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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방송인 김제동씨 강의는 재미를 곁들인 감동이 있습니다. 한홍구 교수의 강의는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식견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강의는 그 시간만 몰입해도 '본전'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가슴에 남는 뿌듯함으로 삶의 에너지를 얻게 마련인데, 그 정도면 큰 소득입니다.

 

글쓰기 강의는 다릅니다. 다른 주제의 강좌들과 비교하면 감동도 적고, 탁월한 논리도 적습니다. 더욱이 글쓰기 강의는 강의시간만 열심히 듣는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몸이 움직여야 합니다. 글쓰기는 몸으로 배우는 겁니다. 강의를 들을 때 이해가 되더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본전도 찾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자책만 쌓입니다. 첫 강의를 듣는 오늘부터 글을 쓰지 않는다면 글쓰기 강의를 듣는 건 시간낭비일 뿐입니다."

 

글쓰기 강좌를 진행할 때 첫 시간에 수강생들에게 하는 얘기다. 글쓰기 강좌라고 왜 감동과 논리가 없겠는가만, 글쓰기를 배우겠다면 무엇보다 글 쓰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약간의 과장을 넣었다. 축구 선수가 이론 강의만 듣고는 정작 축구공을 한번도 차지 않는다면, 선수 생활을 유지하긴 힘들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 가운데 한가지지만, 그 수단은 축구선수처럼 몸을 움직여야만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몸으로 배운다는 의미는 내 삶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자 생활을 하며 온전히 글쓰기만으로 밥 먹고 산 적도 5년 정도 있었고, 글쓰기 강좌를 10년 정도 진행했다. 현재 맡은 업무 가운데서도 글은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글을 잘 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글을 쓸 때라도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즐거움

 

이 점이 글쓰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갖는 마음과 가장 큰 차이에 속할 것이다. 오히려 즐긴다. 글을 써야 하는 일감이 주어지면 한동안은 고양이가 생선을 포획하고는 여유를 부리듯 한다. 일감을 이리저리 굴리며 이번엔 어떻게 쓸 것인가를 생각한다. 이 생각은 고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즐거움이다.

 

글쓰기가 즐거움이 된 데는 무엇보다도 10여 년간 만들어온 1인 잡지 <세상풀이>가 큰 토대가 되었다. <세상풀이>는 1994년부터 2006년까지 발행한 잡지로, 매달 150부를 발행해 지인들에게 우편으로 120부 정도를 발송했다. <세상풀이>의 내용은 누구라도 쓸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다. 일상에서 벌어진 일과 생각들을 글로 쓸 뿐이다. 그럼에도 <세상풀이>가 값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10여 년 동안 일상적인 글쓰기를 해 왔다는 점이다. 매달 200자 원고지 분량으로 240매 정도를 썼다. 아마도 이 정도의 분량을 10년 가까이 써 왔다면 누구라도 글쓰기가 습관이 돼 몸에 익숙해질 법하다.

 

<세상풀이>는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들고 그 습관으로 인해 내 몸이 글쓰기를 체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어떤 이들은 이런 경험이 '특별한 사람'에게만 가능하다고 할 수도 있을 듯싶다.

 

'기자 생활을 했으니 글은 어느 정도 썼던 것 아니냐?'

 

어느 정도 일리있는 지적이긴 하다. 아무래도 글쓰기로 '밥 먹고 사는' 일을 했으니 글쓰기가 아닌 다른 일로 밥 먹고 사는 이들에 비하면 쉬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혹자의 이런 지적은 글쓰기를 배우겠다는 이들에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저 자기위안이고 변명일 뿐이다. 또한 그동안 글쓰기 강좌를 들었던 많은 수강생들이 스스로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지 않았더라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2002년 가을 한 글쓰기 강좌에서 당시 나이가 쉰 살인 한 아줌마를 학생으로 만났다. 글쓰기에 나이는 전혀 장애가 아니지만, 쉰 살에 뭔가를 익힌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시엔 과제로 <오마이뉴스>에 기사 올리기를 했었다. 그때 그 아줌마도 손자를 키우다 그만 둔 얘기를 썼었다. 그런데 그 글이 <오마이뉴스> 첫 화면 톱에 올랐다. 이후 이 아줌마의 삶은 곧장 글쓰기의 자장으로 급속히 빠져 들었다.

 

그 글 덕분에 잡지사와 방송사에서 온 취재에 인터뷰이가 되었고, 한 방송사에서는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이후 그는 <오마이뉴스>에 지속적으로 글을 올렸다. 8년 동안 1000편이 넘는 글을 거재했다. 이 가운데 8편 정도가 방송사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런 덕에 2007년 2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있었던 인터넷신문협회와 대통령과의 대화 자리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참석했고, <오마이뉴스> 창간 10주년이던 2010년 2월엔 2월 22일상을 받기도 했다. 

 

그 아줌마를 '개천에서 난 용'에 비유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글쓰기의 일상화가 얼마나 값진지를 보여주는 증인으로서 손색이 없다. 글쓰기를 생활화하고 습관화하는 과정이 곧 삶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 사례기도 하다. 그야말로 글쓰기를 배우기까지는 글쓰기와 관계를 거의 갖지 않고 살아왔던 어느 평범한 이였기 때문이다.

 

원고료로 내는 막걸리를 마시는 기회가 많았으면...

 

10월 13일, <오마이스쿨>이 진행하는 '세상과 소통하는 생활/취재글쓰기' 광주 강좌가 열린다. 첫 번째 강좌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진행했으니 이번이 두 번째다. 첫 강좌를 들었던 몇몇 수강생들이 '오마이스쿨 글쓰기 강좌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이들 1기들은 벌써 2기가 들어오면 인사를 하겠다고 13일 저녁 시간을 비워둔 상태다.

 

지난 1기 때는 취재기행을 지리산 둘레길로 다녀와, <오마이뉴스>에 6회에 걸쳐 연재를 했었다. 수강생 중 한 명은 <오마이뉴스>가 주는 7월의 새게릴라 상을 받았다. 첫 원고료를 받았을 때는 동료들에게 막걸리를 '쏘는' 인심도 썼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순창에 있는 한 수강생의 집에서 '쫑파티'도 열었다.

 

이번 2기 강좌에는 <오마이뉴스> 광주지역팀장인 이주빈 기자도 함께해, 좀더 현장감 있는 강좌로 꾸밀 예정이다. 아울러 1기 때처럼 취재기행도 떠나고 <오마이뉴스> 기사 올리기도 진행한다. 그리고 1기 첫 강의 때처럼 '글쓰기는 몸으로 하는 공부'라며 다음과 같은 한 마디도 덧붙일 것이다.

 

"매 시간 내는 과제를 꼬박꼬박 해 주세요. 과제를 하지 않으면 글쓰기는 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과제를 하지 않는 수강생을 좋아합니다."

 

좋아함의 이유? 강의 해 본 이들은 알겠지만, 이 글에선 여기까지다. 일 주일 후 만날 인연들에서는 원고료로 내는 막걸리를 마시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 <'세상과 소통하는 생활/취재글쓰기' 광주 강좌, 공지 보기>


태그:#글쓰기, #광주, #오마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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