꿔놓고 싶다' 그래서 디자인 공부를 했는데, 대학교에 와서 <러브하우스>의 뒷이야기를 알고 보니까 엉망인 부분이 많더라. 소송도 걸리고…. 짧은 공사기간 동안 (디자이너가) 섣불리 개입을 했을 때, 그 공간 자체가 기능적으로도 문제가 있지만 주민들, 즉 외부와의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보면서 놀랐다.

그러다가 2007년도에 서울이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디자인 수도면 제일 잘된 사례가 있었다는 이야기인가 싶어서, 캠코더를 들고 인터뷰를 하러 돌아다녔다. 그렇게 3년 동안 '디자인 수도, 서울'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촬영했다. 가장 먼저 찍었던 건 노점상 분들이었는데 그 분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디자인 서울 추진) 과정에 문제가 많은 것을 알았다.

한 분은 중학생 아들이 당장 다음 달 급식비를 못 내는 상황인데 노점상이 철거가 돼서 울면서 하소연을 하시고…. (디자인 서울)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6개 구 중에 관악구에 제일 급진적으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었고 매일 물리적인 마찰이 일어나는 걸 봤다. 청계천 뿐 아니라 노점상 문제들이 해결이 안 된 부분들이 많았다. 계속 돌고 돌더라. 동대문 디자인 파크 플라자도 논란이 많았고. 

2008년 서울 디자인 올림픽 취재도 했는데 예산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서울을 디자인 수도로 선정한 익시드(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 ICSID)에 관련 자료와 함께 서울을 왜 디자인 수도로 선정했는지 알고 싶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익시드에서 답장이 왔고, 선정 당시 부회장이었던 분과 인터뷰를 주선해주셨다. 당시 그분이 일본에 계셨는데 그쪽(익시드)에서 일본에 가는 비용을 대주셨다. 이건 영상(다큐멘터리)에도 나오는 부분인데, 그분이 서울시 디자인 수도 관련해서 컨퍼런스 올 때마다 디자이너를 아무도 못 만났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하시더라. 디자인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매번 정치적인 로비로 맞닥뜨리는 게 실망스러웠다고.

그렇게 많은 분들 만나보고 문제의식 갖고 관련서적 읽고 하다 보니 인터뷰보다는 내가 행동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내가 화자가 돼서 어떻게 활동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 다큐멘터리는 어디에서 볼 수 있나?
"60분짜리 테이프로 40~50개를 촬영했는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놓고는 편집을 안 했다(웃음). 그분들이 했던 말을 그대로 정리하는 방식 아니면 정리가 힘들었다. 그래도 다른 방법을 통해 (디자인 서울의) 문제점을 알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부분(다큐멘터리 촬영)에 대해서는 (이러한 활동을 하게 된) 개인적인 동기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G20 기간에는 트레이닝복 자제 해달라'는 멘션, 다들 진짜인 줄 알더라"

'해치맨'이 G20 정상 회담 트위터 패러디 계정(@G20SeouISummit)에 "11월 11일과 12일에 열리는 역사적인 서울 G20 정상회의 드레스코드를 안내해 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이와같은 사진을 올렸다.
 '해치맨'이 G20 정상 회담 트위터 패러디 계정(@G20SeouISummit)에 "11월 11일과 12일에 열리는 역사적인 서울 G20 정상회의 드레스코드를 안내해 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이와같은 사진을 올렸다.
ⓒ 아이라이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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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그룹 FF는 해치맨 프로젝트 이전부터 있던 동아리인가?
"FF는 그래픽 디자인을 다루는 동아리고, 제가 서울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가 '스티커 붙이기'를 시작하면서 같이 하게 됐다. 서울은 10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살고 있는 유례없는 거대도시다. 의견표출이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다양함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 '해치'를 마스코트로 선택한 이유는 뭔가?
"역설적인 재미가 있다. 서울시에서 만든 캐릭터가 서울시에 반대하는 이야기들을 하고 다닌다. 아이러니 한 것 같았다."

- 해치가면은 어떻게 만들었나?
"광화문 광장 근처에 해치 기념품 파는 가게가 있는데, 거기에 가장 큰 인형이 있다. 그 인형의 머리 부분만 가위로 잘라서 솜을 파냈더니 딱 쓰기에 알맞더라. 그걸 발견하고 제가 너무 흥분해서 그 매장 안에서 막 가위로 잘랐는데 아주머니가 뭐하는 거냐고 경악하셨다.(웃음)" 

- 디자인 서울에 대해 그토록 오래 고민했다면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서 이야기해봐도 좋을 것 같다.
"만나보고 싶다. 한 달 전쯤인가. 디자인 관계자들과 오세훈 시장이 현장 대화 같은 걸 했는데 MBC 뉴스에 나간 저희 영상을 보여주면서 '디자인 서울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방해하는 세력도 있었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더라. 그거 듣고 되게 웃겼다. 우려되는 부분은, 사실 저희는 1000만 명 중에 한 명의 시민이기 때문에 1000만 명을 대변하는 성격으로 가는 건 부담스럽고 1000만 명 중의 한 명으로 나가고 싶다."

- '서대문구 음식물 쓰레기 배출 자제' 논란 이후에 @G20SeouISummit 트위터 계정으로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G20 기간 중 트레이닝복 차림을 자제해주십시오"라는 멘션을 남겨서 화제가 됐다. 진짜인 줄 아는 사람도 많은 것 같더라.
"일종의 패러디 계정이다. Seoul에서 소문자 엘(L)이 아닌 대문자 아이(I)를 썼다. 사람들이 패러디라는 걸 알 줄 알았는데 안 그렇더라. 하루 동안 3000건이 넘는 멘션을 받았는데 80%가 욕하는 내용이었다(웃음). 어떻게 보면 이러한 공식 캐치프레이즈들이 얼마나 사람들을 화나게 했는지 보여준다는 생각도 들면서, 한 편으로는 좀 더 세련되게 조절했어야 하지 않았나라는 반성도 들더라."

- 시즌1에서 '디자인 서울'에 대한 시민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었다면 시즌 2의 주제는 G20으로 잡았다. 시즌1만큼 재밌는 의견이 많이 들어오고 있나?
"대부분은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를 패러디 해서 많이 보내주시는데 '디자인 서울'만큼 재밌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G20 자체에 대한 의견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파블로 인간기'와 '테드 엑스 금천' 구상하고 있다"

-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인가?
"지역을 기반으로 해서 그 지역성을 살리면서 그 지역의 이슈들을 다루고 싶은데, 디자인이 그 미디어가 됐으면 한다. 현재 두 가지를 기획하고 있는데 하나는 '파블로 인간기'라고 인류학자가 곤충들을 관찰하듯이 사람들을 관찰한 기록기 같은 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요즘 '테드 엑스(TEDx)'라고 해서 지식을 갖고 있는 연사들을 초청해서 18분 동안 그 지식을 공연할 수 있도록 하는 지식 콘텐츠 콘서트가 있다. 뒤에는 주로 지역명이 붙는다. 저희들도 연사로 나가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재밌기는 했지만 굳이 이 방식이 아니더라도 이미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잘 해오던 명사들을 초청해 이야기한다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꼭 발언권을 가져야하는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자리를 주되, 호소력을 가질 수 있도록 디자인을 잘 해보면 어떨까. 그게 이 지역에 많은 이주노동자일 수도 있고 또 금천이 우시장이 유명하니까 금천에서 소 부위를 가장 잘 해체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런 분들과 협업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테드 엑스 금천'을 만드는 거다."

- G20 앞두고 해보고 싶은 건 없나?
"헬륨풍선 한 번 더 띄우고 싶다. 헬륨풍선에 대해서 잘 써달라(웃음). 빔 프로젝터 같은 건 큰 벽에도 쏠 수 있다. 디지털 피켓처럼 야간에 거대한 벽이나 경찰차에 쏠 수도 있고 이동하면서 쏠 수도 있고 주목성도 높다. 영상으로도 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피켓 디자인을 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도 함께했으면 좋겠다."


태그:#쥐벽서 , #해치맨 , #아이 라이크 서울, #디자인 서울, #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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