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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따라 여행길 오고 가고...
길에서 길로 이어진 여행길이었다...
▲ 7번국도... 이 길 따라 여행길 오고 가고... 길에서 길로 이어진 여행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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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는 남쪽의 기점인 부산에서 출발해 울산, 포항, 영덕, 울진 그리고 강원도의 삼척, 동해, 강릉, 양양, 간성을 지나 휴전선 이북에 있는 북한의 강원도 고성, 통천을 통과해 함경남도 원산까지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등뼈에 해당하는 동해일주도로 인 7번국도.

7번 국도를 만난 것은 이번 추석연휴에 속초여행길을 오가는 길에서였다. 우리의 목적지는 속초였지만, 계속해서 7번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동해의 긴 해안선을 따라 가는 길에는 푸른 바다와 긴 해안선을 따라 즐거운 해안드라이브를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집에서 출발해 한산한 고속도로를 타고 언양을 거쳐 경주에 이르렀고 전에 없이 한산한 경주 톨게이트를 나와서부터 만난 7번국도. 도로는 한산했다. 중 고속도로처럼 도로는 비교적 넓고 깨끗한데다 동해바다를 끼고 가는 길이라 더욱 좋았다.

이 길 따라 여행길 오가는 길에 만난 동해의 푸른 바다...
맑고 깨끗하고 푸른 이 바다빛 형용할 길 없도다...
▲ 7번국도... 이 길 따라 여행길 오가는 길에 만난 동해의 푸른 바다... 맑고 깨끗하고 푸른 이 바다빛 형용할 길 없도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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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에 오자 바다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차 오른쪽으로 바다를 옆에 끼고 계속 북으로 북으로 달렸다. 군더더기 없이 탁 트인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차창을 열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바다냄새가 코끝에 와 닿았다. 가끔 휴게소에 내려 쉬어가는 길에 바다를 가까이서 보았다. 물밑바닥이 환하게 드러날 정도로 맑고 깨끗한 옥빛 바다는 점점 깊은 데로 갈수록 짙어졌고 바다 빛은 층층이 그 색깔을 달리하고 있었다.

바다를 만나본 지 얼마만일까. 어려서부터 바다를 보며 자란 나에게 바다는 고향과도 같다. 산을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 산에 자주 다니면서부터 바다는 조금 멀리 있었다. 오랜만에 활짝 열린 등 푸른 바다, 깨어있는 바다를 마음껏 만끽하며 달리는 길이 즐거웠다.

망향휴게소에서...내려다 본 바다빛....!!!
▲ 7번국도 망향휴게소에서...내려다 본 바다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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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여행길...동해의 푸른 바다를 만나고...
망향휴게소에서 쉬어갈 때...
▲ 7번국도... 따라 여행길...동해의 푸른 바다를 만나고... 망향휴게소에서 쉬어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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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휴게소에서 잠시 휴식할 때 맑은 옥빛과 검푸른 빛 바다색이 압도했고 하얀 레이스처럼 물보라가 이는 것이 장관이었다. 부산 해운대바다에서부터 시작되는 동해바다는 계속 이어졌고 우린 계속 북진하고 있었다. 동해바다를 끼고 가는 길에서 다시 조금 멀어졌다가 바다를 다시 만나고 한적한 도로를 타고 가면서 바다를 보고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들판을 일별했다.

강원도가 시작되는 지점부터는 하늘빛이 완전히 달랐다. 지금까지 달려온 길에서 뜨거운 햇빛과 여름을 방불케 하는 후덥지근했던 공기가 일시에 바뀌어 구름이 잔뜩 끼고 을씨년스러웠다. 얼마쯤 가다보니 먹짱 구름이 비를 만들어 폭우로 변했고 비안개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 길 위에서 우리네 삶을 생각했다.

계속되는 7번국도에는 신호등이 없어서 차가 달리는 길이 시원시원했지만 폭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삼척시를 지나면서 신호를 받고 다시 벗어나 강릉, 동해로 빠졌다. 7번 국도에는 단 한번의 신호등 없이(마을을 통과할 땐 예외) 시원스레 뚫린 길을 달려 강원도 속초에 닿았다.

속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7번 국도를 다시 만났다.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길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갈 때와 사뭇 다르게 보였다. 처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대가 점점 낮아지는 듯 한 느낌, 툭 트인 길 앞에 펼쳐진 산 능선들이 굽이굽이 펼쳐져있었다.

빗속을 달리는 차들...
▲ 7번국도... 빗속을 달리는 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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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찬란한 햇빛과 푸른 하늘...좋은 시간 있기도하지만 궂은 날씨...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달리기도 한다.
▲ 7번국도... 길 위에서 찬란한 햇빛과 푸른 하늘...좋은 시간 있기도하지만 궂은 날씨...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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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에 접어들기 전 원덕쯤 오자 맑고 푸른 하늘, 동해바다가 바로 옆에 끝없이 펼쳐졌다. 한참 동안 신호없이 탁 트인 길 위로 한적하게 달렸다. 7번 국도는 한적하고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맑게 열린 푸른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 양털구름, 깃털 구름 등 갖가지 암호문자라도 되는 듯 다양한 무늬로 하늘을 하얗게 수놓고 있어, 길과 하늘과 황금들판을 바라보며 가는 길이 즐거웠다.

역시 여행은, 특히 먼 길가는 길에는 좋은 사람과 함께 갈 일이다. 마음 맞고 뜻이 맞는 사람과의 여행에도 장거리 여행에 몸이 지치기 일쑤다. 그런데 불화한 사람, 혹은 불편한 사람과의 여행은 그야말로 힘든 고난의 길이다. 몸이 지칠 뿐 아니라 마음 불편하니 몸도 마음도 빨리 지치고 만다.

남편과 함께 강원도에서부터 달리면서 작은 일로 마음 상해 입을 다물어버렸고 눈 감아버렸다. 냄새가 날 정도로 굳게 닫은 입은 한 시간, 두 시간… 눈 닫고 입 닫고 마음 닫고 있으니 달리는 길 좁은 차 안에서 마음이 불편했다. 숨소리조차 들리는 바로 옆에 앉았으니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한 번 입 닫고 나니 중간에 입을 열어서 마음 풀린 척 하는 것도 어색해 아예 눈마저 감고 있었다. 처음에 남편은 조용히 가더니 점점 몸을 비틀고 하품을 하고 난리였다.

푸른 하늘, 흰구름...하늘은 높아만 가고 가을은 익어간다...
▲ 7번국도... 푸른 하늘, 흰구름...하늘은 높아만 가고 가을은 익어간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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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를 지나 원덕쯤 갔을 때, 강원도 옥수수 팔고 있는 공터에 차를 세우고 남편은 강원도 찰옥수수를 사와서 내밀었다. 그리고 웃으며 화해의 포즈를 취했고 나는 슬쩍 모르는 척 옥수수를 먹으며 입을 열었다. 그 순간 마음도 몸도 가벼워졌다. 7번 국도처럼 한산한 마음, 푸른 하늘처럼 밝아졌다. 그때부터 시작된 대화는 집에 올 때까지 계속 되었다. 마음 불편해 잘 보이지 않던 7번국도의 운치가 새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역시 불화한 마음도 풀면서 여행할 일이다.

맑고 푸른 하늘과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에 흰 구름 보며 가는 길, 망향 해수욕장을 지나 덕신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바람이 거칠고 파도가 뒤척였다. 하연 물거품을 게워내고 있는 방파제를 바라보다 다시 출발.

영덕에 잠시 들러 점심을 먹고 포항에서 7번국도를 타고 가다가 경주에서 35번 국도를 갈아탔다. 35번 국도는 경주에서 부산까지 이어주는 국도였다. 오후 늦게 양산에 도착했다. 길고 먼 길을 달려왔지만 7번국도와 그 국도를 끼고 벗했던 동해바다와 함께 해서 즐거운 여정이었다. 길을 따라 떠난 여행, 7번국도를 만났고 7번국도를 따라 떠났던 길, 다시 그 길로 돌아왔다. 7번국도가 있어 긴 여행도 즐거웠다.


태그:#7번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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