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장자 표지
▲ 장자 장자 표지
ⓒ 연암서가

관련사진보기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인가. 그리고 그 거꾸로 흐르는 시간은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최근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보여준 편법·불법·비리 파문과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데서 보듯 우리 사회가 '공정치 않은' 사회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정 사회'를 구호처럼 외쳐대고 있지만 귀에 편히 와 닿지 않는다. 그래 우리네 생활인들은 마음과 몸이 영 편치 않다.

이른바 '지도층(?)'의 공동체 파괴 행위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런 불공정한 사회에서도 성실하고 참되게 일상을 이어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가져다줄 낭패감과 절망감을 생각하면 역겹고 또한 통탄할 일이다. 저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권력이나 명예를 추구하는 일이 그 자체만으로도 공동체와 그 성원들의 몸과 정신을 살리는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

이는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권력·명예 이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들의 야만적인 모습 속에서 받은 절망감을 이길 수 있는 적극적인 보신 법 또는 마음의 양생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혼돈과 절망의 시대에 내가 장자를 다시 펼쳐든 것은 그 때문이다.

이번에는 김학주 선생이 지난 5 월 새로이 번역해 내어놓은 것을 읽어보기로 했다. 그가 1999년에 은퇴하고 장자를 새로 번역하겠다고 결심했다고 하니 10년 동안의 결실로 보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내가 특별히 이 책으로 장자를 읽은 것은, 원전에 가까운 번역본을 원해서였다. 김학주 선생은 원전 번역에 해설을 덧붙여 놓았으나 그다지 좋은 해설은 못되었던 것 같다. 해설의 분량도 적었지만, 본문을 소극적으로 해석한 데서 그쳐버렸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 책을 통해 장자의 양생(養生)법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 속에서 우리네 자연인들 또는 소시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과 우리가 만드는 공동체를 건강하게 꾸려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어 보려 했다.

장자는, 우리 소시민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이라고 전한다. 그는 장석의 입을 통해, 인간의 가치가 자연에서 만들어진 생명 그 자체에 있다고 말한다(137쪽). 인간의 가치가 어떤 능력이나 됨됨이나 쓰임새에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생명의 법칙에 따라 삶을 이어가는 것이 생명의 목적에 가장 잘 맞는다는 것이다. "사물을 초월하여 마음을 노닐게 하고 어쩔 수 없이 되어가는 처지에 몸을 두고 마음을 기르는 것이 최선의 길(131쪽)"이란 말이다.

우리를 절망케 하는 '권력 추구형' 인간들이 불법을 저지르며 살아오면서도 법망을 교묘히 피하거나 사회의 지탄을 교묘하게 피해오면서, 다시 더 높은 '벼슬 자리'에 앉겠다는 뻔뻔함을 보이는 것은 생명의 법칙을 어기는 일이다. 그들의 처신법은 장자가 말하는 생명 가치를 실현하는 일에서 멀다. 생명의 목적이나 커다란 쓰임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으로부터 도망치고 그의 본성을 떠나 타고난 성정을 망치고 그의 신명을 잃고서 여러 가지 세상일에 종사한다(628 쪽)." 자기 시대 사람들이 모두 '쓸모 있음'을 추구하고 "배워서 넉넉해지면 벼슬에 나가는 것을 추구하고 있을" 때, 장자는 무용(無用, 쓸모 없음)을 추구했다. '쓸모 없음'을 통하여 무엇보다 중한 생명을 보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그는 얘기했다(51-52쪽).

'권력 쪽' 사람들 모습을 보며 짜증나는 사람들이 귀담아 들을 이야기다. 저들 때문에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다.

장자가 생명에 얼마나 애착을 가졌는가는 전쟁을 반대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그는 <잡편> '칙양'에서 왕권을 유지하려고 전쟁을 하여 생명을 죽이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이야기 한다(623 쪽). 자기 시대(전국시대 중기)에 널리 퍼진 전쟁주의, 생명 경시 풍조를 거세게 비판한 것이다.

생명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장자는 '참됨을 추구하는 노닒'을 이야기한다. "옛날의 지극한 사람은 자기 먹을 것만을 생산하는 정도의 땅을 지녔고, 먹고 남는 것이 없을 정도의 채소밭을 경작하였다(362 쪽)." 이는, 일반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시작하여 끝없이 추구하는 부와 명예를 향한 고된 여정에서 벗어나 결국은 가 안겨야 할 자유와 초월의 삶의 모습이다.

장자는 우리가 중시해야 할 양생법의 한 가지로서 내적 충실을 이야기한다. 절름발이 왕태의 이야기를 통해 내적으로 충실을 이루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그는 의지할 것 없는 참된 경지를 잘 알고 있어서 밖의 사물에 의해 변하를 받지 않는다(149 쪽)." 장자는 양생법으로 '무심(無心)'만한 것도 없다 한다(50쪽).

요임금의 정치만큼 세상일이 좋다하여도 세상의 모든 것을 초월하여 살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없다고 장자는 가르친다. 세상에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바깥 일로 하나밖에 없는 몸과 마음을 다치게 해서야 되겠는가.

장자에게 생명은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중한 것이다. 어떤 지위나 명예하고도 바꿀 수 없으며, 어떤 가르침이나 잣대로도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것이다. 장자의 '생명지상주의'에서 우리는 우리 시대 '권력 지향' 인사들의 행태와 처신법을 보고 심각한 좌절감에 사로잡히거나 절망하여서는 안 된다고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명이며, 어떤 이유로도 이 생명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또한 얻는다.

장자의 가르침이 한편으로 소극적이고 염세적으로 뵈는 데도 더 살갑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말법이 그랬을 뿐 세상을 등지거나 세상의 모든 가치들을 부정하려 하지는 않았다. 그는 세상을 맑고 소박하게 살아갔다.

그는 권력의 중심부가 아니라 "변두리 비좁은 동네에 살면서 가난한 살림에 짚신을 삼아 먹고사는 목이 가늘어지고 얼굴은 누렇게 뜬 사람이었다(史記「노장신한열전」, 왕보, 김갑수 옮김, 장자를 읽다, 서울:바다출판사, 2007, 43 쪽에서 다시 인용)."

"평생 벼슬을 않고 내 마음대로 살겠다(史記「노장신한열전」, 위의 책 40 쪽에서 다시 인용)"고 했던 사람이다. 어려운 시대에 권력에 아부하거나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생명 가치를 높이 샀기에 그의 얘기가 더 설득력 있다. 권력과 거리가 먼 우리네 사람들에게 기운을 돋우어준다.

덧붙이는 글 | 장자, 김학주 옮김, 장자, 서울:연암서가, 2010



장자 : 절대적인 자유를 꿈꾸다 - 완역결정판

장자 지음,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2010)


태그:#불공정 사회, #공정 사회, #특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는, 말이 사물을 올바로 담아낼 때까지, 사물들을 올바로 이끌어 낼 때까지 말과 처절하게 대면하려 한다. 말과 싸워서, 세상과 싸워서, 자신과 싸워서 지지 않으려 한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