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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앞으로 3년 동안 200억 원을 투자해 사회적 기업 7개를 만든다. 사회적 기업은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다.

지난 1994년 장애인을 위한 무궁화전자를 설립한 이후, 삼성이 사회적기업에 투자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 재벌들의 경우 해마다 수십조 원의 매출이나 이익을 올리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적 기업'의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삼성을 비롯해 현대기아자동차그룹, LG 등 재벌들의 경우 한해 많게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생산설비 투자를 결정하면서도, 사회적 기업 투자는 아예 없다시피 했었다.

최근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비롯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재벌들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 역시 변화가 있을지 관심거리다.

삼성, 3년 동안 7개 사회적 기업 설립... 공부방 등 지원

삼성이 이날 공개한 사회적 기업은 크게 네가지다. 하나는 최근 몇 년 동안 급증한 이주노동자 가족을 지원하는 회사다. 충청북도 음성에 '음성글로벌투게더'(가칭)라는 이름의 농촌형 다문화 가족 지원회사를 만든다.

음성글로벌투게더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이주여성이 많은 음성군을 시범지역으로 해서, 현지 다문화 가족의 적응과 한국어 교육, 심리상담, 방과 후 과외지도 등을 지원한다.

삼성 사회봉사단 관계자는 "이주여성의 출신지역에서 주재원으로 있었거나, 지역전문가 등으로 활동한 회사 임직원들을 자원봉사단으로 구성할 예정"이라며 "이들 이외 삼성경제연구소 등 전문가들이 경영컨설팅 등 별도의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서울과 경기지역 등에 우선적으로 공부방 지도교사를 파견하는 회사를 만든다. '희망네트워크'(가칭)라는 이름의 이곳은 전직 교사를 비롯해, 교사자격증이 있는 인력과 심리상담 전문가 등을 고용해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서울과 경기 이외 광주, 전남, 충남 등으로 확대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삼성 쪽은 설명했다.

이밖에 장애인 인력 파견회사와 청년들이 사회적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창업 아카데미 등도 만들 예정이다. 장애인 인력파견 회사는 금융과 제조 분야에서 각 1개씩 회사를 설립한 후 장애인들의 취업을 도울 예정이다. 이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맞춤훈련 프로그램을 거쳐 삼성 관계사에서 해당 인력을 활용할 방침이다.

사회적기업가 창업 아카데미는 성균관대에 만들어지며, 4개월 과정으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청년 사업가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교수진은 성균관대의 경영학과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비롯해 삼성의 전, 현직 임원이 자원봉사 형태로 참여한다.

이창렬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은 "창업 아카데미의 경우 학기당 100명씩 선발해 오는 2012년까지 400명의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과 복지서비스 제공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대 재벌들, 사회적 기업 투자에 '인색'...SK그룹이 9개로 가장많아

삼성의 이날 사회적 기업 투자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 재벌 그룹들의 경우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는 매우 형식적이거나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이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가 훨씬 높다.

고용노동부의 통계를 보면,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정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곳은 353곳. 이 가운데 10대 재벌이 만든 사회적 기업 가운데 인증을 받은 곳은 단 7곳뿐이다. 한마디로 돈 많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에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 육성법'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선 설립 이후 6개월이 지나야 하며, 이익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일부 재벌들이 사회적 기업을 만들긴 했지만,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지난 8월 <경향신문>이 재계 10위 안에 들어있는 재벌들이 설립한 사회적 기업을 조사한 결과, 삼성과 현대차그룹, 포스코, SK 등만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나머지 LG그룹을 비롯해, 롯데, GS, 현대중공업, 금호아시아나, 한진 등은 사회적 기업을 한 곳도 운영하지 않았다.

그나마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들 역시 지원규모도 빈약했다.  작년 매출 50조에 3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현대차는 작년 8월에야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한 보조기구 업체를 만들었다. 이곳에 3년동안 29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신차 하나에 수천억원씩 투자하는 것에 비교하면 빈약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매출 138조9000억원을 기록한 삼성 역시 지난 1994년 234억원을 들여 장애인 전용인 무궁화전자를 설립한 이후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전무한 상태였다. 그나마 SK그룹이 9곳, 포스코가 4곳의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 각각 1099명과 486명을 고용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정부차원의 대 중소기업 상생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매년 수백억원의 불우이옷돕기 성금도 중요할수 있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해 기업들이 좀더 관심을 가지고, 일자리까지 만들 수 있는 이들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더 나을수 있다"고 말했다.


태그:#삼성, #사회적 기업,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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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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