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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들에게 서울광장을 개방할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일까?

서울시의회가 서울광장의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는 '서울광장조례'를 공포했지만 내년 2월 말까지 '광장 사용신고'가 가능한 날은 10월 13일 단 하루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이미 서울시 주도 행사를 다수 잡아 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30일에는 오세훈 시장이 시의회가 공포한 서울광장조례에 대해 '조례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서울시가 광장조례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고제 전환으로 인한 혼란 우려? 광장 사용 신고 자체가 불가능  

추석 연휴에 내린 기습 호우로 시청 앞 서울광장의 잔디가 유실돼 24일 황량한 모습을 드러낸 채 방치되어 있다(자료사진).
 추석 연휴에 내린 기습 호우로 시청 앞 서울광장의 잔디가 유실돼 24일 황량한 모습을 드러낸 채 방치되어 있다(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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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11월 15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3개월여간 서울광장에서 야외스케이트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 기간에는 서울광장 사용 신고가 불가능하다. 또한 10월 말부터 11월 14일까지 약 보름간은 오는 11월 11일~12일 이틀간 열리는 'G20 서울정상회의' 관련행사가 잡혀 있다.

10월 역시 10월 13일을 제외하고는 서울시와 정부행사 등으로 '서울광장 사용계획표'가 빼곡하다. 서울시가 서울광장 사용의 신고제 전환으로 인한 혼란을 우려하는 것과 달리, 현재로서는 광장 사용 신고 자체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10월 30일~31일에는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들이 전태일 분신 40주기를 앞두고 서울광장에서 '전태일 대축제'를 열기로 했으나 서울시가 다른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며 행사를 불허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명수 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27일 조례공포 기자회견에서 "서울광장조례가 공포되더라도 공포 이전에 허가된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된다"며 "실질적으로 신고제로 운영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김 위원장의 예상보다 오래 걸릴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동편 광장이나 서편 광장이 비어 있는 날이 일부 있긴 하지만 행사 규모가 커지면 사용을 못한다"며 "내년 2월 말까지 하루종일 아무런 행사도 잡혀 있지 않은 날은 10월 13일 단 하루"라고 밝혔다.

"조례 트집 잡으면서 의도적으로 광장 점유... 광장 열 마음 전혀 없어"  

서울시의회 허광태 의장(오른쪽)과 김명수 운영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서울광장의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는 '서울광장조례개정안'을 시의회 게시판에 붙이며 공포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허광태 의장(오른쪽)과 김명수 운영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서울광장의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는 '서울광장조례개정안'을 시의회 게시판에 붙이며 공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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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지난해 10만 서울시민의 서명을 받아 서울광장조례개정안을 주민 발의했던 참여연대의 신미지 간사는 "서울시가 조례가 개정되면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처럼 트집을 잡으면서 실질적으로는 광장을 의도적으로 점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간사는 "서울시장이 서울광장조례 무효소송을 낸 건 개정된 조례로 인해 시민들이 집회나 시위를 할까봐 우려해서인데, 서울광장사용계획을 보면 10월 13일 하루만 비워 놓고 서울시와 정부가 광장을 계속해서 이용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1년 내내 관제행사를 잡아놓으면, 아무리 조례가 바뀐다고 해도 어차피 집회나 시위를 여는 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신 간사는 "현재 서울시는 광장을 열어줄 마음이 전혀 없다"면서 "서울시는 당장 서울광장조례 무효소송을 취하하고, 광장이라는 공간을 시민들과 같이 써야 한다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광장조례 시행과 관련된 서울시측의 '방해'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이하 운영위원회)' 관련 논의에서도 나타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월 6일 광장조례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면서, 시의회 의장의 운영위원회 외부위원 전원 추천을 문제 삼았다. 이에 시의회는 서울시와 논의해 '운영위원회 개정조례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지난 10일 광장조례 재의결 당시 운영위원회 조례는 상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박진형 서울시의원(민주당, 강북4)은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재 서울시가 운영위원회 관련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시의회는 서울시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오는 10월 5일 임시회에서 운영위원회 조례를 상정할 예정이다. 개정된 광장조례에 따르면, 시장이 광장사용신고를 수리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운영위원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서울시 "불안한 조례로는 안정적인 광장운영 어려워... 대법원 제소"

한편, 서울시는 30일 오후 대법원에 서울광장조례에 대한 무효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대법원의 법률적 의견을 물어야만 정상적인 광장운영이 가능해진 점은 안타깝지만, 불안한 조례로는 안정적인 광장운영이 어렵다"며 "서울시는 이번 소송을 통해 서울광장조례안이 포함하고 있는 위법사항을 바로잡고자 한다"고 소송의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시가 주장하는 광장조례의 법령 위반 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공공시설 가운데 서울광장 사용에만 예외적으로 '신고제'를 적용한 점. 둘째, 광장 사용 목적에 '집회와 시위'를 넣고 우선 수리대상으로 추가한 점. 셋째, 지자체 조례에 경찰청 소관업무인 집회·시위를 규정한 점이다.  

이종현 대변인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공물법)에 따라 도로나 공원 등 공공이 관리하는 모든 시설은 '허가제'의 원칙과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데 서울광장만 '신고제'로 변경하는 것은 조례의 상위법인 공물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광장 사용 목적에 '집회와 시위의 진행'을 추가한 것은 집회를 위한 서울광장의 사용이 '도로의 통행이나 공원에서 산책'과 같은 일반사용이 되어 시장이 가진 (공유재산) 사용허가권과 관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은 물론,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고자 설치한 공공시설인 서울광장의 본래 사용목적과도 충돌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이 대변인은 "헌법과 집시법에 규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경찰서의 소관업무인 '집회 및 시위의 권리'를 지자체의 조례에 명시하는 것은 법체계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시의회 "대법원 제소는 지방자치 역사에 아물지 않을 상처 남길 것"

이에 대해 허광태 시의회 의장은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허 의장은 "오세훈 시장이 1000만 서울시민의 뜻을 무시하고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방자치 역사에 아물지 않을 상처를 남길 것"이라며 "서울광장 조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허 의장은 "오세훈 시장의 이번 조치는 지난 9월 27일 시민의 뜻으로 열린 시민광장을 과거의 닫힌 광장·관제광장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라며 "1000만 시민을 대변하는 시의회가 2번이나 의결한 조례를 부정하고 시의회를 경시하는 반의회적 행태"라고 맹비난했다.

또한 "지금이라도 오세훈 시장이 1000만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스스로 대법원 소송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의 대법원 제소에 서울시의회는 법률자문단을 구성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태그:#서울광장, #서울광장조례, #오세훈, #서울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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