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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이랍시고 다녀온 날엔 항시 커다란 깨달음 속에 부끄러움을 안고 돌아온다. 며칠 전의 애지람 봉사활동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속해있는 헬리콥터봉사회는 강릉에 위치한 산림항공관리본부 강릉산림항공관리소에 근무하는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몇 해 전부터 봉급의 일부를 모아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에게 여러 모양으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이웃에겐 성금과 생필품을 전달하고, 활동이 불편한 분들의 손과 발이 되기도 한다. 노동력과 일품을 필요로 하는 곳엔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면서 가정과 기관이 필요로 하는 곳엔 형편이 허락하는 한 나름대로 뜻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도 해본다.

 

또한 필요시엔 우리 기관에 초청해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헬리콥터를 포함해 각종 장비를 구경도 하고 산불진화나 인명구조 등의 시범을 통하여 꿈과 희망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이렇게 강릉 지역에서 헬리콥터봉사회는 우리 기관의 대국민 활동과 함께 주민들과 함께하는 훈훈한 정을 나누고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우리가 활동하는 봉사라는 이름 아래 나름대로 열심히 시간을 보내지만 발길을 돌리면 어김없이 가슴 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또 다른 교훈과 저들이 남긴 향기를 발견하게 된다.

 

며칠 전 강릉시 사천면에 위치하고 있는 '애지람'이라는 지적 장애인 재활시설의 입소생들과 함께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만나기 위하여 우리가 애지람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려 할 때 몇몇이 달려오면서 뭐라 소리 지르며 우리를 덥석 안는 것이었다. 나도 얼떨결에 껴안고 포옹을 하면서 들어보니 조금은 어눌한 목소리지만 "안녕하세요"라고 몇 번이고 외치면서 안고 안고 또 안는다. 나도 합창하듯 어울려 반갑다며 같이 안고 안았지만 즐겁고 해맑은 저들에 비해 조금은 어색하게 보였으리라 생각도 든다.

 

나이에 비해 지적 수준은 조금 낮아도 천진난만하게 행동하는 그들의 모습과 무질서하게 보이면서도 나름의 수준에 맞는 질서와 순종과 협동과 배려는 찌든 삶의 테두리를 벗어나고픈 현대인에게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처럼 미소로 다가왔다.

 

그 친구들에겐 어쩌면 일상 있어온 반복의 시간들일지언데 그들은 새로움이 아닌 오래된 오빠처럼 형처럼 참으로 살갑고 친근감 넘치는 반가움과 애교 넘치는 순수의 표현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어색함도 잠시, 우리도 그들과 하나가 되어 얼굴 표정만 봐도 몸짓 하나만 봐도 의사소통이 자연스러운 사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입소생들과 함께 운동을 겸한 산책을 하는 것인데 장소가 경포호라서 친구들 못지않게 우리들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경포호에 도착해 서로 파트너를 정하고 산책을 시작했다. 나는 건장한 소년임에도 대소변을 제대로 잘 가리지 못하며 의사표현도 부족하고 말도 잘 하지 못한다는 지적수준이 어린 아이 정도 생각되는 친구와 함께하게 되었다. 그 친구와 처음 손을 잡을 때 양손 날에 굳은살이 박혀 있어서 의아했는데 입으로 물어뜯는 버릇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무언가 하는 말이 있기에 잘 들어보니 또렷하진 않지만 "K○○ 전국노래자랑~ 참가번호 22번 주○○~"하면서 어깨를 흔들며 유명방송사와 유명가수 이름을 대며 노래자랑 사회자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즉석에서 내가 따라 흉내를 내자 박수를 치며 아주 좋아했다.

 

그래서 그 유명가수의 히트곡을 부르자 큰소리는 아니고 발음이 정확하진 않지만 너무나 멜로디가 정확하게 잘 부르는 것이 아닌가. 그것만이 아니었다. 나는 노래방에 버릇이 들어 가사를 보지 않고서는 중간 중간 생각이 나지 않아 흥얼흥얼 넘어가는데 그 친구는 발음은 불분명하지만 정확하게 가사를 토해내며 나를 무안하고 놀라게 만들었다. 노래 중간 중간 나는 그 친구의 입을 바라보며 가사를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경포호수에 면하여 가꾸어 놓은 아름다운 꽃밭에서 사진도 찍고 곱게 물든 단풍나무도 만져보고 호숫가에서 날아오르는 갈매기도 보면서 서로 손을 잡고 흔들며 조금은 불편한 발걸음 때문에 뒤쳐지게 됐다. 그래서 우리와 또 한 팀이 같이 가게 되었는데 그 친구와의 대화 중에 어느 질문에서 "이런 말은 우리 엄마가 싫어하실 거예요"하며 답변을 피하는 것이 아닌가. 다소 지적 수준은 부족하다 하더라도 엄마에 대한 생각과 입장을 두둔하는 그 친구의 답변에서 참으로 놀랍고 오히려 미안하고 정상인 이상의 애틋한 부모님을 생각는 저들의 깊은 마음에 훈훈하고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놀라운 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그 친구가 나에게 넌지시 하는 말이 "저 친구가 소변을 봐야 할 텐데요" 하는 게 아닌가. 순간 난 무슨 뜻인가 했는데 그 친구는 자연스럽게 나의 파트너를 데리고 한쪽으로 가더니 소변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나는 나의 파트너가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저들의 행동을 바라보면서 또다시 미안한 마음과 함께 참으로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어쩌면 보이지 않지만 자기들끼리 같이 생활하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서 불편한 몸이지만 이렇게 야외에 나와서도 서로 관심과 배려로 상대방을 도우며 생활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였다.

 

즐겁고 천진난만한 시간 속에 우리는 다시 집결지로 모여 준비해간 간식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헤어져야 했다. 하지만 친구들 하나하나의 해맑은 얼굴 속에 활짝 핀 웃음과 귀여운 몸짓들이 다시 한번 새롭게 보였다. 진정한 지적 장애는 저 친구들이 아닌 바로 나를 포함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겉으로 보이는 정상인들 속에 많이 차지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하며 그날도 봉사를 다녀온 게 아니고 내가 봉사를 받았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지적장애우들이 생활하고 있는 "애지람"의 입소생들과 함께했던 짧은 시간속에 남겨진 여러가지 느낌의 일부를 글로써 표현해봤습니다.


태그:#KIMCM508, #김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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