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사옥에서 열린 TV초청토론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정동영, 정세균, 최재성, 박주선, 천정배, 이인영, 손학규, 조배숙 후보.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민주당 당권 레이스 막바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각 후보들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28일 오후 생중계로 진행된 'MBC 민주당 대표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8명의 후보들은 상대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집중 공략하는 등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공세는 주로 지난 2년간 당 대표를 맡았던 정세균 후보에게 집중됐다. 포문은 손학규 후보가 먼저 열었다. 손 후보는 정세균 후보와의 1:1 토론에서 "정 후보가 지난 2년 동안 안정적으로 당을 관리한 공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2012년 집권을 위해서는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학규-정세균, 상대 아킬레스건 꼬집는 팽팽한 설전

정 후보는 손 후보의 대선주자로서 허약한 지지율을 거론하며 반격했다. 그는 "얼마 전 (여론) 조사 발표 내용을 보니까 우리 당 후보는 1~3등도 아니고 4등도 다른 야당에 있었고 5등이었다"며 "안타깝게도 우리 당에는 유력한 대선 후보가 없다, 판을 키워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후보는 불쾌한 듯 곧바로 "정 후보는 그 반열에 올라서지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후보는 다시 "저는 대권에 대한 뜻을 한번도 밝힌 적이 없다"며 "아직 시작도 안 한 사람과 오래전부터 대선 행보를 해온 재수, 삼수한 사람과 똑같이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맞섰다.

팽팽한 설전은 계속됐다. 정 후보는 손 후보의 한나라당 전력을 거론했다. 그는 "자신이 대선 후보가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당을 운영하면 당이 대선 후보 캠프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정통성 있는 대표가 당을 맡아아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후보는 "미국과 영국에서도 대통령과 총리가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총선의 결과가 나오듯이 당의 간판인 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수권정당의 면모도 갖출 수 있다"고 응수했다.

정세균에게 쏟아진 비주류의 공격 

천정배 후보도 정세균 후보를 몰아붙였다. 천 후보는 "2008년 (정 후보가 대표 시절) 민주당이 국회 등원 거부 투쟁에 나섰지만 머리카락 한 올도 못 얻고 등원하고 말았다"며 "말만 앞서고 슬그머니 굴복하니까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우습게 아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 후보는 또 "정 후보가 만든 뉴민주당플랜에는 '우리가 공평한 분배는 외쳤지만 성장에 대한 목소리는 작았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는 참여정부의 진보정책과 성장 부족 탓을 했던 한나라당에나 어울린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세균 후보는 "(등원거부 투쟁 당시) 천 후보는 당내 공안통치대응특위 위원장을 맡았었는데 중진 의원이 남의 이야기 하듯 할 수 있느냐"며 "뉴민주당플랜에는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등 민주당이 근래에 해본 적이 없는 정책들이 다 들어 있다"고 반박했다.

후보들 간 치열한 공방이 오갔지만 향후 민주당의 노선이 더 진보적이어야 하고 낡은 정치 관행과도 결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특히 정동영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는 대신 이번 전당대회 캐치프레이즈로 들고 나온 '담대한 진보'의 확산에 주력했다.

큰사진보기
▲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사옥에서 TV초청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동영, 정세균, 최재성, 박주선, 천정배, 이인영, 손학규, 조배숙 후보.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후보별 진보 노선 논쟁도 치열

정 후보는 "민주당의 존재감이 생기려면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이런 세상이 오는구나'가 국민들 손에 잡혀야 한다"며 "그래야 전국적인 지지를 받는 전국 정당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연금 월 38만원 지급을 골자로 한 노후연금제도 등 보편적 복지 확대와 필요한 최초 재원 확보를 위한 부유세 신설, 독소조항 해소를 위한 한미FTA 재협상 등을 약속했다.

'빅3'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박주선 후보도 "지난 대선, 총선 패배 등 과거의 실패에 책임 있는 분들이 실패한 리더십을 가지고 와서는 신선한 감동을 줄 수 없다"며 "민주당은 성장과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는 균형있는 정책을 추구해야 전국정당으로 도약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486 독자 정치세력화'를 선언한 이인영 후보는 "민주당 혁신의 기로가 될 이번 전당대회가 가치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줄세우기와 계파 정치 복원으로 가서는 절대 안 된다"며 "낡은 정치 구습을 깨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데는 언제든지 함께하겠지만 그 반대라면 홀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야권 연대를 위해 '빅3'가 차기 총선에서 당선 가능한 수도권과 호남의 지역구를 포기하고 영남지역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재성 후보는 손학규, 정동영 후보에게 "다음 총선에서 야권 연대가 이루어지려면 민주당이 당선 가능한 지역구를 다른 야당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게 상식"이라며 "지도부부터 영남에 출마해서 야권연대에 필요한 수도권과 호남 지역구 여유공간을 만들어줄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다.

질문을 받은 두 후보는 야권연대의 필요성과 추진 방식에 대한 원론적인 대답을 내놨을 뿐 영남지역 출마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최재성 신한국당 공천 신청 전력 논란

토론회 막바지에는 최재성 후보의 과거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공천 신청 논란이 불거졌다. 쇄신연대 소속인 조배숙 후보는 "최 후보는 지난 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에 입당해 공천을 신청했다 낙천된 사실이 알려졌다"며 "2004년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최 후보에 대해 당원들은 실망과 배신을 느끼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어 조 후보는 "최 후보에게 이런 과거의 족적이 있었고 이를 은폐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치인으로서 책임져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쇄신연대도 이날 오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최 후보의 신한국당 공천 신청 전력을 집중 거론하기도 했다.

최 후보는 일부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만으로 29세 때 가까운 선배로부터 전략공천 제안이 와서 승낙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후 철회한 것"이라며 "2004년 총선 때 상대 후보가 이 문제를 제기해 소명했던 문제"라고 밝혔다.

최 후보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인데 이를 숨겼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의 과정을 잘 모르고 말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5명 등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10월 3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다. 지도부 경선은 대의원들이 1인 2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치러지며, 최다 득표자가 대표가 되고 나머지 2위부터 6위까지는 최고위원으로 선출된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조배숙 후보는 6위 안에 들지 못한다 해도 여성 몫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도부 입성이 확정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