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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에서 기독교는 빠질 수 없는 주제다. 그만큼 기독교는 서양세계를 이루는 근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서양의 교회들은 업종을 변경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교인들이 사라진 것이다. 변혁의 21세기, 유럽으로 대표되는 제1세계 국가들에서 기독교의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변화의 물살이 거세어진 지금, 든든히 닻을 내린 채 2천년을 버텨온 기독교는 반쯤 기울어진 채 표류하고 있다. 기독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랍권과 인도에 만연한 종교 분쟁은 사람들에게 종교에 대한 적대감과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 평화를 외치고 인권과 평등을 외치는 것이 주류가 된 사회에서 폐쇄적인 종교는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변화하지 않으면 철저히 도태되는 시대의 물살 속에서  종교는 어떻게 흘러야 하는가? 21세기에도 종교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진보적 신학자인 하비 콕스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예수의 시대와 제3세계에서 새롭게 발흥하는 '종교적 실천'에서 찾고 있다. 종교가 올바른 변화를 전제하면 21세기에도 여전히 올바른 삶의 길잡이로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 문예출판사
그의 신간 <종교의 미래: 예수의 시대에서 미래의 종교를 보다> (원제: The Future of Faith, 문예출판사 펴냄)는 이런 물음들과 관련해 지난 2천년 간의 기독교 역사를 망라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기독교가 어떻게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마치 오늘날의 충치(蟲齒)를 유발한 사탕을 찾아내듯이, 기독교의 역사 속에서 현재 종교가 맞은 위기의  원인을 설득력 있게 분석한다.


믿음의 시대를 지나 성령의 시대로


하비 콕스는 이 책에서 기독교의 역사를 세 시기로 구분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1. 신앙의 시대(the age of Faith)

첫 번째는 '신앙의 시대'(the age of Faith)로 예수가 핍박받는 사람들을 위해 종교운동을 펼치다 십자가에 못 박힌 시기이다. 또한 예수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이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공생해 나가던 기원후 300년까지가 포함된다. 이 당시 기독교는 우리가 지금 흔히 알고 있는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고 주장한다.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는 모두가 공통으로 믿어야 할 교리도 없었고 성직계급이 등장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신앙의 시대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예수의 말씀을 실천하며 스스로 믿음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했던 시대였다.


2. 믿음의 시대(the age of Belief)

그러나 이러한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차츰 성직자계급은 자신들이 원 사도(예수의 열두 제자)의 권위를 이어받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르침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기독교가 서양의 지배 종교가 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기독교가 권력을 소유하게 되면서 같은 교인들끼리 서로를 '이단'으로 단죄하기 시작했고, 로마 황제에 의해 선택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을 정통이라 주장하며 신조와 교리를 만들어냈다. 하비 콕스는 이 시기를 '믿음의 시대'(the age of Belief)라고 규정하는데 자신의 영적인 신앙에 기반을 둔 종교가 아닌, '무엇을 믿느냐'가 신앙의 징표로 되어버린 시대라며 비판한다. 믿음의 시대는 20세기까지 이어져, 종교전쟁과 타 종교인에 대한 학살과 같은 인류적인 범죄를 양산했다.


3. 성령의 시대(the age of the Spirit)

세 번째 시기가 바로 이 책에서 종교의 새로운 미래라고 소개한 '성령의 시대'(the age of the Spirit)이다. 저자는 우리가 믿음의 시대를 종결하고 성령의 시대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 있다고 주장한다. 이 시대는 개인의 영적 체험을 중시하고, 공동체에서의 실천과 사회적 참여를 강조한다. 교리보다는 생활 속에서 얻는 지혜를 더욱 중시한다는 점에서 '신앙의 시대'와 닮은 점이 많다. 이런 현상은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와 같은 제3세계 기독교에서 두드러진다. 민족제의와 결합하는 기독교, 교리보다는 각자가 부딪히는 현실 속에서 신앙의 실천을 강조하는 오순절교회와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신학 등,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실천하는 새로운 기독교의 모습에서 하비 콕스는 미래의 희망을 본다.

 

저자는 기독교의 역사를 통해 초기 기독교에서 우리가 계승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 '믿음의 시대'를 거쳐 온 우리가 반성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종교가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져야 할 변화된 지향점은 무엇인지를 제시해주고 있다.


한국은 아직 믿음의 시대


하비 콕스는 현재 기독교의 생동력 넘치는 중심지는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라고 말한다. 명목상 아시아 기독교의 중심은 한국이다. 그러나 '교리보다 실천을 강조하는 움직임'을 기독교의 희망으로 보고 있는 저자의 입장을 따르자면, 한국의 기독교는 아직도 믿음의 시대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종교에 충성할수록 바보 취급을 받는 시대. 교리를 중시하는 보수적 신앙이 종교의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인 한국. <종교의 미래>는 전통 종교가 직면한 이런 악 조건 속에서 미래의 희망을 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에큐메니안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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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미래 - 예수의 시대에서 미래의 종교를 보다

하비 콕스 지음, 김창락 옮김, 문예출판사(2010)


태그:#하비콕스, #종교, #기독교, #예수,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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