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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방영된 MBC스페셜 <타블로 학력논란> 편을 보았다. 총 두 편으로 나눠진 방송의 1부인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는 지난 1년 동안 타블로의 학력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하나씩 확인하는 과정을 담았다.

 

MBC는 스탠포드 대학을 직접 방문해 그 동안 시중에 떠돌았던 의혹을 규명해주었다. 나는 방송 후 이 문제가 일단락될 것으로 생각했다. 의혹을 제기했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일명 타진요)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타진요를 지지하던 사람들도 충분히 수긍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예상은 너무나도 순진했던 것일까.

 

타진요는 방송이 나간 지 이틀 만인 현재 회원 수가 18만명을 넘어섰다. 나도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했기에 타진요에 가입해서 올라오는 글들을 몇 건 읽어봤다. 어느 회원은 '언론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탄하는 글을 올렸다. 또한 비속어를 사용하며 그들의 입장과 반대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카페 운영진은 'MBC스페셜 조작 방송의혹 100편'이라는 글을 게제하기에 이르렀다. 타진요 운영자 '왓비컴즈'는 소설가 이외수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외수씨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반박의 글을 올렸다.

 

나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타진요라는 조직이 말하는 정의는 과연 어떤 것이기에 이리도 당당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올바른 의식과 정의, 사실 추구를 운운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타블로 본인이 사실을 입증하고 주변인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누가 그들에게 권력을 주었는가 하는 것이다.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로 살아가는 직업이다. 그러한 연예인이 부정을 저지르고 대중을 속였다면 마땅히 무대 뒤로 사라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연예인을 감시하는 역할을 카페를 통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다. 타진요는 마치 사정기관처럼 타블로에게 증거를 요구하고 당사자를 압박하는 것은 물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진실처럼 말해왔다. 타진요는 스스로 권력기관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들 스스로 행동에 정당성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그 정당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10만명이 넘는 회원수 때문일까. 타진요 운영진은 그 숫자만큼 그들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방송이 나가기 전에 타진요의 회원 수는 13만여 명이었다. 방송 이후 약 5만 명이 늘어났다. 18만 명이라는 숫자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연 이 중에 몇 명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지는 의문이다.

 

방송에서도 지적했듯이 타진요라는 세력은 그들과 반대되는 의견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말에는 귀를 닫고 오히려 의심을 품는다. 심리학자 마이클 셔머는 인간이 감정적 이유로 생겨난 신념들을 합리화하는 데 아주 능숙하다고 했다. 타진요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타블로의 성공에 대한 감정적인 거부반응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점은 타진요 운영진의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타진요 운영진(닉네임 '일하') 인터뷰 중 압권은 바로 이 대목이다.

 

"누구는 열심히 비싼 돈 써 가면서 해외에서 공부하고, 유학하고, 잠 못 자가면서, 코피 터지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공부 안 하고 만날 놀고, 무슨...(웃음) 힙합이나 하고 다니고 그러다가 한국 와서 유명해지고 그런데 만약 그것(학력)이 거짓으로 밝혀진다면 너무 의혹이 짙기 때문에 정말 허탈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건 당연히 밝혀야 하는 사안이라고 봅니다."

 

자신의 편이면 무조건 옹호하고 자신의 반대 편이면 무조건 매도해버리는 사람들에게 어디까지 해야하는 것일까. 사실을 아무리 제기해도 그들은 판단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타블로가 아무리 공개를 해도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의혹투성이로 남을 것이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면 프락치 취급하면서 내쫒는 그들이 추구하는 정의란 과연 어떤 것일까.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기대어 양분적인 사고만 하는 그들의 모습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타진요 운영자들은 진정으로 타블로의 학력에 대해서 진실을 밝혀내고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실체를 밝히고 정면도전하라. 과연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없었다면 사실을 제기해도 먹혀들지 않고 그들의 주장이 확대재생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더이상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집단지성이 아니며 네티즌 수사대도 아니다. 그저 한 개인을 괴롭히고 사회적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이러한 사태는 여과장치가 없는 인터넷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비극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가 다양성을 보장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진 이번 사태는 도가 지나쳤다. 다양성을 보장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에 따른 책임이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책임있는 행동이 전제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행동에는 반드시 피해를 입는 사람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무분별하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누가 해야 하는가. 타진요 운영진의 말마따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이번 사태의 책임은 당신들이 책임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에 포스팅한 글 입니다. (http://www.moonilyo.com)


태그:#타진요, #스탠포드, #MBC스페셜, #타블로 학력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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