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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 동안 동북아에서 정세변화가 있었다. 한국과 미국이 동해에서 연합군사훈련을 한 것을 비롯해 군사동맹을 강화한 것이다. 이것이 이번 북중정상회담의 핵심적 동기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5월 중국 방문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방중한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한미군사동맹 강화가 북중동맹 강화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후진타오 주석이 김 위원장과 마주 앉은 정상회담 자리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발표 뒤에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고 한 대목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았다.

 

"MB의 대북·대외정책이 북중동맹 강화로 나타난 것"

 

지난 8월 30일 전화인터뷰에서 그는 현재의 동북아 상황에 대해 "한미동맹과 북중동맹이 맞부딪치는, 진영 간 대결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진단하면서 "한국이 중국을 적으로 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한미동맹과 북중동맹이 강화되면 한국은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대북·대외 정책이 북중동맹 강화로 나타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북중정상회담의 두 번째 배경을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큰 수해를 당한 북한이 경제회복을 위해 중국과 경제협력을 필요로 한 것"이라고 짚었다.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희망한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북한은 6자회담 참여 의지가 있지만, 조건과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조건부 입장인 것 같다"면서 "김 위원장은 '6자회담이 이처럼 장기 교착되는 상황에서 핵활동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대화를 원하지만 계속 기다릴 수는 없다'는 입장을 중국에 밝혔을 텐데 중국이 이 중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공식화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김정은 세자 책봉'을 인준받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했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북중관계의 성격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중국은 후계문제는 북한 내정으로 보고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김정은의 동행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그가 (중국에) 갔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세자 책봉'이 아니라 북중 친선 차원을 강조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북한의 산업화 과정과 공장관리의 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학계는 물론 재계(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와 관계(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에서 남북경협, 북핵문제 등을 연구해온 대표적인 소장 학자로 꼽힌다.

 

다음은 일문문답 전문이다.

 

 

- 김정일 위원장이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는데, 그 이유를 무엇으로 봐야 할까.

"두 가지 배경이 있다고 본다. 우선 5월 방중 이후 3개월 동안에 동북아에서 정세변화가 있었다. 한국과 미국이 동해에서 연합군사훈련을 한 것을 비롯해 군사동맹을 강화한 것이다. 이것이 이번 북중정상회담의 핵심적인 동기라고 생각한다. 한미군사동맹 강화가 북중동맹 강화로 나타난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이 김 위원장과 마주 앉은 정상회담 자리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발표 뒤에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한반도 평화 안정 유지는 모두가 바라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게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같은 흐름은 이후에 정치적으로는 북중 친선 강화, 경제적으로는 창지투(창춘, 지린, 투먼)를 중심으로 한 동북3성에서 협력 강화로 나타날 것이다. 군사부분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켜봐야 한다. 나진항과 청진항 등 중국의 동해출항권이 경제적인 부분에서만 거론되고 있지만, 북중관계가 더 발전해서 군사적인 면에서 동해출구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두 번째는 북한의 필요성이 컸다는 점이다. 북한은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큰 수해를 당했다. 다른 대외무역파트너가 없기 때문에 경제회복을 위해 중국과 경제협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 군사부분 협력과 관련해서 북한의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정상회담에 배석한 것이 눈길을 끄는데.

"김영춘뿐 아니라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 북한의 외교안보 라인이 전부 갔고 중국 쪽에서도 다이빙궈 외교 담당 국무위원,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 등 중요 인물이 참석했다. 6자회담 문제에 대한 구체적 협의뿐 아니라 전반적인 정세 차원의 협의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동맹-북중동맹 강화되면 한국은 설 자리 없어"

 

-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과 '가치동맹', '군사동맹'을 강조하고, 김정일 위원장도 중국으로 달려가 동맹 강화로 대응하는 양상이다.

"현 정세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신냉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미동맹-북중동맹이 맞부딪치는, 진영 간 대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미동맹과 북중동맹이 강화되면 한국은 설 자리가 없다. 지금 우리가 최대교역국이자 최대흑자국인 중국을 적으로 돌릴 수 있겠나.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 한반도에 이런 구도가 나타난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이 대통령의 대북·대외 정책이 북중동맹 강화로 나타난 것이다. 6자회담 재개를 통해 미중협력이 나타나야 이 대립전선이 약화될 것이다. 그런데 한중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중관계만 좋아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입지가 없기 때문이다.

 

또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한중관계도 좋아지기 어렵다.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바라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악화상황에서 우리가 아무리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자고 해도 어렵다."

 

-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는데.

"지금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기본 입장은 조건부 같다. 6자회담에 대한 참여 의지가 있지만, 조건과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에는 부정적 뉘앙스도 있는 것 같아 보인다. 6자회담이 이처럼 장기 교착되는 상황에서 핵활동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대화를 원하지만 계속 기다릴 수는 없다는 입장을 중국에 밝혔을 텐데 중국이 이 중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공식화한 게 아닌가 싶다. 중국으로서는 한반도 정세 안정이 필요하다. 또 이번 정상회담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모멘텀과, 미중 간에 돌파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계기로 만들려 하기 때문이다."

 

-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김 위원장의 발언에는 6자회담에 대한 언급이 없다.

"북한으로서는 새로운 게 아닌 기본적 입장이라는 점에서 보도하지 않았을 수 있다. 중국은 긍정적 입장을 강조해서 발표하고, 6자회담이 재개되면 부정적인 부분은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6자회담에 대한 미국 입장은 여전히 불투명"

 

- 6자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보나.

"회담 재개를 위한 방법론 차원에서 보면, 중국의 우다웨이 6자회담 수석대표(한반도 사무 특별대표)가 최근 관련국들을 돌아다니면서 강조하는 '예비회담을 거친 본회담'은 이미 미중 간에 동의된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회담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환경인데 여기서 핵심은 북미관계다. 그런데 여전히 미국의 입장은 불투명하다. 정상회담 이후 미국 반응도 그렇고….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의 행동이 우선돼야 한다"고 논평했다.)

 

미국의 추가대북제재 발표(미 재무부가 김 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노동당 39호실과 천안함 사건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을 새로운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정)는 천안함 이후 계속돼온 과정이고, 그 내용도 대량살상무기 등 무기 거래 기업이나 담당관련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의식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6자회담 재개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

 

워싱턴은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되 대화가 우선이라고 말은 하는데, 이게 실제 어떻게 나타나느냐가 중요하다. 앞으로 미중 간 대화를 통해 6자회담 재개 환경 조성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다웨이 대표가 돌아다니는 것은 실무적인 것 같고, 다이빙궈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움직여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술적인 차원이 아니라 전체적인 방안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중 정상회담을 했기 때문에 중국이 이를 충분히 활용하려 할 것으로 본다."

 

- 북한은 왜 6자회담 조속 재개 희망을 카터 전 대통령이 아니라 후진타오 주석에게 전했을까.

"미국이 지금 6자회담 재개 준비도 돼 있지 않고 적극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북한이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어떤 제안을 해도 미국이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대신 중국의 역할을 요구하고 필요성을 부각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창춘 정상회담으로 창지투에 힘 실어줬다"

 

-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내 이동경로는 북한과 접해 있는 지린(길림)성의 '창지투' 루트였다. 그는 또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중국) 동북지역과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의 방법과 경험을 연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후 북중경협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북중경협은 사실상 동북3성(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과 북한의 협력을 말하는 것으로, 이 중에서도 창지투와 북한의 연계가 가장 중요하다.

 

북중경협은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 이후 계속 구체화하고 있는 양상인데, 이번에는 양국 정상이 창지투의 핵심인 창춘에서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중앙의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창지투와 북한의 경제협력 방식은 우선 물류 측면에서 중국의 동해출구를 가능하게 하는 도로, 철도, 항만 연결 프로젝트가 있고, 철광석과 무연탄 같은 북한의 원자재 수출이 있다. 또 남북교역 중단과 함께 위탁가공이 중단되면서 북한이 주문선을 중국으로 만들고 있는데, 이처럼 북한이 노동력 제공을 통해 중국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방식이 있다. 압록강쪽의 신의주특구를 다시 가동한다는 논의가 있다는데 가능성이 있다. 창지투 쪽에서도 이런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 북한이 중국에 대한 개방을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데.

"흔히 중국이 6자회담 복귀와 같은 정세 안정의 대가로 북한에 경제지원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경협은 서로 이익이 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창지투 같은 경우는 서로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이고, 오히려 중국의 이익이 더 크다.

 

과거와 달리 양국의 호혜적 관계가 성립됐다. 중국이 동북3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필요할 때가 된 것이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문을 여는 게 아니다."

 

- 이번 방중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얻은 것은 무엇이라 보나.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 정세가 악화된 상황에서 북중관계를 재확인함으로써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세를 안정화시켰다는 게 제일 큰 부분이다. 또 당대표자회 등 자체 정치일정 진행을 위해서는 경제안정이 필요한데 중국과 경제협력은 그 기반 구축에 도움이 된다.

 

세 번째로는 북한 정치체제의 안정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번 방중에는 고위층이 대거 김정일을 수행했는데, 이는 내정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다. 당대표자회를 통해 후계체제로 가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한 효과가 있다."

 

- 중국은 무엇을 얻었나.

"중국 역시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 군사동맹 강화에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었음이 후진타오 주석의 발언에서 확인됐다. 북한과 정상회담을 매개로 한 동맹 공고화를 통해 한미 군사동맹에 대한 대응체제를 갖췄고, 경제적으로는 창지투를 매개로 북한의 물류와 원자재, 생산기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세 번째로는 원론적으로나마 북한의 6자회담 재개 의사를 확인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했다."

 

"중국은 북한 후계체제 결정 존중할 뿐... 내정문제로 보고 간섭 안 해"

 

 

- 김 위원장의 방중이 '김정은 세자 책봉'을 인준받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북중관계의 성격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무식한 얘기다. 중국은 후계문제는 북한 내정으로 본다. 간섭하지 않는 사항이다. 김정은의 동행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가 갔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세자 책봉'이 아니라 북(조)중 친선 차원을 강조하는 것이다. 선대의 친선은 김 위원장이 부친인 김일성 주석의 항일유적지를 방문하면서 강조한 것이고, 당대의 친선은 구체적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해서 대를 이어 친선하자는 것은 두 나라로서는 당연한 얘기다."

 

- "9월 당대표자회를 축원한다"는 후 주석의 말을 보면, 인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김정은의 후계 세습을 인정하는 것 같다.

"중국은 북한 후계체제에 개입할 권한도 의사도 없다. 북한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다. 다만 두 나라 입장에서는 김정일 이후를 맡을 사람의 얼굴을 알 필요가 있고, 또 교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후계는 북중 간 논의 사항이 아니고, 역사적으로도 그래왔다.

 

또 당대표자회는 후계체제 구축 과정임은 틀림없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국방위원들이 당의 정치국원을 겸직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과정을 해놓으면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후계체제에 용이하게 작용한다.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장성택은 부각되고 후계자는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김정일이 4박5일의 방중일정을 소화할 정도로 건강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중국식 경제 발전을 볼 기회가 많아 방중이 북한 경제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역할도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그런 점도 있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 북중경협이 강화되면 통일비용이 증가한다. 표준문제가 한 예다. 기술표준, 산업표준이 중국식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나중에 남북 간에 표준을 맞추려면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태그:#김정일, #후진타오, #창지투, #한미동맹, #북중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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