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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올해 자전거도시 예산 결국 삭감

 

자전거도시가 지닌 가치와 효과는 이미 두루 알려져 있다.

 

도심에서 승용차를 대신함으로써 교통비를 절감하는 경제적 효과가 있고, 탄소에너지 절감과 환경오염 물질 축소를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며, 각박한 도시의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하는 공동체를 복원하는 사회적 효과도 있으며, 나아가 시민들의 건강증진에도 도움을 주기 마련이다.

 

때문에 자전거는 녹색교통의 대안으로 각광 받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뿐만 아니라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정부와 지방정부가 앞 다퉈 도시를 자전거도시로 디자인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부천시와 창원시, 송파구 등이 자전거도시를 향한 꿈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나서 자전거도시 만들기 운동을 전개했던 부평의 자전거도시는 기로에 섰다. 이대로 가다간 그간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부평을 자전거도시를 만들자고 했던 부평주민들의 꿈도 일장춘몽처럼 사라질 지경이다.

 

부평은 지방정부의 재정위기와 함께 자전거도시의 꿈도 위기에 몰렸다. 재정위기가 결국 자전거도시의 페달을 잡는 상황이 연출됐다. 인천시는 2010년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올해 예산으로 수립된 자전거도시 예산 중 87억원을 삭감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시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회계 예산 중 330억 원을 삭감했는데, 이중 자전거도시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올해 자전거사업 예산 중 교육사업 등을 제외한 자전거전용도로 설치 등의 중요 인프라 구축 사업들의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2010년 본예산에 반영됐던 예산이 삭감된 터라 자전거도시를 꿈꿔왔던 부평지역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대로 갈 경우 2011년 자전거도시 만들기 사업은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시가 재정 건전성을 근거로 자전거사업 예산을 삭감하자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는 부평구를 자전거 시범도시로 지정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올해 예산이 삭감한 것에 마음이 아프지만, 지난해 자전거도시 만들기 사업예산이 불요불급(=필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한 곳에 쓰여 실패를 본 만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는 '부평구의 경우 자전거도시 만들기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 객관적인 도시지형 여건과 시민사회역량을 가지고 있기에 올 하반기 시민자전거교실 교육사업을 더욱 폭 넓게 진행'할 예정이다.

 

자전거도시를 향한 꿈이 사그라 들고 있는 지금, 시민들이 다시 자전거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나서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자전거도로 설치'사업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때다. 인천시의 재정위기를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래서 내년 '시범도시'사업을 통한 '가치의 성공'이 중요하다. 2~3년의 여유를 갖고 자전거도시를 접근하자, 2012년에 시작하면 2014년 지방선거 정치공학에 또 갇히기 마련이다. 자전거도로가 정착하는데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부평은 이미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자전거도시, '표' 아닌 '철학'으로 접근하자

 

국내 지자체들이 대부분 관주도 방식으로 자전거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을 때, 부평구에서는 시민들이 먼저 자전거도시를 만들자고 나섰다.

 

2007년 초부터 도로와 자전거도로 실태조사, 자전거 이용자와 비이용자 대상 설문조사, 자전거도시 선진지 답사와 자전거이용 활성화 토론회 개최, 매월 자전거도시 조성 캠페인 등을 진행하며 지역사회에 자전거도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산물로 인천시가 미래 교통정책의 일환으로 자전거 정책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2009년에는 자전거도시 백서라 할 수 있는 '인천시 자전거도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부평에서는 부평의제21과 부평구 도로과, 시민단체 등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거버넌스를 구축하며 자전거도시를 만들어왔다.

 

부평은 평지도시라는 지형여건과 시민들의 활발한 자전거이용 현황, 행정과 주민을 이어줄 중간지원조직의 건재 등을 놓고 봤을 때 자전거도시에 적합한 도시다. 그래서 인천시 또한 자전거도시 정책과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부평구를 연수구와 함께 시범도시로 지정했다.

 

하지만 시범도시로 지정됐음에도 부평구에 일어난 변화는 없다. 지난해 선거를 겨냥한 졸속행정(=이용자 없는 곳에 자전거도로 설치)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자전거정책은 6.2지방선거 기간을 거치면서 사장되고 말았다.

 

민선5기 지방정부가 들어서긴 했으나 민선5기 지방정부역시 민선4기 정부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을 염려한 까닭인지, 자전거도시는 온데간데없다. 자전거도시 정책을 총괄했던 시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인지 '사업 포기'를 유포하고 있고, 심지어는 세워둔 예산마저 '전액 삭감'당한 실정이다.

 

이쯤 되면 상황은 매우 명징한 동시에 매우 심각하다. 표 얻기 위해 때론 표 잃을까봐, 잘못된 정책을 밀어 붙이기도 옳은 정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안타까운 것은 민선4기 지방정부나 민선5기 지방정부 모두 도시에 대한 철학 없이 표를 통해 도시를 접근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부평을 자전거도시의 시범도시로 지목한 뒤 변화된 앞날을 꿈꾸었다. 여러모로 부평이 최적지라고 판단했고, 부평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점차 확대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또한 주민들과 함께 자전거도시의 밑그림을 그렸던 공무원들도 안타까워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부평에서는 주민들이 정치판의 표와 상관없이 3년 넘게 매월 셋째 토요일 오후 자전거대행진을 벌여 자전거도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잊을만하면 토론회 개최를 통해 자전거도시가 지닌 가치와 철학을 알려내고 있다.

 

그래서다. 다시 부평에서 시작할 때다. 또 민선5기 부평구청장이 부평을 세계적인 환경도시이자 살고 싶은 도시의 모범사례인 브라질의 '쿠리치바(Curitiba)'시처럼 만들겠다고 했다. 인천에서 자전거도시 불씨가 사그라지고 있는 지금, 지속가능한 도시의 불씨를 부평에서 살릴 때다.

 

희망은 있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고, 민관을 이어줄 시민단체도 건재하며, 지역주민과 함께 거버넌스를 구성해 자전거도시의 밑그림을 그렸던 공무원과 부평의제21도 여전히 곁을 지키고 있다. 남은 건 이제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의지다.

 

방법도 있다. 자전거도시를 향한 힘을 모을 때다. 말로만 시범도시에 그친 '부평'을 자전거도시의 실질적인 시범도시로 선정해야한다. 부평구와 부평구의회가 나서 인천시를 향해 '자전거도시' 시범지구 지정을 공식적으로 요청해 '지속가능'의 가치가 담겨 있는 자전거도시 만들기 사업을 부평에서 시작해야 한다.

 

자전거도시, 민선5기 때 못하면 앞으로도 못 한다. 적어도 2011년 시작해야 2~3년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과를 낼 수 있다. 2012년 시작하면 결국 민원에만 시달리다 2014년을 맞게 된다. 가장 여건이 좋은 부평을 자전거 시범도시로 지정한 뒤 부평에 자전거도로를 설치해, '자전거도시, 충분히 가능하다'라는 믿음과 성공사례를 확산시키자.

덧붙이는 글 | 같은 취지의 글이 부평신문 [취재수첩]에 실렸고, 이를 좀더 보완해 실었습니다.


태그:#자전거도시, #자전거, #인천 , #부평, #인천자전거도시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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