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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디자인서울 시민대토론회'에서 디자인 업계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발제를 듣고 있다.
 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디자인서울 시민대토론회'에서 디자인 업계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발제를 듣고 있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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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년간의 '디자인서울' 정책은 너무 정치화 되어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사업인 디자인서울 정책에 대한 최범 디자인 평론가의 평가다. 

2일 민선 4기 디자인서울 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하게 위해 마련된 '디자인서울 시민대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최 평론가는 "그동안 제가 디자인서울 정책에 대해 가장 많이 비판해 온 사람 중 한사람"이라며 "민선 5기에는 좀 더 업그레이드 된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소리를 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경원 디자인서울 총괄본부장조차 "이런 걸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전례'가 없었던 '디자인서울 시민대토론회'에는 최 평론가와 같은 디자인 전문가들을 비롯해, 김미경 서울시의원, 이동영 동아일보 기자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당초 축사를 하기로 되어있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발생한 태풍 '곤파스' 피해 대책마련을 위해 참석하지 못했다. 토론회 장에는 300여 명의 디자인 업계 관계자와 시민들이 자리를 채웠다.

"'디자인 서울=오세훈', '청계천=이명박' 효과 노린 것"?

2일 프레스 센터에서 '디자인서울 평가와 향후 발전방향'을 위한 '디자인서울 시민대토론회'가 열렸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동영 동아일보 기자, 세번째가 최범 디자인 평론가.
 2일 프레스 센터에서 '디자인서울 평가와 향후 발전방향'을 위한 '디자인서울 시민대토론회'가 열렸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동영 동아일보 기자, 세번째가 최범 디자인 평론가.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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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평론가는 "디자인서울 사업을 보면, '세계 디자인 수도'라든지 '디자인 올림픽',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건설'같은 소위 말해 개발형 사업, 이벤트형 사업이 너무 많았다"며 "이러한 개발형 사업이 정치적으로 활용된 부분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디자인이 정치화 된 이유에 대해 "디자인을 술어가 아닌 주어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디자인'은 사람과 도시를 위해 있는 건데 '디자인' 자체가 맨 앞에 나오면서 '디자인'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정치적 구호가 되었다"는 것이다.

최 평론가는 "'디자인의 정치화'가 지향하는 것은 정치인의 이미지를 위해 동원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디자인이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이미지를 위해 이용됐다는 것이다. 그는 "디자인서울은 오세훈 시장의 이미지와 겹쳐진다, 그리하여 '디자인서울 = 오세훈'이라는 동일화 효과를 낳는다"며 "이것은 과거 '청계천 = 이명박'이라는 동일화 효과의 반복을 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최 평론가는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디자인서울이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디자인이 얼마나 정치화 되었는가를 보여준다"며 "이러한 디자인의 정치화는 디자인 자체는 물론이고 정치를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설치는 디자인이 아름다운 디자인이 아니라, 겸손한 디자인이 아름다운 디자인"이라며 "디자인이 주어가 아닌 술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가 아닌 '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이동영 <동아일보> 기자는 최 평론가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며 오세훈 시장의 다지인서울 정책을 '옹호'했다. 서울시청을 출입하고 있다는 이 기자는 "지난 6.2 지방선거 과정을 통해 서울시의 대표정책인 디자인서울 정책이 '전시성이다, 정치적이다'라는 비판이 많이 제기됐는데, 제 기억으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디자인 정책에 대해 발표를 할 때 시청 기자실에서 했지, 여의도에 있는 국회에 가서 쇼하듯이 하거나,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불러놓고 한 적은 없다"며 "디자인서울 정책이 정치적이라는 건 오 시장과 경쟁관계에 있는 정치인들이 먼저 하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이 기자는 또한 "지금 디자인서울 정책이 정치적이라고 한다면,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쉬프트나 희망플러스 통장과 같은 정책들도 정치적이 되느냐"라며 "정치적인 것과 정책적인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서울시정의 '광고판'... 시정홍보도 이 정도면 '프로파간다'"

이에 최 평론가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오세훈 시장이 국회에 가서 발언한 것도 아니고 서울시에 기자들 모아놓고 이야기하는데 그게 왜 정치냐'라고 했는데 서울시에서 발언해도 정치"라며 "그런데 내가 말하는 '정치적'이라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의 정치"라고 말을 이어갔다.

"서울시내 새로 설치된 가판대, 키오스크 앞뒤로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 '디자인 덕분에 살맛나요.' 등 서울시가 서울시정의 광고판이 되었다. 이게 자연스러운 건가? 물론, 시정을 홍보할 필요는 있다. 그런데 시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조차도 전 시내에 매일 매일 홍보를 해야 하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이 정도면 '정치'가 아니라 '프로파간다'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서울시의회 문화관광위 소속 김미경 시의원(민주당, 은평구2)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디자인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빨리 보여주기 위해서 조급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 의원은 "올 한해 예산만 294억 원에 달하는 디자인 거리 조성사업의 경우, 대학로·삼청동처럼 이미 정리가 잘 된 거리도 포함되는가 하면, 점자블록을 제거하거나 색깔을 마음대로 바꿔서 시각장애인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며 "디자인 거리 조성사업이 사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너무나 급작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서울시가 디자인을 서울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적인 도구로 활용하면서 예산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끊임없이 견제와 감독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태그:#디자인서울, #오세훈 , #최범, #김미경 ,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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