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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물에 어항을 설치하는 친구
 개울물에 어항을 설치하는 친구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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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자들끼리 하룻밤 뭉쳐볼까?"
"거, 무슨 소리여? 남자들끼리 뭉치다니?"

지난 토요일 친구들끼리 만나는 모임에서 한 친구가 뜬금없는 제안을 한다, 북한강 강촌 쪽에 있는 어느 콘도를 하룻밤 쓸 수 있도록 잡아 놓았는데 몇 사람이 뭉치자는 것이었다. 갑자기 나온 제안이어서 특별한 약속이 없는 늙은 백수친구 세 사람이 월요일(13일) 점심을 먹고 강촌을 향해 경춘가도를 달렸다.

승용차는 가평을 지나면서 한강을 건너 오른편 강변길로 달렸다. 운전대는 하룻밤 뭉치자고 제안한 친구가 잡고 있었다. 그렇게 잠깐 달려 강촌이 가까운 검봉산 오른편 골짜기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강변길의 멋진 풍경을 돌아보며 드라이브나 하고 밤에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저길 좀 봐? 저런 곳에 어항을 놓으면 물고기가 잡히지 않을까?
역시 승용차 운전대를 잡은 친구가 강변 갈대숲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었다.
"저런 곳이면 물고기가 잡힐 것 같은 걸, 그런데 어항은 있는 거야?"

매운탕을 끓이기 위해 손질한 민물고기
 매운탕을 끓이기 위해 손질한 민물고기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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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승용차에는 마침 어항 몇 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과연 물고기가 잡힐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강촌에 있는 낚시가게에서 낚시용 떡밥 한 봉지를 구입했다. 그리고 비닐로 만들어진 어항 몇 개를 갈대 숲 속 웅덩이와 산골짜기에서 한강으로 흘러드는 개울 다리 밑에 놓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어항을 설치해 놓고 강변 드라이브를 한 시간쯤 한 후 혹시나 하고 어항을 건져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어항 안에서 파닥거리는 작은 물고기들이 제법 많은 것이 아닌가. 세 사람이 저녁식사용 생선매운탕을 끓여먹기에 충분할 것 같았다.

"어, 그런데 이걸 어쩌지? 우리가 저걸 끓여 먹을 수 있을까? 집으로 전화해서 마누라들 불러내야 하는 것 아냐?"
"남자들끼리 출발해 놓고선 생선찌개 끓여달라고 마누라들 불러내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

전혀 예상치 않았던 물고기를 잡게 된 우리는 처음엔 오히려 당황했다. 그러나 모처럼 남자들끼리 뭉쳤는데 마누라를 불러낸다는 것도 쑥스러운 일이었다. 결국 그냥 우리들끼리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로 민물생선찌개를 끓여보기로 했다.

찌개 끓일 준비를 해놓은 모습
 찌개 끓일 준비를 해놓은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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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민물생선찌개를 끓일 재료는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물고기를 숙소 냉장고에 보관해 놓고 춘천으로 달렸다. 의암댐은 지난 며칠간 내린 비 때문인지 세 개의 수문을 열어 방류하고 있었다. 춘천시내에 들어가 재래시장 구경도 할 겸 찾아간 곳이 중앙시장, 시장에서 과일이며 음료수도 조금 사고 작은 호박과 마늘, 소금, 풋고추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와 민물생선찌개를 끓여보기로 했다.

물고기가 작은 붕어들이어서 그냥 씻어서 끓일까 했지만 한 친구가 그냥 끓이면 물고기 내장 때문에 맛이 쓰다며 창자들을 꺼내 버려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두 사람은 물고기 손질을 하고 한 사람은 양념 준비를 하기로 했다.

물고기 손질을 깨끗하게 하여 그릇에 담아놓으니 국 대접에 가득하다. 양념을 담당한 친구는 풋고추와 호박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놓고, 마늘을 다져  놓았다. 이제 적당히 물을 부어 끓이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우선 호박과 민물생선을 냄비에 담아 적당하게 물을 붓고 끓이기 시작했다.

"아차! 고춧가루를 사오지 않았네, 고춧가루를 넣지 않으면 맛이 없을 텐데?"
"여기 쌈장 가져온 것이 있는데 이걸 넣으면 되지 않을까?"

결국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서 만든 쌈장을 넣기로 했다. 소금도 조금 넣었다. 끓인 후에 간을 맞추기로 하고, 어느 정도 끓인 후 다진 마늘과 풋고추 썰어 놓은 걸 넣고 잠깐 더 끓인 후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추었다. 그 사이 전기밥솥에선 밥이 다 되어 보온으로 넘어가 있었다.

민물생선찌개를 곁들인 저녁밥상
 민물생선찌개를 곁들인 저녁밥상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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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그런데 찌개 맛 좀 봐? 맛이 이상한 것 같은데"
"왜? 맛이 어때서?"
"그냥 맛이 좀 그래, 왜 얼큰 쌉싸름하지? 달콤하지 않고?"

정말 그랬다. 민물매운탕 집에서 먹었을 때는 분명히 얼큰하고 달콤했던 것 같은데, 달콤한 대신 약간 쓴맛이 나는 쌉싸름한 맛이었다.

"본래 여름민물고기는 쓴 맛이 조금 나는 법이야, 가을에서 봄까지는 달콤한 맛이 나지만"

스스로 민물고기매운탕에 익숙하다는 친구의 말이었다. 곧 합동으로 밥상을 차렸다. 집에서 제각각 한두 가지씩 가져온 밑반찬들과 민물고기 생선찌개를 곁들이니 멋진 저녁밥상이다.

"자! 우리 같이 한 잔 하지~  늘그막에 뭉친 우리들의 우정을 위하여!"

술도 제각각이었다. 매실주에 복분자주, 그리고 오디주까지, 초로의 늙수그레한 남자들이 어설픈 솜씨로 끓인 민물고기 생선찌개를 안주삼아 마시는 한 잔 술에 친구들의 얼굴이 발그레 붉어지고 있었다.


태그:#북한강, #강촌, #민물생선찌개, #어항,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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