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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올라온 <한국역사가> 캡쳐 장면
 유튜브에 올라온 <한국역사가> 캡쳐 장면
ⓒ gracekim2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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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동영상을 저희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없습니다. 역사를 배우고 공부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것이나 이 동영상에서는 그 안에 정치적 이념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저는 이에 동의하지 않을 뿐더러 아이들에게 이 동영상에서 보이는 일방적인 사상을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습니다.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아이들의 정서적, 인지적 발달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어른들의 사상을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살상과 다름없습니다."

"제가 국민학교 다녔을 때 무수히 만들던 반공포스터, 표어 그리고 글짓기가 생각나네요. 백지상태의 아이들에게 적개심과 분노를 심어준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이번 천안함 사건만 보아도 알 수 있었죠. 너무나 시대 착오적이네요."

10월 26일 신시내티에 있는 한국학교 교장이 보내온 동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의견을 표명한 선생님과 학부모들 이메일의 일부다. 어떤 동영상이기에 교장 선생님은 보여주고 싶어하고, 선생님과 학부모들은 반대하는 것일까? 

신시내티 한국학교 교장이 이 학교 교사들에게 보낸 메일에는 플로리다 주 올랜도 푸른동산 한국학교 김은혜 교장이 미국 내 한국학교 교장들에게 보낸 메일이 포워딩 되어 있었다. 김은혜 교장은 이메일에서  "아이들이 학도병 교복과 일제 시대 때의 치마 저고리, 군복을 입고 태극기를 들고 노래하는 모습만 보아도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비록 완벽한 작품은 아니지만 나라를 향한 우리의 뜨거운 마음을 같이 느껴보고자, 그리고 또한 많은 선생님들께 도전과 자극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유튜브에 올렸습니다"라고 12분 25초짜리 동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동영상 보기] 한국역사가 - 올랜도 푸른동산 한국학교

"우리 속에 흐르고 있는 한민족의 혼과 피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며, 또한 그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굳게 의지하며 여러분들과 작은 힘으로나마 한국을 지켜가고 싶습니다. 벅찬 마음에 잠 못 이루며…"

신시내티 한국학교 교장은 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주 한국학교에서 공부시간에 설명을 한 후 학생들에게 보여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학부모와 교사들간에 이메일 토론이 이루어졌고, 결국 교장선생님은 동영상 상영 유보를 결정했다.

"제암리 교회 성도들 불태워 죽였네"...만 3세부터 10세까지 아이들 열창

유튜브에 올라온 <한국역사가> 캡쳐 장면
 유튜브에 올라온 <한국역사가> 캡쳐 장면
ⓒ gracekim2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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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교장이 보내온 동영상에는 단군 이래 반만년 역사를 담은 한국역사와 아이들의 '한국역사가' 노래가 담겨있다. 7절짜리 <한국역사가>는 한국의 평강제일교회에서 먼저 선을 보였던 것인데, 미국의 한인교회로 수입되어 한국학교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김 교장이 보내온 메일에 따르면, 올랜도 푸른동산 한국학교의 한국어 기초·초급반의 12명의 아이들은 3주 동안 준비하여 올랜도 노인회 주관 추석행사에서 이 노래를 발표했으며, 최근 한국학교가 소속되어 있는 푸른동산 교회 행사에서 다시 불렀다. 동영상 뒷부분에 담긴 내용이 아이들의 공연장면이다.

"제암리 교회 성도들 불태워 죽였네"

어린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 가사는 섬뜩하기조차 하다. 한 학부모는 이런 노래를 부르도록 하는 것은 "아이들 학대이며 씁쓸하다"고 소감을 밝혔고, "단순함과 섬뜩함이 담긴 긴 가사를 외우게 하고 무개념, 무비판적으로 어른들을 기쁘게 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 것은 역사 교육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 네티즌은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애들이 저 쓸데없는 연대나 이름 외우느라 힘들었겠다…하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수령님에게 충성하게 가르치고, 미국에서는 교민들이 하나님에게 충성하게 가르치니, 같은 민족인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파쇼적 민족주의, 국수주의, 극우 반공사상과 더불어 배타적 기독사상을 전파하려는 이런 역사교육은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소름이 끼치네요. 다원화된 사회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과 평화사상을 가르쳐야 할 때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국경과 문화를 건너뛰어 서로 다른 피부색과 종교, 문화, 언어의 벽을 넘어 모두가 더불어 잘 살아가는 세상, 이런 세상에 잘 적응하는 아이로 공감과 배려를 하는 아이로 내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고 싶습니다. 이건 정말이지 꿈에도 보고 싶지 않은 극단적인 모습입니다. 이 세상에 우익 아이, 좌익 아이, 기독교 아이, 이슬람교 아이, 무신론 아이가 따로 있나요?"

항의 이메일을 보내온 한 학부모의 목소리는 다양성과 평화사상, 더불어 살기의 균형을 요구하고 있다.


태그:#기독교, #한국학교, #유튜브, #동영상,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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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이코노미스트, 통계학자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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