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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바람이 벌써부터 찹니다. 추운 날씨에도 막사에서 생활하며 인간다운 대접을 받길 원하는 이들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이들을 만나야 했습니다. 그 첫 번째가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투쟁이며, 두 번째는 현대차 하청업체인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투쟁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홍대 두리반에서 철거 반대 투쟁을 하는 이들을 만납니다. 세 가지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 기자 말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옆에서 열린 네 번째 수요집회
▲ 27일 네 번째 수요집회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옆에서 열린 네 번째 수요집회
ⓒ 동희오토사내하청지부까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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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4120원을 받던 동희오토 해고 노동자들의 노숙 농성이 오늘로 109일 째를 맞았다. 올 5월 수출, 내수 판매 100만대를 달성한 현대기아차 모닝 완제품을 생산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4120원의 시급을 받아왔다면 믿을 수 있을까?

영국 자동차 잡지에서 안전성 1위를 차지한 모닝.
▲ KIA PICANTO 영국 자동차 잡지에서 안전성 1위를 차지한 모닝.
ⓒ uk ca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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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라운 게 있다. 시급 4120원을 받는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만든 자동차가 2010년에 영국의 자동차 매거진이 조사한 자동차 26000대 가운데 마즈다 사와 토요타 사를 제치고 가장 믿을 수 있는 경차 1위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이다. 시급 4120원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술력을 세계가 인정한 셈이다.

연간 30만대 이상 생산이 가능한 동희오토 서산공장은 현대소유 공장부지, 현대캐피탈 소유의 생산설비 그리고 100% 비정규직 노동자로 운영된다. 700명의 한국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150명의 외국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중 10시간씩 일을 한다. 일이 많은 날에는 주말도 없다. 85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시간당 약 40대의 모닝을 생산한다.

토요타 제친 모닝 만드는 노동자 시급은 4120원

동희오토 해고노동자들의 7시 출근 집회
▲ 7시 출근집회 동희오토 해고노동자들의 7시 출근 집회
ⓒ 동희오토사내하청지부까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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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동희오토 해고 노동자들은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옆 인도 한 구석에서 천막을 치고 간접고용 철폐, 해고 노동자 복직, 사내 노조활동 인정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들이 해고당한 자리는 이미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워졌다.

지난 27일 현대기아차의 간접 고용철폐를 요구하는 네 번째 수요 집회가 열렸다.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정문은 이 회사에서 고용된 경비업체 HDS시큐리티의 직원들과 경찰들이 지키고 있었다.

정문에서 조금 떨어진 인도에서 동희오토 해고노동자들의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간접고용 철폐하라 / 정몽구가 해결하라 / 비정규직 철폐 투쟁" 등의 구호를 외쳤다.

최진일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은 "현대자동차는 2005년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다. 법망을 피하고, 간접고용 노동자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서 동희오토 서산공장을 만들었다. 현대기아차는 하청업체에 고용된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현대기아차 노동자로 고용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라"고 말했다. 집회가 이어지는 동안 경비업체 직원과 조합원들 사이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담배를 피고있는 임용현씨는 21일 용역 경비업체에게 폭행을 당했다.
▲ 피흘리는 사진 담배를 피고있는 임용현씨는 21일 용역 경비업체에게 폭행을 당했다.
ⓒ 동희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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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농성에 참석했다가 경비업체 직원에게 폭행을 당한 임용현씨는 "현대기아차, 경비업체, 경찰이 합세해서 동희오토 해고 노동자들의 합법적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 공동 농성단 노동자들 또한 연대해서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 하겠다"라고 말했다.

동희오토 농성장, 그들의 첫 번째 겨울나기

28일 현대기아차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경비용역 직원들 앞에 정몽구가 해결하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 28일 출근 집회 사진 28일 현대기아차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경비용역 직원들 앞에 정몽구가 해결하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 동희오토사내하청지부까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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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희오토 해고 노동자들의 노숙 농성장이 첫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한 겹의 얇은 비닐로 농성 천막을 덮은 게 전부다. 27일 밤, 비닐이 미처 막지 못한 틈으로 찬바람이 들어왔다. 한 겹의 비닐과 침낭만으로 추위를 막을 유일한 도구.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천막에서 동숙한 성균관대 노동문제연구회 학생들도 잠을 이루지 못 하고 뒤척거렸다. 서둘러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해고 노동자들의 하루는 농성장에 "정몽구가 해결하라"는 현수막이 잘 붙어있는지 확인하는 걸로 시작한다. 해고 노동자가 걸어놓은 현수막을 가리기 위해 경비업체 직원들이 자기네 현수막을 새벽에 몰래 걸어놓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는 현수막을 지키기 위해 불침번까지 세웠다.   

오전 7시 출근 집회가 시작되기 전, 심인호 조합원에게 잘 때 춥지 않았냐고 물었다. 심 조합원은 "100일 넘게 농성장을 지켰는데, 요새는 정말 추워죽겠다"라고 말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대학생 백영기씨는 "여름에는 모기 때문에 엄청 고생하셨는데, 겨울은 어떻게 지내실지 걱정이다. 자주 와서 같이 있어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다"라고 했다.

출근집회를 하는 동안 수백 명의 현대기아차 본사 직원들이 집회 현장을 지나갔다. 그러나 현대기아차 하청업체인 동희오토 해고 노동자에게 말을 거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출근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 박초은씨는 "하청업체 해고 노동자들이 본사에 와서 집회를 하는데,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같은 노동자들끼리 이럴 수 있느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수요집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조합원
▲ 27일 4번째 수요집회 수요집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조합원
ⓒ 동희오토사내하청지부까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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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죠"

농성 장에서 아침 식사 중이다.
▲ 아침 식사. 농성 장에서 아침 식사 중이다.
ⓒ 동희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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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직 진보신당 서울시 위원장은 "동희오토는 현대기아차가 비정규직노동자의 장기 사용에 따른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세운 회사"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기아차의 사내하청 직원 10000명과 외주하청 직원 5000명을 정규직화 시키는데 2500억 원의 비용이 든다. 그런데 올해 현대기아차는 이익잉여금 29조 원, 사내유보금 6조 8천억 원, 현금전환가용기금 12조 3천억을 갖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돈이 없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시키지 않는 것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다. 동희오토 서산공장을 현대기아차 국내공장으로 바꾸면 되는 문제이다. 어차피 부지와 생산설비 자본 모두 현대기아차의 소유 아닌가"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 해 사상 최대의 영업매출을 올렸다. 현대기아차의 모닝은 올해 수출, 내수 판매 100만대를 돌파를 하며 현대기아차의 효자품목이 되었다. 그런데 그 생산 주역들은 109일째 거리에서 아침 밥을 먹는다. 햇반, 육개장, 김이 전부인.

"2시간 일하니 팬티까지 싹 젖더라"
[인터뷰] 박태수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조직부장
28일날 아침 출근집회를 마치고, 박태수 조직부장과 인터뷰를 했다.
 28일날 아침 출근집회를 마치고, 박태수 조직부장과 인터뷰를 했다.
ⓒ 동희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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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노동의 감옥'에 갇힌 이들이 있다. 고용은 되었지만, 계약된 기간 동안만 일을 한다. 낮은 임금을 받고, 별다른 이유 없이 해고를 당하기도 한다. 노사 단체협상 같은 건 생각도 못 할 일이다. 대기업 물건을 만들지만, 중소기업에 고용되어 있다. 이들을 간접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부른다. 박태수씨는 지난 2008년 1월부터 현대기아차 모닝의 완제품을 생산하는 동희오토 서산 공장 화이날 시트공정에서 일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회사의 무리한 생산량 증가에 반발하여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 해고당한 경위가 어떻게 돼나요?
"(2008년에 동희오토 서산공장에서는) 시간당 32대를 만들었는데 회사에서 갑자기 시간당 4대를 더 만들라고 했어요. 인원을 충원하고 4대를 더 만들라고 하면 하던 일을 나눠서 할 수 있으니까 상관없어요. 근데 인원은 안 뽑고 그냥 4대 더 만들라고 지시한 거예요. 일하는 사람은 몸으로 알아요. 시간당 4대를 더 만들면 자기가 얼마나 힘들지. 하루로 치면 40대를 더 만드는 거예요. 10시간 내내 뛰어다니면서 일해야 돼요. 그래서 유인물을 배포했다 해고당했죠. 공장이 떠들썩해졌죠. 정규직이었으면 쉽게 못 자를 텐데.(현재는 시간당 40대 이상씩 생산한다-기자주)"

- 한 달에 급여가 어느 정도 되죠?
"자동차 공장은 보너스가 600%예요. 현대기아차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봉 6000만원씩 받는 것도 보너스가 포함된 급여예요. 우리도 보너스는 600%예요. 근데 기본급이 최저임금(80만원)이에요. 보너스까지 다 털어도 1년에 2100만원이에요. 기본급이 낮기 때문에 보너스가 있든 없든 아무 상관없어요. 빛 좋은 개살구죠. 2008년도에 실수령액이 2000만 원이 안 돼요. 지금 일하는 사람은 아마 연 2000만 원 조금 넘게 받을 거예요."

- 동희오토와 현대차 공장이랑 비교하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나요?
"자동차 공장은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으면 그때부터 공장으로 인정해줘요. 동희오토의 경우, 1년에 18만대, 24만대 만들다가 지금은 30만대 만들 수 있어요. 현대차 공장도 1년에 30만대씩 만들 수 있어요. 근데 동희오토는 850명의 생산직이 일하고, 현대차공장은 4000명의 생산직이 일해요. 현대차 공장은 정규직 비정규직 비율이 7:3인데, 동희오토는 비정규직이 100%예요. 물론 현대차 공장에서 만드는 게 경차가 아니라서 부품이 더 들어가겠죠. 그렇지만 모닝이 아무리 작아도 현대차 1공장에서 만드는 베르나가 모닝보다 3배나 더 크지는 않잖아요. 훨씬 적은 인원으로 비슷한 숫자의 자동차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러니 일하면서 계속 뛰어다니죠."

- 모닝 한 대 만들면, 얼마 정도 생산직 노동자에게 떨어지나요?
"지금 모닝이 풀옵션 1180~1200만 원 정도인데, 베르나랑 얼마 차이 안 나요. 우리는 시간당 4120원을 받는데 한 시간에 40대 넘게 만들잖아요. 시간당 4120원을 받으니까 모닝 한 대 만들면 100원 좀 넘게 받는 거죠."

- 자동차 공장이 동희오토 공장처럼 운영되면 자동차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나요?
"노동 강도가 세니까 작업장에서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실수가 생길 수도 있죠.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어요. 모닝도 도요타처럼 결함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할 수가 없어요. 일이 힘들면 품질이 떨어질 수도 있죠."

- 원래 노동운동을 하셨나요?
"전부터 노동조합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동희오토 들어가서 딱 2시간 일하니까 팬티까지 싹 젖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여긴 노동조합 있어야겠다고. 일하는 환경을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태그:#동희오토, #비정규직, #간접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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